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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 가면 추어탕을 꼭 먹어야 한다. 이유는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이니깐. 전국적으로 500여개 식당이 남원추어탕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왜 남원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찾으러 남원 추어탕거리로 향했다.



오호라~ 추어탕이 남원의 명물이 맞나보다. 추어탕거리도 있고, 이렇게 거대한 동상이 있으니 말이다. 남원 추어탕이 유명한 이유는 깨끗한 섬진강의 줄기가 되는 지류 곳곳에 살이 통통한 미꾸라지가 많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불어 고랭지에서 나는 질좋은 시래기까지 넉넉하게 공급을 받고 있단다. 지역적 여건으로 인한 식재료의 공급이 원활하니 명물이 아니 될 수 없겠다.



남원 추어탕거리에 20여개가 넘는 추어탕 전문점이 있다. 왜 하필 여기일까? 블로거 이웃인 라오니스님 글을 보고 찾아간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금했었다. 여기는 전라북도 남원인데 가게 이름이 부산집이라니... 남원에 온다고 아침부터 굶었더니 배가 고프다. 궁금증보다는 허기탈출이 우선이다.



점심시간이라서 사람이 많은 건 당연지사. 혼자서 4명이 앉는 테이블을 다 차지하는게 죄송스러웠기에, 들어가자마자 카메라부터 꺼내들었다.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겁나 많이 찍는 중.



참 맘에드는 원산지 표시. 미꾸리 자연산에 국내산, 쌀도 배추김치도 다 국내산이란다. 



택배도 가능하다. 



주인장이 혼자왔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하니, 뭘 먹겠냐고 물어보지 않고 그냥 주방으로 갔다. 어라~ 바쁜 시간에 혼자왔다고 무시하나 했는데, 잠시후 음식을 들고 나타났다. 어차피 추어탕을 먹을텐데, 구차하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이렇게 깊은 뜻을 몰랐다니...



서울에서 추어탕을 먹으면 김치와 깍두기 정도만 주는데, 전라도는 역시 다르다. 메주콩으로 만든 콩자반에, 칼칼한 매운맛을 주는 청양고추에, 깍두기에 마늘장아찌까지 푸짐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밑반찬. 콩나물무침에 겉절이에 오징어젓갈 그리고 고추장아찌까지 이거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데, 반찬인심이 참 넉넉하니 좋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후추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기는 젠피(산초)통이다. 추어탕을 먹을때 젠피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참 크다. 후추 맛으로 느끼한 크림스프를 먹듯, 젠피맛으로 추어탕을 먹는 1인이다. 사실 추어탕을 그리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보양식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서 먹는 정도랄까.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하더니, 혼자서 넓은 테이블을 독차지하는게 죄송해서 추가로 주문한 전주모주(5,000원). 이제는 쫄지 않고 혼자 먹어도 되겠지.



전주 삼백집에서 먹었던 그 모주와 비슷할 거 같아서 주문했는데, 원산지표시를 보니 와~ 글로벌하다. 더불어 합성감미료는 왜 이리도 많은지, 몸에 좋은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거 같다.



남원식 추어탕은 미꾸라지 뼈를 발라내고 살만 채로 걸러 그 즙으로 만든다고 한다. 미꾸라지 생김새때문에 추어탕을 못 먹었던 1인인데, 이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다. 즙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니, 흡사 시래기탕으로 보인다. 



미꾸라지는 하나도 안보이고, 시래기만 가득이다. 거북스런 냄새도 안나니, 무안하게 한그릇 뚝딱할 수 있을 거 같다.



매워보일 거 같지만, 전혀 맵지 않다. 국물이 진국이라고 하더니, 남원추어탕을 두고 하는 말인 거 같다. 



언제나 그렇듯, 여기 추어탕이라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듯 싶지만, 그래도 넣었다. 역시 젠피를 넣기 전과 후는 많이 다르다. 깊지만,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었던 허전했던 맛이 딱 잡혔다.



밑반찬으로 나왔으니, 안 넣으면 손해일 거 같아 청양고추도 팍팍. 젠피가 알싸한 맛을 담당한다면, 청양고추는 칼칼한 맛 담당이다.



알콜이 1.5도인 시원한 모주 한잔부터 마시고 시작. 2~3잔 정도 마시고 남은 모주는 새지 않게 잘 포장한 후, 목마름이 극에 달할때 마셨다. 갈증해소에 맹물보다는 모주가 좋다.



반찬이 많아서, 밥과 탕을 따로 먹으려고 했는데, 무리다. 밥과 탕이 만나니 드디어 완전체가 됐다. 



다른 반찬없이 우거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더하면 더 좋다. 밑반찬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늘장아찌가 젤 좋았다. 



남원식 추어탕은 국물이 진국이니 국물을 남기면 안된다. 개인적으로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데 어쩔 수 없어, 남김없이 완벽하게 해치웠다.



참, 왜 부산집인지 주인장(할머니)에서 물어본 결과, "울 아저씨(할아버지)가 부산에서 30~40년을 살았어. 원래 고향이 남원인데, 부산에서 살다가 와서 부산집이라고 한거야." 아하~ 그렇구나. 영호남의 통합, 교류, 지역감정 해소 등등 혼자서 너무 과한 공상을 했나보다. 주차장에서 우연히 목격한 풍경. 좋은 시래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니, 음~ 볼 줄 모르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밖에 두고 있는 거 하나만 봐도 질좋은 시래기를 사용하는게 맞는 거 같다.


든든하게 보양식도 먹었으니, 남원 여행 그 시작이 참 좋다. 남원 추어탕 거리에서 광한루원은 걸어서 3~5분 거리에 있다. 잘 먹었으니, 향단이와 방자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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