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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막걸리, 청국장, 홍어, 장아찌, 매실청 등 우리나라만큼 발효음식이 많은 나라를 없을 것이다. 물론 치즈, 와인, 낫토, 느억맘, 맥주, 요구르트, 수르스트뢰밍(청어절임), 피클, 빵 등 다른 나라도 발효음식은 있다. 하지만 콩 하나로 메주를 만든 후,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으로 다양하게 발효음식을 만드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된장과 간장은 일본과 중국에도 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니, 우리것이 최고다.


작가인 마리클레르 프레데리크는 요리와 음식 전문가이자 평론가아며, 개인 블로그에 음식 관련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고 한다. '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을 읽은 후, 어마어마한 자료의 방대함에 책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구나 했다. 그런데 한가지 불만이자 아쉬움이라면, 우리나라 발효음식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과 중국은 이런저런 그리고 또 이런저런 식으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저 몇줄 또는 저들 나라와 비슷한 발효음식이 있다는 식으로 끝을 내 아쉬웠다. 김치 하나만 보더라도, 번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음식이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 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 싶다.



'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은 발효음식에 관한 인문서이다. 고로 재밌지 않다. 관심이 없다면 읽다가 지쳐, 라면냄비 받침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몇번의 고비가 있어, 순차적으로 읽기보다는 목차에서 관심있는 부분부터 찾아서 읽었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 발효음식에 대해 읽으려고 했는데 나라별로 나와 있지 않아서 포기했다. 


아시아 음식에서 더없이 중요한 장의 원조가 중국인가 한국인가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 많다. 지금으로서는 기원전 3세기 한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증거를 보유한 중국이 좀 더 유리한 입장이다. 7세기 한국 영토 발해에서는 집에서 만든 간장과 된장이 신부의 혼수품이었다고 한다. 장을 만드는 방법은 7세기에서 8세기 사이에 일본으로 전해졌다. 


콩을 발효시키는 방법은 나라마다 독자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발전했다. 중국은 치, 지앙, 한국은 된장, 간장, 일본은 미소, 소유라고 한다. 제조 방법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소비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가령 일본인과 한국인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페이스트로 국을 끓여 자주 먹는다. 미소는 양념이 아니라 국의 주재료다. (본문 중에서)


시작은 나쁘지 않았는데, 된장, 미소가 아니라 미소라고만 해서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우리는 된장으로 국만 끓여 먹지 않는다. 된장 그 자체를 먹기도 하고, 된장 고추박이처럼 음식에 활용되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먼저 문호를 개방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우마미 즉 감칠맛은 발효식품에서 나는 맛으로 일본인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가 창안했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을 기본적을 구분한다. 이 같은 맛의 도식화는 기금도 논란이 된다. 실제로 바닐라, 꽃, 후추, 고추 등의 맛은 이 도식에 들어맞지 않는다. 아시아인들은 기본적인 네가지 맛 외에도 톡쏘는 맛, 매운 맛, 기름진 맛, 담백한 맛을 인정한다. 일본인들은 우마미를 혀에서 느끼는 감칠맛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우마미는 구미를 당기고 입속에 오래 남는다. 이것은 신맛, 짠맛, 단맛, 쓴맛으로 분류되지 않는 깊고 풍부한 맛이다. 우마미가 있는 음식을 맛보면 다들 맛있다고 느끼지만 딱 꼬집어 뭐가 어떻게 맛있다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우마미는 음식물 속의 이노신산, 과닐산, 글루탐산 등이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내는 맛이다.


글루탐산은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낸 음식의 깊고 풍부한 맛을 책임진다. 일본 요리의 육수를 내는 가다랑어나 니보시에는 이노신산이 풍부하다. 과닐산은 온각 종류의 버섯에 들어 있다. 따라서 발효식품은 우마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발효식품 없이는 우마미가 구현되지 못한다.


발효의 맛은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보다는 간접적 반향, 한 끗이 다른 향, 오래 남는 깊은 끝맛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도쿄대학 화학과 교수가 창안한 이 우마미 개념을 식품 산업은 제 배를 부리는 데 써먹었다. (우마미의 화학적 성분을 밝혀내게 된 에피소는 생략) 이케다 박사는 육류의 아미노산 추출 기법에 영감을 받아 처음으로 화학간장 제조법을 개발했다. 이로써 식품 산업이 전통 발효 식품을 밀어내고 위세를 떨칠 준비를 끝냈다.


식품업계는 오랜 수고를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깊은 맛을 우마미를 빙자하여 그저 MSG나 다른 첨가물로 대체했다. 그런 첨가물들은 조악한 저질 식품조차도 입에서는 그럭저럭 먹을 만하게 위장시켰다. 세계 최대 MSG 생산 국가인 일본과 한국이 식품 광고에서 유독 감칠맛을 강조하는 게 과연 우연일까? (본문 중에서)


우마미는 가짜 맛인가?에 대한 내용의 일부다. 프랑스인 전문가가 보는 감칠맛에 대한 평은 이런 것이구나 했다. 감칠맛이 나쁜게 아니라, 그걸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MSG가 나쁘다는 의미인가? 자기네들은 감칠맛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와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거 같아 기분이 또 상했다. 간편하지만 맛을 내기 위해 MSG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이 더 많은데 유독 그 부분만 확대해서 본 거 같다. 



동유럽 국가, 한국, 일본처럼 발효식품의 전통을 잘 이어나가는 나라를 제외하면, 어떤 먹거리든 약간의 물과 소금만으로 장기보존 할 수 있다는 사살을 다들 잘 모른다. 한국은 조상들의 발효 지식이 잘 남아 있는 나라다. (본문 중에서)


나름 좋게 표현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 싶다. 세계의 토착 발효음식 지도에 우리나라는 고작 김치 하나만 있어 뜨악했다. 아니 된장과 간장을 우리가 일본에 전파했다고 하더니, 일본은 쇼유와 낫토, 미소 그리고 사케 등 8개나 해놓고 우리는 고작 하나. 홍어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 그리고 막걸리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확실해졌다. 작가는 우리나라 발효음식에 대해 너무 모른다. 이래서 김치를 한국의 슈크루트(양배추를 발효시킨 고전적인 프랑스 알자스 요리)라고 표현했나 보다. . 


발효음식을 인문학 관점으로 바라보는 건 좋았는데, 발효음식 자부심이 엄청난 우리나라를 생각보다 덜 다룬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거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한부분에 치중해서 본 거 같기도 하지만, 좋은 내용이 훨씬 더 많이 담겨 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발효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가장 오래된 식생활이다.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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