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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한 달에 6,500원은 꽤나 달콤하다.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지만 무겁다, 짐만 된다는 이유로 종이책을 멀리했었다. 전자책은 편리하지만, 종이를 넘기는 맛이 없어서 또 멀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책을 달고 산다. 왜냐하면 아까운 내돈 6,500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읽을 책은 계속 쌓여만 가는데, 아직도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살짝 물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끝까지 달려볼 생각이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것일까? 아니면 독서보다는 딴짓을 더 많이 하는 것일까? 작년 11월에 다운받은 책 중 골든아워가 2권이니 총 5권을 읽었다. 그나저나 책 리스트가 다 살인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겁나게 사랑하고 존경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의 소설을 참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내서재에 있는 전자책 중에서, 탐정클럽, 11문자 살인사건 그리고 백마산장 살인사건을 읽었다. 연달아 추리소설을 읽다보니, 피로감이 몰려오지만 또 어느새 푹 빠져있게 된다. 느낌은 비슷한데, 읽다보면 또 다르니깐.


백마산장 살인사건은 시작부터 독특하다. 같은 곳에서 해다마 사람이 죽는다. 한번은 절벽같은 곳에서 떨어져 죽고, 한번은 약을 먹고 자살을 한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3년째 약을 먹고 자살은 한 남자의 여동생과 친구가 오빠의 죽음이 타살이지 않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오빠가 죽었던 1년 전과 같은 날 산장을 방문한다. 현실이 아니라 소설 그리고 추리소설이다보니, 이야기의 설정 역시 독특하다. 매년 겨울,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정해져있다. 죽은 사람만 처음이지, 나머지 사람들은 해마다 겨울이 오면 산장에서 만난다. 


이때부터 동생에 감정이입이 되어, 오빠의 죽음이 정말 자살인지? 타살이라면, 누가 죽였는지? 같이 추리를 시작했다. 우선 오빠의 죽음이 자살이라는데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그건, 밀실이다. 명탐정 코난을 즐겨보는 입장에서 밀실은 참 낯익은 소재다. 밀실을 풀 수 있으면 오빠의 죽음은 타살이다. 방마다 걸려있는 독특한 벽걸이와 그 안에 담긴 시(노래) 구절. 이게 오빠의 죽음을 밝히고, 더불어 살인사건을 푸는 열쇠가 된다. 모든 방에 있는 머더구스(Mother goose)를 해석하라~


또 한사람이 죽는다. 자살로 위장을 한 살인사건이다. 살짝 지루할뻔 했는데, 다시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죽음은 다 연결되어 있고, 사건은 3년 전에 죽은 그남자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남자의 죽음은 오빠를 부르게 했고, 오빠의 죽음은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들을 부르게 했다.


"오빠가 이 숙소에 전해지는 머더구스에 얽힌 주문의 의미를 조사했다는 것은, 이 중에서도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오빠가 왜 그렇게까지 주문에 집착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여쭤본 결과 2년 전에 가와사키 가즈오라는 사람이 죽은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오코는 마코토가 셰프에게서들은 가와사키 가즈오의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뒷얘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본문 중에서)


그저 순진한 여대생과 추리소설 팬이기 하지만 역시나 여대생 2명이 사건을 풀 수 있을까? 경찰도 그저 방관자처럼 보이고, 다른 소설에 비해 캐릭터가 영 부실하구나 했다. 하지만 범인같았던 수상한 인물이 알고보니, 그녀들을 도와주는 수호천사였다. 그리고 엄청나지 않지만 신파같은 반전을 몰고 온 인물까지, 추리소설치고는 끔찍함도, 긴장감도, 떨림도 없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잘 이끌어냈다. 특히, 밀실을 푸는 방법은 그야말로 놀라움이었다. 


우선 탐정클럽부터, 책 표지에 모든게 다 나와있다.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추리단편소설로, 5가지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각각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들은 동일인물이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경찰대신 자신이 속해있던 클럽 사람을 부른다. 이들이 어떻게 사건을 푸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3일이나 일주일 후 항상 범인이 누구인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숨은 진실까지 낱낱이 밝혀낸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의뢰인에게 맡기고, 그들은 아무일 없듯 사라진다. 짧아서 지루하지 않았는데, 추리소설임에도 긴박감은 전혀 없다.   


11문자 살인사건은 명탐정 코난은 아니고, 소년탐정 김전일였던가? 암튼 추리만화에서 봤던 내용과 너무 흡사해서 당황했다. 처음에는 예전에 읽었나 했는데 결론이 다르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소재가 되는 섬에서의 일과 그리고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은 정말 똑같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오마주해서 만든 만화아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유추해본다. 


11문자 살인사건은 추리소설가가 사건을 푸는 인물로 나오고, 가장 의심스런 인물은 역시나 범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범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하고 싶은데, 사실 의심을 했다. 범인은 언제나 가까운 곳(인물)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운하지 않은 결말은 옥의 티다.


그나저나 앞으로 히가시노 소설이 5권이나 남아있다. 카레도 일주일내내 먹으며 물리듯, 지금 읽고있는 호숫가 살인사건이 끝나면 다른 장르의 책으로 머리 좀 식히고 와야겠다. 편식은 싫어하는 것을 먹지 않아서 좋지만, 몸에는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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