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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기차게 갔던 곳, 해가 바뀌고 봄이 왔다. 나만의 혼술집이라 여겼던 곳인데,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낯설다. 혼자만의 외사랑이었나 보다. 당산동에 있는 더핸드다.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러 가는 거처럼 즐거운 맘으로 영등포구청역에 내렸다. 너무 오랜만이지만, 기억을 못하고 있지는 않겠지. 설마~ 그래도 혹시~ 그래도 기억하고 있을거야, 얼마나 자주 갔는데 하면서 문을 열었다.



이런 이런, 자리가 없다. 테이블은 만석, 그나마 다행이다. 혼자 앉을 수 있는 바에 딱 한자리가 남아 있다. 양 옆으로 혼술하러 온 분들이 있긴 하지만,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앉았다. 예전에 테이블쪽 벽면에 있던 그림이 바테이블 위 벽면에 있다. 오랜만에 왔다는게 실감이 났다. 눈에 확 띌 정도의 변화는 없는데, 왠지 모르게 낯설다. 



분위기는 달라졌지만, 주인장이 날 몰라보지는 않겠지 싶어.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쎄한 느낌이 든다. 누구세요?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오너셰프라 음식을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제대로 못본거겠지 싶어, 서빙을 하고 있는 직원분에게 나 알죠라고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어머나~ 그때 그 사람이 아니다. 물어보니, 그만뒀단다. 익숙했던 곳인데, 처음 온듯한 기분에 빠졌다. 아무래도 친한척, 아는척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앉아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메뉴판도 달라졌다. 더핸드의 시그니처 메뉴인 1인 사시미를 주문할까 하다가, 처음 온 느낌이니 그동안 먹지 않았던 음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메뉴판이 아니, 에어컨 위에 있는 오늘의 추천요리에서 모시조개 술찜(8,000원)을 주문했다. 더불어 처음같은 녹색이도 함께.



기본찬은 메추리알 곤약 조림과 삶은 풋콩.



곧바로 녹색이 처음처럼도 나왔다. 처음 왔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혼술을 즐기려고 하는데 살짝 심심하다. 



테이블 끝에 보이는 만화책 한권. 어쩌다 어른이 된 당신,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드라마, 영화로만 봤던 심야식당, 생각해보니 원작인 만화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심심했는데 잘됐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나온 모시조개술찜. 양이 적은 듯 싶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적당한 양이다. 혼자 먹기 부담스럽지 않으니, 1인사시미까지 추가로 먹어도 괜찮을 거 같다.



모새조개 삶은 육수에 화이트와인만 넣어서 만들었다는 모시조개술찜. 그런데 술찜이 원래 이렇게 간이 강했나? 국물 한번 먹고 물을 벌컥벌컥 마셔야 할 정도로 너무 짜다. 술찜이니 당연한거겠지만, 술 맛도 조금 느껴진다. 



원래 이런 맛이라 생각하고 참고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짜다. 주인장에게 원래 짠맛이 강하냐고 물어보니, 순전히 조개로만 육수를 내서 간이 좀 강하단다. 그럼 이렇게 먹어야 하냐고 다시 물어보니, 그렇단다. 술안주라 생각하면 심심한 맛보다는 간간한 맛이 더 좋긴 하지만, 요건 쫌 많이 강하다. 물을 넣어서 농도 조절을 하면 훨씬 좋을 거 같은데, 이렇게 먹는 음식이라고 하니 딱히 할 말이 없다.


차라리 1인 사시미를 먹을걸 했다. 익숙한 곳에서 낯설음을 느끼고, 여기에 강한 짠맛까지 아무래도 나만의 혼술집 리스트에서 더핸드는 삭제를 해야 할 거 같다. 작년에 혼술하기 좋은 곳을 찾았다고 엄청 좋아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혼자만 좋아했나 보다. 혼술하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없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할 듯 싶다. 사실 예전부터 눈길이 가던 곳이 있었지만,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여기로 왔는데, 이제는 진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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