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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은 작년에 처음으로 갔고, 이번이 두번째다. 한번만 가본 지역이 대부분이니, 익산은 그나마 자주 간 곳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 두번이나 간 익산에서 두번이나 들른 곳이 있다. 만약에 익산에 또 가게 된다면, 어김없이 또 가지 않을까 싶다. 익산의 마무리는 항상 여기, 익산역 가기 전에 꼬옥 여기, 처갓집 김밥이다.



작년에 익산에서 처음 먹었던 황등국밥집 육회비빔밥. 비빔밥에 함께 나온 선짓국에 하이트까지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었다. 식당에서 익산역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산책삼아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을 했다. 앞으로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뭐하면 좋을까 싶어 역 주변을 어슬렁어슬렁거렸다. 딱히 뭐가 먹고 싶은 맘은 없었다. 그냥 할일도 없고 해서 돌아다니다가, 내 눈앞에 니가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는 익산역 가기 전에 먼저 여기부터 갔다. 이제는 정규코스가 된 거 같다. 배가 고파도, 배가 불러도, 멸치고추김밥은 꼭 먹어야 한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 그냥 역근처 분식집인 줄로 알았는데, 익산 최초 원조 꼬마김밥 전문점이란다. 처음에는 그냥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저 글에 혹해서 들어갔다.



사실 꼬마김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대단하겠어 이랬다. "처갓집김밥의 멸치고추김밥은 향긋한 깻잎과 남해안 최고급 멸치와 청양고추를 넣어 만들어서 얼큰하고 색다른 김밥으로 남다른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딱 봐도 과대포장인데 속으로 이러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간 이유는 그냥 시간이 많아서, 딱히 할일이 없어서라고 해두자. 



문 앞에는 만두가 익어가고 있고, 문을 열면 바로 뜨끈뜨끈한 순대와 오뎅이 방긋 인사를 하고 있다. 



그냥... 뭐... 평범한 분식집.



처갓집답게 세트메뉴가 독창적이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제, 처남세트란다. 세트메뉴로 먹고 싶지만, 포장이 안되니 참아야 한다. 익산역에서 용산역까지 KTX를 타면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팟캐스트를 듣거나, 올레티비로 뉴스를 보면서 올라오는데, 허기짐이라고 하기에는 배가 부르니, 심심함이라고 하자. 입이 그렇다. 잠을 자기엔 부족하고, 눈과 귀는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입은 놀고 있을 수 없나보다. 허전하고 심심한 입을 위해, 여기서 먹지 않고 꼭 포장을 한다. 고로 면 종류는 먹은 적이 없다. 식사류는 너무 과하니, 가볍고 적당한 건 바로 꼬마김밥이다. 



작년에는 입이 너무 심심하다고 해서 멸치꼬마김밥과 함께 만두까지 샀다. 기차 시간에 맞춰 포장을 하고, 바로 익산역으로 간다. 플랫폼으로 올라가서 5분 후, 서울로 가는 KTX가 도착한다.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아직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만두과 김밥을 꺼낸다. 김밥 한번, 만두 한번 그렇게 심심한 입에게 일거리를 줬다.



이번에는 단촐하지만 멸치꼬마김밥만 포장을 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주문을 할때 언제나 청양고추를 더 넣어달라고 한다. 지금도 충분히 매콤한데 더 넣어줄까요라고 다시 물어보면, 더 넣어 달라고 한다. 주인장의 배려라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많이 맵지않다. 그런데 간혹 엄청나게 강한 매운맛이 올때가 있다. 균일하게 청양고추를 더 넣어준게 아닌가 보다. 혼자 복불복 게임을 하듯,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찔끔나는 매운맛이 올때가 있다. 대체적으로 어쩌다 한번인데, 가끔은 연달아 매운맛이 올때도 있다. 



달달한 멸치볶음에 향긋한 깻잎 그리고 알싸한 청양고추를 감싸는 밥과 김. 좋은 김을 쓰고 있는지, 시간이 지난 후에 먹어도 김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청양고추가 덜 들어있는 부분은 달달한 멸치볶음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딱히 특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끌리는 맛이다. 


타자마자 꺼내고, 10분도 안돼 꼬마김밥을 다 해치운다. 서울까지 가려면 아직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이제 뭘 해야 할까? 이것도 나름 밥이라고, 다 먹고 나면 졸음이 솔솔 찾아온다. 알싸한 청양고추가 주는 기분좋은 매콤함과 달달한 멸치볶음의 조화. 그리고 고슬고슬한 밥과 맛좋은 김까지, 3,000원이 주는 커다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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