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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때는 잘 틀리는 일기예보가, 찰떡을 먹었는지 착착 잘 들어맞는다. 오후에 잠시 온다는 비는 집중호우처럼 퍼붓는다. 그나마 택시로 이동중이라 괜찮았는데, 도착을 했는데도 그칠 줄 모른다. 방수기능이 더 좋을 거 같은, 어른폰으로 대체를 하고 진부전통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오일장이라서 일부러 날짜를 맞춰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진부전통시장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었고, 조선시대부터 장이 열리기 시작해 수 백년을 이어온 곳이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시골장터임에도 규모가 참 어마어마하구나 했다. 옛날옛날, 한양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던 장터라고 하니, 지금보다 더 컸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비님이 참 야무지게도 오셨다. 바람님까지 대동해서 오시는 바람에, 우산을 쓰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다. 다른 전통시장처럼 지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상설시장이 아닌 오일장이라서 없다. 세찬 비바람에 급추위와 함께 급허기짐이 동시에 찾아왔다. 시장구경은 구실, 배고픔부터 해결해야겠다. 



시장 입구에 떡하니 튀김에 떡볶이, 닭발, 호떡, 순대에 어묵까지 시장 먹거리가 진수성찬처럼 쫙 펼쳐져있다. 시장 구경은 개뿔, 그냥 여기서 먹으려고 했는데 뭔가 아주 많이 서운하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까지 왔는데,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더구나 메밀꽃 필무렵의 배경이 된 시장이니, 더더욱 아니된다. 비바람이 몰아치지만, 또다른 먹거리가 기필코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고 시장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잘 말린 태양초 고추에 빗물이 들어가면 큰일 날텐데...


평상시에는 주차장, 3과 8로 끝나는 날은 오일장. 매일 문을 여는 시장이 아니라서, 상인도 고객도 기다렸을텐데, 왜 하늘은 비바람을... 



비가 참 야속하구나.


시장은 주차장을 지나 작은 골목에도 이어져 있지만, 시끌벅적한 장터가 아니 춥고 썰렁하기만 하다. 



아무리 양해를 구한다해도, 이런 날에는 물건을 사지 않는한 촬영은 안하는게 좋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답은 정해져있으니 양파와 물고기만 후다닥 담았다. 멀리서 찍을때는 별 상관이 없지만 가까이에서 찍다가는 혼꾸녕이 날 수 있으니,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장날에는 공연을 한다던데...


아무래도 비때문인 거 같다. 중간에 철수를 하거나, 아예 나오지 않아 비어있는 자리가 많았다. 큰맘 먹고 왔기에 섭섭하지만, 능렦밖이니 어쩔 수 없다. 지금을 즐기는 수밖에...



이름도 모르고 간판도 없지만, 암튼 메밀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작은 솥뚜껑에 기름을 조금 두른 후에 얇게 부치는 메밀전에, 김치 속이 들어간 메밀전병 그리고 달고 구수한 수수부꾸미까지, 드디어 찾았다. 세트메뉴이지만, 먹고싶은 걸 주문하면 된다. 메밀전과 전병 그리고 수수부꾸미는 2,000원이라서, 각각 한장씩 주문했다.



경상도식 배추전과는 다른 메밀전


팥은 싫어해도 수수부꾸미는 좋아


겉과 속이 다르지만, 맛은 좋은 메밀전병


그리고 순대, 떡볶이, 어묵이 있다.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비도 피하고 배도 채우고,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이라면 둘씩 있는 곳에 홀로 앉아서 먹을 생각 못했을텐데, 확실히 지방에 오면 혼밥력은 만렙이 되는 거 같다. 당당하게~ 자신있게~



메밀전과 메밀전병, 수수부꾸미(각 2,000원씩 총 6,000원) 그리고 날이 추우니깐 뜨끈한 오뎅(3개 2,000원), 비도 오고 부침개도 먹는데 어찌 빠뜨릴 수가 있을까? 옥수수로 만든 생막걸리(4,000원)도 함께 했다.



얇게 부친 메밀전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짭짤한 간장 뒤로 구수하고 순박한 메밀 맛이 난다. 쏭쏭 썬 김치가 들어간 메밀전병은 김치가 메밀의 맛을 살짝 헤치는 거 같지만, 그 김치로 인해 전병 맛이 살아난다. 수수부꾸미는 떡인듯, 떡아닌 떡같이 쫀득한 수수에 팥이 들어 있어, 단맛이 강하지만, 그 단맛땜에 먹게 된다. 오뎅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겁나 친숙한 맛이다. 



오대산 찰옥수수 생 막걸리, 강원도에서 자란 옥수수로 만들었나 했는데 수입산이다. 뭐 살짝 아쉽긴 하지만, 녹색이에 비해 덜 부담스러우니깐. 먹고 마시니 이제야 강원도에 온 실감이 난다. 막국수로 마무리 하면 좋을텐데, 만들지 않는단다.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 국수는 여름 계절음식이라서 지금은 안한단다. 살짝 아쉽지만, 여기서는 이걸로 마무리. 



어라~ 신기하게도 먹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오후에 잠시 온다는 일기예보는 기가막히게 정확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시장 구경은 아까 다했다. 다시 하려고 하니 귀찮다. 이번이 끝이 아니길 바라면서, 담에 올때는 왁자지껄한 장터를 보고 싶다.



그나저나 먹긴 먹었는데, 이 허전하고 공허함을 뭘까? 막국수를 먹지 못해서일까? 아무래도 먹부림 2차를 해야겠다. 그저 더 먹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시장에서 진부역까지 2lm를 걸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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