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갑을관계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갑질은 크던 작던 영원할 거라고 본다. 이번 주 PD수첩을 보고, 갑질이 없는 세상은 없구나 했다. 사립유치원 사태는 아이를 볼모로 갑(원장)과 을(학무보)이었다. 하지만 PD수첩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편은 갑은 교장, 을은 학생이다. 성인이 된 후, 한 번쯤 경험을 할 텐데 굳이 지금... 그것도 완전 하드코어하게 갑질을 배우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상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교장은 파면, 그 부인인 행정실장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는데, 여전히 교장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교육청에서 조치가 내려졌으니 그에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해당 학교는 사립고등학교다. 만약 2005년에 사학법이 개정됐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땅콩회항'은 워낙 유명하니, 갑질의 대명사라고 해도 될 거 같다. 4년 전, 땅콩 봉지를 뜯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장만이 할 수 있다는 비행기 회항을 오너 딸이 했다. 몇 년 후 물컵에 공사장 갑질까지 '갑질 = 대한항공 모녀'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아이에게 소리치는 동영상까지 그 엄마의 그 딸이다. 그녀들의 사자후는 아무래도 유전적인 요인이 큰 거 같다. 이렇게 갑질을 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피해자는??? 

 

즐겨보는 관훈라이트클럽에 박창진 지부장이 게스트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거다. 유튜브를 보자마자 리디북스로 검색을 하니 전자책이 있다. 바로 다운을 받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저 뉴스로만 접했던 땅콩회항 사건의 전모를 시작으로 그날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그에게 했던 다양하고 다채로운 갑질들이 뺴곡하게 들어있다. 

 

플라이 백(Fly Back)은 비행기를 되돌리는 회항을 일컫는 용어다. 내 이름은 박창진이다.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거처럼 나는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불합리한 명령으로 비행기에서 쫓겨나 12월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이던 새벽 뉴욕 JFK공항에 홀로 남겨졌다. 그 후유증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뒤통수에 어른 주먹만 한 종양이 자라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또한 팀장 신분으로 항공기 객실을 책임지던 위치에서 하루아침에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당해 신입에게 주어지는 일을 하는 등 회사의 핍박을 견디는 동시에 온갖 유언비어와 모함에 시달려왔다. (중간 생략)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을 외면하고 살았던 20여 년은 대체로 회사에 인정받아온 세월이었다. 2014년의 그 일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일요일 아침드라마였던 걸로 기억한다. 김혜수가 승무원으로 나왔던 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승무원에 대해 꿈을 꿨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 속 그녀들은 롤모델로 삼고 싶을만큼 흠모했는데, 책(현실)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대한항공, 하지만 실상은 오너 가족이 최최최우선이었다. 오너가족만을 위한 엄청난 두께의 매뉴얼에, 탑승을 하게 되면 사전에 교육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예능에서나 봤던 엑스맨이 대한항공에 실제로 있었다. 비밀리에 엑스맨으로 지정된 승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비행 편의 모든 것으로 평가하고 기록해 보고하게 했단다. 드라마 짝에서는 동료애가 엄청났는데, 현실은 동료라 쓰고 적이라고 읽어야 했던 거다. 땅콩회황 이후 그는 회사에 적이 됐고, 그에게 가해진 엄청난 일들은 어찌 보면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회사가 회사답지 못해서다. 잘못이라고 말을 했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 게 맞는데, 잘못했다고 말한 사람을 왕따를 시작으로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갑질을 한 당사자는 아주 잠깐의 창피함 뒤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다시 고위직으로 돌아온다. 수직관계의 갑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갑질은 영원불변이다.

조직의 비리를 눈감지 않고 세상에 알리는 사람을 내부 고발자라고 한다. 그로 인해 진실을 알게 된 점은 좋으나, 이 책을 쓰고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오너이지만, 직원들은 노예가 아니다. 구박받은 며느리일수록 더 나쁜 시어머니가 된다고 한다. 갑질은 사람이 아니라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 주는게 아닌가 싶다. 갑을 관계라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라면, 갑질은 탄생하지 않았을 거다. 

자고로 인간에게는 공감능력이 있다. 내가 당하지 않았다고 모른척하지 말고, 공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수직에서 수평으로 갑을관계가 변화해 갔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