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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덕후로서 자주 시장에 간다. 장보기보다는 주로 구경인데, 이번에는 구경은 뒷전, 장을 봤고 연신 먹어댔다. 전통시장이라 쓰고 먹거리촌이라 읽어야 할 정도로, 엄청 많다. 차를 갖고 왔으면 더 많이 샀을텐데, 아쉬움 가득이다. 느낌적인 느낌상 곧 다시갈 거 같은 곳, 인천 주안동에 있는 신기시장이다. 

 

신기시장

신기시장은 신기한 볼거리, 기본좋은 쇼핑, 시끌벅적, 장터마당이라고 저 커다란 간판 아래에 나와 있다. 시장 캐릭터는 도깨비이고, 2000년 초반까지 무허가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어엿한 문화관광형 시장이 됐다. 신기하다의 신기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신(新), 일어날 기(起)다.

기사 검색을 하니, 세스코와 업무협약을 맺고 매달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계절탓도 있겠지만, 불쾌함을 주는 벌레는 없었던 거 같다. 지붕공사가 잘되어 있어, 입구쪽은 어쩔 수 없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닥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마트나 백화점처럼 코트를 벗어야할 정도는 아니다. 

 

시작부터 먹거리 공격이다. 통닭에 부위별 닭튀김까지 초반부터 멘탈 붕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방금 나온 시루떡이 유혹을 하지만, 떡순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영양찰떡과 달달한 꿀떡 앞에서는 살짝 흔들렸지만, 아직까지는 참을만 했다. 

 

전통시장에 가면 꼭 있는 칼국수집, 점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지금은 실타래 같지만, 몇 분 후 칼국수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광명시장에 가면, 자주 가는 곳과 같은 이름이라서 여기서는 패스.

 

홍시맛을 잘 모르는 그저 귤만 좋아하는 나.
푸릇푸릇 채소는 안구정화용.
전통시장의 겨울은 이불이다.

토끼모자를 사고는 싶었지만, 차마 주세요라는 말이 안나온다. 만약 샀다면, 실외용이 아니라 실내용으로 착용했을 거다. 저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으니깐. 그리하여 삼천원짜리 스마트폰용이라지만 터치가 하나도 안되는 빨간 장갑 하나와 두개에 오천원인 발목까지 올라오는 벨벳느낌나는 털양말을 샀다. 

 

겨울 먹거리 양대산맥인 꼬막과 굴,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차라리 안먹겠다. 우위를 매길 수 없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건조한 피부는 싫지만, 건조한 먹거리는 좋아한다. 요즘 기름과 소금없이 구운 김에 뜨신 밥을 올리고 양념간장 또는 김장 속을 살짝만 넣는다. 여기에 무와 배추 그리고 굴을 넣고 끓인 국만 있으면 겨울밥상으로 딱이다. 

 

만두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포장을 택했다.

 

요건 들고 다니면서 먹으면 된다. 

 

다른 전통시장도 그러하겠지만, 신기시장은 유독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곳이 참 많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니, 아니 살 수 없다. 

 

처음에는 녹두인가 했는데, 콩을 갈아서 비지는 만드는 중이다. 비지찌개 참 좋아하는데, 역시 지나칠 수가 없다.

 

가마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무언가를 스댕 대접에 담는다. 뜨거울때는 죽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식으면 탱탱한 도토리묵이 된다. 전통시장을 다니면서 묵을 직접 만들어 파는 곳은 처음 봤다. 직사각형 모양의 묵이었다면, 직접 만들었는지 살짝 의심했을텐데, 모양부터 다르니 이건 안믿으면 나만 손해다.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시장내 따로 골목이 형성되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순댓국을 먹지 못하니 사진만 찍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머릿고기에 내장 등등등 커다란 솥 위로 하얀 연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사실은 여기를 벗어날때까지 코로 숨을 쉬지 못했다. 분명히 맛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먹지 못하니 언제쯤 먹을 수 있을까? 

 

족발, 통삽겸, 껍데기, 뼈없는 닭발 그리고 닭강정. 오늘밤 주인공은 너희들이다. 

 

인천은 신포시장때문일까? 어느 전통시장에 가도, 닭강정은 꼭 있는 거 같다. 매운맛, 갈릭맛, 오리지널맛으로 커다란 솥뚜껑 안에 들어 있는 닭강정,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닭강정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여기에 매운맛, 안매운맛 어묵까지 개당 700원, 3개 먹으면 2,000원이니 무조건 3개다. 흐물흐물해진 어묵 한입 먹고, 깊고 깊은 어묵국물 한입 마시고 그리고 시식으로 준 닭강정까지 또 가야지 하고 맘 먹게 만든 첫번째 집이다. 교동닭강정, 기억해두겠어. 

 

또 가야지 하고 맘 먹게 만든 두번째 집이다. 다음날 도토리묵 무침을 먹는내내, '왜 한개만 샀을까?' 이 생각뿐이었다. 다음에는 도토리묵에 메밀, 올갱이묵까지 다 사야겠다. 

신기시장 바로 옆에는 남부종합시장이 있고 이 둘을 묶어 신기문화관광시장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신기시장만 돌아 봤는데, 다음에는 여유롭게 두곳을 다 다니면서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사야겠다. 맛있는 전통시장, 그래서 시장 나들이는 언제나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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