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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하게 툭 만든 수제비. 모양도 크기도 굵기까지 제각각인 수제비. 그러나 그 속에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졌다. 화려하거나 세련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친근함과 정겨움이 느껴졌다. 용두동(용두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에 있는 고향식당이다.



용두동,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분기마다 한번은 가게 된다. 갈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여긴 진짜 먹을데가 없다. 그동안 동대문이나 종로로 나와서 끼니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식당을 검색할때, 무슨 동 맛집, 무슨 역 근처 맛집, 요딴 키워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백이면 백, 다 광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용두역 근처 맛집으로 검색을 했다. 30분이 넘도록 검색을 했지만, 용두역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검색을 했고, 관련 글을 본 후 절대 광고성 글이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칼국수집이에요."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찾아갔다. 



늦은 점심이라서, 손님이 없다. 들어가기 전에 주인장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해맑게 웃으시면서 들어오란다. TV조선을 열심히 보고 계신 주인장 할머니, 볼만한 프로그램도 많을텐데, 왜 하필... 단골이었다면, 다른 곳을 보세요라고 말했을테지만, 첫방문이라서 참기로 했다.


테이블이 5개 정도 있는 작은 식당이다. 안쪽 자리가 따뜻하다는 해서 앉았다가, 나중에 엉덩이가 뜨거워서 혼났다. 방석이라도 깔고 앉았으면 괜찮았을텐데, 테이블 밑에 있는게 아니라 할머니가 앉아있는 곳에 방석이 있어 그냥 앉았다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먹었다. 



이 가격이 맞나 싶다. 칼국수가 메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수제비를 좋아해서 수제비로 주문했다. 주문을 하니, 방송을 보고 계시던 할머니는 주방으로 가셨고, 할아버지는 차가운 물과 뜨신물 그리고 수저통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음식은 할머니가 하시고, 서빙과 계산은 할아버지가 하시는 거 같다.



주문을 하면 만드는 시스템인 듯 싶다. 10여분이 지나고 할아버지께서 상을 들고 나오셨다. 할머니는 아까처럼 티비 삼매경에 빠지셨다. 쟁반에 있던 음식들을 하나씩 테이블에 올리고, 쟁반은 들고 갈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저대로 먹어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그냥 먹기로 했다. 



수제비에 왠 물김치? 국물은 좀 달았고, 배추는 숨이 절대 죽지 않은 생배추다. 겉절이 대신 겉절이스러운 물김치인 듯 싶다.



익은 배추김치. 젓갈을 많이 들어가지 않은 듯, 깔끔하니 좋았다. 배추김치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거 같은데, 밑반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묵언수행을 각오해야 하지만, 알싸하고 상큼한 마늘장아찌. 이거 완전 밥 아니 수제비 도둑이다. 피클, 단무지가 형님하고 인사를 해야 할 거 같다. 



밑반찬에 이어, 양념 삼총사, 사진에는 없지만 후추까지 있다. 왼쪽부터 양념간장, 고추가루 그리고 청양고추. 취향에 따라 넣으면 된다. 



그런데 1인상인데, 반찬을 너무 많다. 인심 좋고, 손도 큰 주인장이지만, 남기면 쓰레기가 되므로 덜어서 먹기로 하고 앞접시를 달라고 했다. 계산할때, 할어버지에게 반찬을 너무 많이 줬다. 못 먹고 남기면 다 버려야 하는데, 너무 아깝다. 적게 줘도 충분할 거 같다고 하니, 그냥 웃으신다. 늘 해오던 습관이라서 양 조절이 안되시는 거 같다. 원래 많이 담아주시니, 처음부터 적게 달라고 하거나, 이렇게 덜어먹는게 방법일 듯 싶다. 설마 먹던 숟가락으로 덜어 먹었을까? 그정도로 바보는 아니라서, 반찬용 숟가락을 따로 만들었다.



참 소박하다. 딱 봐도 화려함은 절대 없다. 멸치육수일 거 같은데, 멸치향이 강하지가 않다. 바지락이나 감자같은 재료는 없고, 그저 수제비(5,000원)와 김가루 그리고 깨가 전부다.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 여기 수제비도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혹시 부족할까봐 이렇게 밥까지... 남자일 경우, 밥 양이 훨씬 많다고 한다.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국물간을 보니, 좀 간간하다. 양념간장대신 뜨신물을 몰래 넣고, 옅어진 국물에 청양고추를 팍~



개인적으로 고추가루가 주는 매운맛보다는 청양고추가 주는 깔끔한 매운맛을 더 좋아한다. 양념추가는 오로지 청양고추만.



이제야 원하던 국물이 됐다. 청양고추로 인해 기본 국물맛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알싸한 국물이 참 매력적이다.



무심하게 뚝 던져넣은 못난이 수제비. 자고로 수제비는 개성이 강하고 못생겨야 더 맛있는 거 같다.



마늘장아찌를 올려서 먹어도 좋고.



배추김치를 올려서 먹어도 좋다. 야들야들한 수제비가 나오기도 하고, 엄청 두툼한 수제비가 나오기도 한다. 자고로 수제비는 균일과 균등보다는 제멋대로가  더 맛있는 거 같다.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어야 하는데, 수제비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른다. 촬영 후 밥은 다시 뚜껑을 닫았고, 반찬은 진짜 덜어서 먹기 잘한 거 같다. 그냥 먹었더라면, 다 쓰레기가 됐을텐데... 



거의 다 먹어갈 무렵, 할아버지께서 요구르트를 들고 오셨다. 디저트란다. '덕분에 한그릇 잘 먹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찬양을 줄이는게 좋을 듯 싶다. 저 많은 반찬을 다 버리면 엄청 아깝기 때문이다. 혹시 음식재... 안하시겠지. 김치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을 먹으러 또 갈 거 같은데, 그때는 무조건 조금만 달라고 해야지. 인심 좋은 주인장이라서 반찬을 많이 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적당히 딱 먹을만큼 주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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