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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작년부터 그렇게 바라고 원했던 계란후라이를 드디어 만났다. 다량의 기름과 웍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계란후라이 하나 하자고 엄청난 기름을 사용한다면, 엄마의 매서운 등짝스매싱을 각오해야 한다.

고로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포기했었다. 그런데 부천 어느 작은 중국집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인생" 계란후라이가 올라간 잡채밥을 만났다. 경기 부천시 원미동에 있는 복성원이다.

 

일부러 찾아간 건 아니다. 원미구청에 일이 있어 소사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힘들게 찾아 가던 중,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다. 어차피 점심을 먹어야 해서, 찾다보니 글쎄 수요00회와 삼00왕에 나왔던 그 곳이 구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백짬뽕으로 유명하다는 저 곳, 오호라 오늘 뭐먹지는 바로 짬뽕이구나 했다. 그런데...

 

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또 유명한 중국집이 있다고 나왔다. 태원은 짬뽕이, 여기는 잡채밥으로 유명하단다. 면을 먹을까? 밥을 먹을까? 현재시간 9시 50분, 우선 일부터 한 후, 결정하기로 하고 원미구청으로 갔다. 골목을 두고, 유명한 중국집이 두곳이나 있다니, 참 좋은 동네다. 울동네는 배달 중국집만 많은데...

 

11시 30분, 내가 첫 손님인 거 같다. 주인장 내외분이 앉아 있다가, 남편은 주방으로 아내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구경만 하는 나에게 뭐 먹을거라고 물었다. 잡채밥이 유명하는 걸 알고 왔기에, 잡채밥으로 주문을 했다. 얼마 후, 주방에서 웍을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얼굴만 나오지 않으면 된단다. 

 

복성원은 물만 셀프가 아니다. 처음에는 물컵과 단무지와 김치를 갖다 주지만, 더 필요할 경우는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한다. 서비스가 별루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인장 내외분의 연세가 있으시다. 주방으로 가실때,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였는데, 더 늦기 전에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영업시간은 11시부터 5시까지, 일요일은 휴무다. 

 

'아닙니다. 이렇게 나마 먹을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삼선, 새우, 잡채밥에는 짜장 소스가 없다. 볶음밥이 좋다면, 굳이 짜장소스는 없어도 되니, 상관없다.

 

단무지, 양파 그리고 김치와 춘장. 

 

잠시 뒤에 나온 짬뽕국물. 그냥 평범했다. 다른 곳에 비해 간이 강하지 않아서 그나마 좋았던 걸로.

 

중국집치고는 음식이 나오는데,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첫 손님이다 보니,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 듯 싶다. 내가 오고 나서, 여자 손님 한명, 잠시 뒤 남자손님 한명 그리고 다 먹었을때 남자손님 2명이 들어왔다. 모든 이들이 주문한 메뉴는 하나같이 잡채밥이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같은 음식을 주문한 건, 다 이유가 있다. 

 

복성원의 잡채밥(8,000원). 왼쪽에는 잡채, 오른쪽에는 볶음밥 그리고 센터는 환상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계란후라이.

 

중국식 넙대대 당면이 아니라, 그냥 일반 당면이다. 약간의 돼지고기와 버섯 그리고 호박과 당근. 매콤해 보이지만 전혀, 간도 강하지 않고 딱 적당하니 좋다. 

 

고슬고슬, 밥 알 하나하나 기름에 코팅이 된 듯, 살아 있다. 볶음밥이니 그릇에 기름이 좀 있어야 하는데, 거의 없다. 이런 볶음밥, 진짜 오랜만이다. 기름지거나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고 담백하다. 이런 볶음밥은 굳이 짜장소스가 필요없다. 그건 볶음밥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잡채가 3등이라면, 볶음밥이 2등. 1등은 단연코 뭐니뭐니해도 계란후라이다. 인생 계란후라이라고 해도 될만큼, 웍에 기름을 많이 넣고, 튀기듯 만든 노른자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계란후라이다. 

 

흰자는 타지 않게 그러나 바삭하게 튀김처럼, 그래 이 맛이야가 아니라, 그래 이게 계란후라이야.

 

숟가락을 들고 가볍게 터치를 한다. 그러면 잠자고 있던 노른자가 샤르르~ 이거이거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볶음밥과 계란후라이가 훌륭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잡채. 사진을 찍다보니, 살짝 불어서 더더욱 그랬다. 

 

입 안에서 따로 놀 정도로, 밥알 하나하나 살아 있는 볶음밥. 잡채밥이니, 잡채와 볶음밥을 한데 섞어서 먹어야 하는데 싫다. 

 

고소함의 끝판왕이다. 이번에도 비벼서는 안된다. 볶음밥 위에 노른자를 살짝 덧입히는 방법으로 볶음밥이 눅눅해지기 전에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렇게 먹기 싫었지만, 그래도 한번 모아봤다. 볶음밥 위에 잡채 그리고 입 안에 넣으면 바스락 소리를 내는 계란후라이까지, 히힛^^ 행복하다. 그러나 역시 따로따로 먹는게 더 좋다. 볶음밥이 워낙에 훌륭하니, 잡채는 반찬처럼 비비지 않고 먹었다. 

 

아껴둔 계란후라이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행복했던 점심식사를 끝냈다. 오른쪽 볶음밥 자리에는 계란 노른자의 흔적만 있을뿐, 기름의 흔적은 거의 없다. 

 

중국집 계란후라이의 정석을 이제서야 만났다. 인생 계란후라이라고 할만큼, 진짜 좋았다. 복성원에 찾아가는 방법도 알아냈으니, 아무래도 잡채밥 먹으러 곧 다시 갈 거 같다. 이렇게 든든하게 먹고, 혹시나 해서 태원에 가봤다. 날이 추워서 사람이 없겠지, 방송에 나온지 한참 됐으니 사람이 없겠지 했는데, 예전만큼 긴 줄은 아니었지만 5~6명 정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원의 백짬뽕도 먹고 싶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복성원의 볶음밥을 먹으러 갈 듯 싶다. 다음에는 잡채밥이 아니라, 삼선 또는 새우 볶음밥을 먹어야지. 이유는 잡채밥보다 밥을 더 많이 줄 거 같아서다. 만약에 볶음밥에도 곱배기가 있다면, 곱배기로 먹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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