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내내 든 생각은, 사건이 발생하면 반짝하지만 곧 시들해지고 어느새 잊혀진다. 그걸 알면서도 그는 왜 포기하지 않았을까? 희망보다는 절망만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오면서, 그저 눈 한번 감으면 그만일텐데, 왜 왜 왜?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국종 교수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보내지만, 만약 나라면 벌써 포기하고 외래 받고 수술하고 연구하는 여느 외과 의사가 됐을 거다.
너무 몰랐다. 이국종 교수는 물론 중증외상센터를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다. 2012년에 마봉춘에서 방영한 골든타임이다. 이성민이 연기한 최인혁이란 역할이 이국종 교수임을 그때 알았고, 더불어 중증외상에 대한 것도 함께 알게 됐다. 드라마보다 먼저 아데만 여명작전을 뉴스를 통해 봤지만, 솔직히 그때는 잘 몰랐다. 아주대학병원에 이국종이라는 의사가 있고, 해적으로부터 총상을 입은 선장을 구해냈다. 그저 결과만 기억할 뿐, 그 속내는 책을 읽지 않았으면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드라마때문에 골든타임이라고 많이 알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골든아워다. 중증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다.
한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외상 환자가 수술이라도 받다가 사망하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 현실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빠른 시간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길에서 죽어나가고, 이런 죽음의 기록은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라는 허망한 숫자로만 표기될 뿐이다. 외상외과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들이고, 정책의 스포트라이트는 없는 자들을 비추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골든아워는 이국종교수가 이끄는 아주대학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역사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편,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편, 총 두권으로 되어 있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그때, 그곳은 월드컵 4강의 신화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그날 바다에 헬기를 타고 바로 날아갔지만, 벗어나라는 명령만 받았다. 아데만 여명작전과 북한군 병사를 구해내면서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져 갔지만, 관심만 있었을뿐이다.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고, 이국종법도 통과가 됐다고 하기에,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수시로 이륙해야 하는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고,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해서는 빠른 이송이 가장 중요한데 이런저런 이유로 환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나마 이건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왜냐하면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에서 중증외상센터는 우선순위가 아닐테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너무나 관심이 없다. 만약 중증외상 환자의 대부분이 정치인, 고위층 등 돈 많은 사람들이었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든 종합병원마다 중증외상센터가 다 있고, 의료전용 헬기도 병원마다 여러대 보유를 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찬밥이다.
2009년 외상외과에 혼자 있을때 1년간의 적자는 8억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2010년 정경원이 합류해서 열심히 진료하고 수술하니 불과 8개월만에 적자가 8억원을 넘어섰다. 권준식 등이 합류하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중증외상 환자의 집중도가 증가하자 적자는 더 늘어났다. 2012년에 기획팀장이 나를 찾아와 2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이며 외상외과의 ABC 원가분석 보고서를 내밀었다. 나는 말없이 보고서를 받아 펼쳤다.(분문중에서)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원론적으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 왜 지속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지가 오래다.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이 유일한 장점이었으나, 그것을 위한 대가는 너무 컸다. 쉴 새없이 고꾸라져 나가는 팀원들을 볼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분문중에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좋아한다. 하지만 무겁고 불편해서 들고 다니지 않다보니 책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겜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 리디북스를 다운받았다. 첫달은 무료, 두번째달부터 6,400원을 내야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골든아워를 시작으로 지금은 11문자 살인사건, 탐정클럽, 호숫가 살인사건 등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흠뻑 빠져있다.
헌혈자들이 급감했고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과 다를바 없는 O형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피는 현대의학으로는 대체제가 없고, 피 없이는 환자들이 죽어나간다. 과학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이 펼쳐 나갈거라는 의료혁명의 물결은 중증외상같은 외과적 문제에는 전혀 존재감이 없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고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대체제가 없다는 피, 그리고 어떤 혈액형이더라도 피를 줄 수 있는 O형, 그래 맞다 내 혈액형은 O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헌혈밖에 없지만 이거라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어느 분에게 가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한 헌혈로 인해 누군가가 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은 불규칙적으로 헌혈을 했는데, 이제는 정기적으로 할 생각이다. 전혈일 경우는 2개월마다 할 수 있다고 하니, 1년에 6번 2019년 나의 소박한 목표 중 하나다.
그리고 "이국종 교수님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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