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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절정이라는 건, 가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속절없이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데, 그런 맘도 모르고 단풍은 곱고 곱기만 하다. 폭염이 길었던 탓에, 열대야가 사라지면서 가을이 온 거 같아 올해 가을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러주기 위해 마지막 멋짐을 발산하는 가을,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떠나는 가을과 고운 단풍을 만나다.



서울역에서 진부역으로 가는 강릉선 KTX


다른 노선과 달리 강릉선 KTX는 업무차 떠나는 사람들보다는 여행객들이 다수다. 넷이서 5만원이라는 저렴한 상품땜에 더더욱 여행객들이 많은 거 같다. 안내방송은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용히하라고 하지만, 여행객의 마음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들에게 여행은 기차표를 예매하던 순간부터 시작됐을 테니깐. 그래도 과하지 않은 탓에 잠을 자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월정사에 가기 위해서는 진부역에서 내려야 한다. 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므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역에서 월정사까지 바로 출발하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두번째 방법은 역에서 2킬로 정도 떨어진 진부터미널에서 월정사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역보다는 배차 간격이 짧다고 하는데, 서울 버스처럼 몇 분 간격이 아니다. 고로 시간을 어긋나면 낭패다. 


마지막 방법은 진부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로는 40분 걸린다고 하는데, 차는 20분이다. 15,000원 정도 나오는데,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로 인해 택시를 타기로 했다. 기다리는 택시는 오지 않고, 뒤에 서있는 커플의 대화가 들려오는데 그들도 월정사에 간단다. 잘 오지 않은 택시를 혼자 타고 가는 것보다는 겸사겸사 같이 타면 좋을 거 같아, 월정사에 가나고 슬며시 물어봤다. 아싸~ 택시를 같이 타겠단다. 본인이 카드로 계산을 한다기에, 냉큼 현금으로 드릴게오라고 대답했다. 



입장료 성인은 3,000원

 

그렇게 처음 본 커플(부부)과 택시를 타고 월정사 성보박물관을 지나 요금소 앞까지 왔다. 여기서 월정사까지 차로 계속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전나무숲길부터 걷고 싶은 맘에 내렸다. 요금은 정확히 15,000원이 나왔고, 반띵하기로 했으니 7천원을 드려야 하나 하고 있는데, 5천원만 달란다. 이게 바로 1/n.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들과 헤어졌다. 그들에게도 합승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표소에 가기 전에 옥수수부터 사는 걸 봤기 때문이다. 옥수수 나도 참 좋아하지만, 기차 안에서 치킨버거를 먹었기에 입장료만 내고 들어갔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진부역에서 한차례 그리고 택시 안에서 한차례 가벼운 비가 내렸다. 허나 막상 걷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비가 그쳤다.



월정사 일주문


전나무숲길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부터 시작이다. 숲길은 900m고, 금강교를 지나 다시 여기까지 오는 순환탐방로는 1km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으로 꼽힌단다. 옆으로 오대천이 흐르고,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천년고찰 월정사가 있다. 정말 가을이 가을가을할 정도로 가을하다.



기념사진을 안찍을 수 없는 비주얼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단풍은 나무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하는 자기살을 깎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냥 툭툭 끊어내면 될텐데, 아무래도 폼생폼사인가 보다. 덕분에 우리는 멋진 단풍을 맘껏 볼 수 있으니 그저 좋다. 



겨울에 왔어야 하나? 단풍땜에 전나무는 병풍이 됐다.


세로본능을 불러일으킨다.


성황각


욕중에 가장 건강한 욕은 산림욕이다. 피톤치드를 남들보다 더 많이 들이마시기 위해 코평수를 있는대로 크게 넓히고 가장 좋아하는 느리게 천천히 걷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가 절정이었다고 하던데, 평일임에도 사람이 겁나 많다. 주말을 피해서 왔건만, 이름값하는 곳은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나보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평창. 서리가 내렸다고 하더니 서리맞은 단풍은 잘생김을 뽐내지도 못하고 오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이쁘다. 



할아버지 전나무로 2006년 10월 23일 밤(헉~ 12년 후에 내가 왔다) 쓰러지기 전까지 전나무숲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약 600년을 살았다고 한다. 만약 뿌리가 살아 있다면, 400년 후 천년먹은 전나무로...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잔잔한 오르막인데, 그냥 평지라고 할만큼 걷기 정말 좋은 곳이다. 오대산에 왔으니, 정상을 밟아줘야 할테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맛도 있겠지만, 지금 이순간을 그냥 즐기고 싶다. 단연코 등산을 하기 싫어서가...... 맞다.



동행. 부럽습니다.


어휘력이 딸려도 어쩔 수 없다. 좋다. 정말 좋다. 아주 좋다. 겁나 좋다. 미친듯이 좋다. 그저 좋고 또 좋기만 하다.



금강교


월정사 전나무숲길 올해 가을 단풍 여행으로 #로맨틱 #성공적이다. 눈내리는 겨울에 오면 더 좋겠지만, 평창의 겨울은 무섭게 맵다. 도깨비와 함께 온다면 모를까? 그나저나 피톤치드에 수분이 함유되어 있던 것일까? 기차에서 마신 커피 이후로 물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도 갈증이 전혀 나지 않는다. 역시 삼림욕은 참 좋은 욕이다. 



월정사와 한적했던 순환탐방로 이야기는 내일 커밍순~ 강릉선 KTX 넷이서 5만원은 연말까지 한다고 하니,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다시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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