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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극히 소박했다. 강원도에 왔으니 막국수는 먹어야지. 전통시장이니, 막국수 정도는 당연히 있을거라 그렇게 여겼다. 그저 먹고자한 의지가 강했을 뿐, 겨코 진부역까지 걸어서 가고픈 맘은 없었다. 못찾았던 것일까? 없었던 것일까? 



진부오일장 안에 고깃집, 계획은 막국수였지만, 불고기도 괜찮을 듯 싶다. 서울에서는 절대 혼자서 못 먹겠지만, 여기는 강원도다. 지방에 오면 혼밥력은 만렙이 되니, 한번 도전해볼까? 자주 먹었던 거처럼, 자신있게, 당당하게 문을 열었는데, 안 열린다. 훤히 불이 켜져 있으니 영업을 안하는 건 아닌데, 브레이크 타임이다. 



같은 곳에 있던 두곳의 칼국수집. 막국수는 없지만, 뜨끈한 장칼국수가 있다. 날도 추우니, 메뉴를 변경하기로 했다. 둘 집 중 어디로 가느냐가 문제인데, 왼쪽에 있는 국수집에 메밀칼국수가 있다. 메밀로 만든 시원한 국수는 막국수, 메밀로 만든 뜨거운 국수는 메밀칼국수인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고 했으니, 왼쪽 집으로 들어갔다. 느낌적인 느낌상 바쁜 점심 시간이 끝나, 살짝 쉬어볼까 하던 차였던 거 같다. 


왠지 잘못 들어온 거 같아, "저 혹시 이 근처에 막국수하는데 없을까요? 원래는 그게 먹고 싶은데 안보이길래, 메밀칼국수가 있어 여기로 들어왔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메밀칼국수를 먹었어야 했다. 눈치주는 사람은 없는데, 혼자서 지레짐작으로...


"시장 앞쪽으로 가보면 막국수 파는 곳이 있어요." 또 이 말에 괜스레 맘이 흔들려, 식당을 나왔다. 죄송함에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시장 곳곳을 찾아 다녔는데 없는건지 안보이는 건지 암튼 없다.



그나저나 고깃집이 왜이리도 많이 보이는 걸까? 이번에는 문이 열려있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저, 혼자 왔는데 식사가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그럼 불고기가 되냐고 다시 물으니, 고기는 2인분이 기본이니 갈비탕을 추천해줬다. 만약에 갈비탕 원산지가 국내산이라면, 먹었을것이다. 평창한우라는 유명한 브랜드가 있는데, 여기 갈비탕은 미국산이다.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비도 안오는데 시장 모습이나 사진으로 담을 걸. 먹겠다는 의지로 인해 식당만 보인다. 혹시나 싶어 외관을 찍고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시장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오삼불고기 집을 발견했다. 여기다 싶어, 문을 열었는데 잠겨있다. 너도 브레이크 타임? 아무래도 막국수를 포기해야 할 거 같다. 



시장을 벗어나니, 있어 보이는 식당이 나타났다. 막국수는 없지만, 산채백반이 있다. 강원도이니깐, 산채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안으로 들어갔다. 부뚜막 위에는 가마솥이 있는 정겨운 시골집 분위기 식당이다. 막 손님이 나갔는지, 직원 혼자서 바쁘게 상을 치우고 있다. 그런데 상 위에 올려진 엄청난 그릇을 보아하니, 메뉴판에 1인분에 만원이라고 나와 있지만 아무래도 혼밥은 어려울 듯 싶다. 내가 들어 왔는지 모르는 거 같기에, 살그머니 다시 빠져나왔다.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서 메밀칼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왔다. 지도앱을 보니, 다리는 건너 쭉 걸어가면 진부(오대산)역이 나온단다.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고, 가다보면 혹시나 막국수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걷기로 했다. 



여기를 송정길이라고 하나보다.



식당은 보이지 않지만, 가울 풍경 하나는 진짜 멋지다. 여기 분들은 굳이 사람 많은 관광지는 가지 않을 거 같다. 집 앞을 나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사람 구경하러 간다면 모를까? 굳이 갈 이유는 없을 거 같다. 



처음에는 먹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식당을 찾아야 한다. 허나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리가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고 했으니, 식당이 아니면 학교다. 단 먹기위해서가 아니라, 화장실.



그래도 덜 급했나 보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면, 사진따위는 절대 찍지 않았을 텐데...



아직 집으로 가지 않은 아이들이 있기에, 살며시 물어봤다. "화장실을 써도 될까?" 잘 모르겠단다. 이때는 하늘이 노랗게 보일때라서, 그냥 쳐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후, 바로 보이는 화장실로 직행.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있기에,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만약 안된다고 하면 무릎이라도 꿇었을 것이다. 괜찮다는 말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시원하게... 호명초등학교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덕분에 노란 하늘이 다시 파랗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찌어찌 진부역까지 왔긴 왔는데, 원했던 막국수는 결국 못 먹었다. 서울로 가는 KTX는 약 한시간 후에 오는데, 뭐하지. 아니 뭐먹지.



기차역 편의점 중 유일하게 라면은 파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편의점 주인장은 그렇게 말했다. 차라리 메밀칼국수를 먹었더라면, 아니면 메밀전을 몇장 더 먹었더라면,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아니 먹었을 것이다. 그나마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김밥을 추가했는데, 그낭 조금 더 비싼 진짬뽕만 먹을 걸. 



나홀로 여행이기에 가능했던, 무작정 걷기였다. 진부전통시장에서 진부역까지 2km 구간을 오로지 혼자서, 길가에 사람도 없었고, 흔하디 흔한 차도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사람을 만났던 건, 학교뿐이다. 서울로 올라가야 하지만, 다시 떠날 수 있음을 알기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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