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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다. 아침 먹고 미드 좀 보다가 광화문으로... 아~ 맞다. 지난주로 끝났지. 앞으로 두어번 더 한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촛불집회는 끝이 났다. 예전의 토요일로 돌아왔는데, 딱히 할일이 없다. 개근을 한 것도 아닌데,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 차라리 늦잠이라도 잤다면, 덜 억울했을텐데, 너무 일찍 일어났다. 세수까지 다 했으니,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야 할 듯 싶다. 딱히 갈곳을 정한 건 아니지만, 광장대신 체육관으로 촛불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광명으로 갔다.



뚝섬 나눔장터는 4월부터 한다고 하니, 올해 첫 나눔장터는 광명이다. 딱히 무언가를 사려고 가는 건 아니지만, 여기도 시장은 시장이니깐. 전통시장과 다르고, 마트와 다르고, 나눔장터는 그 나름대로 매력 있다. 우선 전문적인 상인이 없어서 좋다.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대부분 나와 같은 일반 시민이다. 중고장터답게 본인들이 썼던 물품들을 갖고 나온다. 그렇다보니, 성장이 멈춘 어른용보다는 아기, 어린이용 물품들이 많다. 고로 내가 쓰기 위해 살만한 물건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혹시나 괜찮은 물건이 있지 않을까 싶어, 멀지 않은 곳에서 나눔장터를 한다고 하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쓰윽 가본다.


내가 생각하는 나눔장터의 매력은 풋풋함과 순수함이다. 흥정을 할 수 있고, 덤을 달라고 하기도 하고, 뭐니뭐니해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 남이 쓰던 물건이라서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잘 찾아보면 나름 괜찮은 것을 득템하기도 한다. 



종이팩 1kg을 갖고 오면 화장지 1롤을, 폐건전지 20개를 가져오면 새 건전지 1세트(2개)를 준단다. 폐건전지는 따로 모으지 않고, 전용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앞으로는 모을까?



나눔장터의 장점, 가격이 착해빠졌다.



파란색을 좋아하며, 공룡과 로봇에 관심이 많은 남자아이인 거 같다. 



누가 와서 물건을 고르거나 말거나, 과자와 책에 빠져있는 아이.



나도 엘사 옷 입고 싶은데...



나눔장터내 어린이장터가 따로 있어, 꼬마 사장님들을 많이 만났다. 무슨 물건이 있는지 봐야 하는데, 신스틸러 꼬마사장님땜에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나눔장터의 의미를 알까? 자원순환이자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까?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렇게 나와서 직접 경험하는게 더 중요하니깐.



나눔장터는 벼룩시장과 비슷하다. 



"나두 드레스 입고 싶어요~"



딱봐도 딱지 갖고 놀만한 나이인데, 팔겠다고 한다. 왜 파냐고 물어보니, 시크하게 "딱지 갖고 놀 나이가 아니거든요." 오호~ 



추리들어간다. 아마도 부모는 아이에게 오늘 어디 가는지 자세히 말을 해준 거 같다. 아이에게 내다 팔만한 물건을 스스로 고르게 한 거 같다. 아이는 얼마나 고민하고 고심했을까? 아이에게 오늘은 완전 뜻깊은 하루가 될 거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더니, 하나하나 예쁘게 정리하는 꼬마 사장님.



형제는 아닌 거 같은데, 혼자서 장터를 지키는 참 기특한 아이들이다. 



나눔장터는 야외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늘막이 있긴 하지만, 빛을 다 차단할 수는 없는 법. 햇빛 차단에, 힘들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까지, 고수의 느낌이 물씬 난다. 한두번해본 솜씨가 아닌 거 같다. 나눔장터 구경 중 가장 놀랐던 장면이었다. 장터라고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거 같지가 않다. 놀면서 큰 돈은 아니지만 돈도 벌고, 아이에게는 경제와 환경 교육까지 일석삼조가 아닐까 싶다.



한바퀴 돌고 난 후 잠시 쉬는 중. 우선 가볍게 아이쇼핑을 했으니, 본격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찾아 다시 저 안으로...



아이용품들 속에서 찾은 어른 옷 코너. 그런데 내가 입으면 소화불량이 될 듯 싶다. 리미티드 에디션인데, 내 취향은 아니다.



눈길을 끄는 물건들인데, 내꺼는 없는 거 같다. 



양말로 만들었다는, 수제 인형. 보들보들 앙증 귀욤은 맞는데,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어릴때는 인형만 보면 미쳐서 날뛰었는데, 철없는 어른이긴 하지만 어른은 어른인가보다. 끌림이 전혀 없다.



인형에 옷에 신발에 이불까지 물건은 다양한데 똑같은 건 없다. 나눔장터의 정석을 보여주는 거 같다.



나눔장터는 중고물품이 대부분이지만, 여기 채소와 과일은 모두다 신상이다. 



아마도 이날 최대 수혜자는 체육관 옆에 있는 중국집이 아닐까 싶다. 밖으로 나가서 놀고 싶다는 꼬마 사장님들에게 장터를 지키게 하기 위해서는 짜장면만한 특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장터를 구경하는 건지, 짜장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덕분에 저 오토바이, 진짜 많이 봤다. 학습의 효과가 무섭다고 하더니, 결국 이날 짜장면을 먹고야 말았다.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나누면 자원이 된단다. 내게 필요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 된다. 지금까지 버리기는 아깝고 갖고 있자니 짐이 되는 물건들이 좀 있는데, 이참에 모아모아서 한번 장터에 내다 팔아봐야겠다. 어른용이라서 인기는 별로 없을 거 같으니, 조카랑 동업을 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종합 백화점으로 만들어야겠다. 



▩ 광명 나눔장터는 3월 18일부터 10월 중순까지 첫째주(광명 시민체육관), 셋째주(광명돔 경륜장) 토요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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