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경인면옥(경인식당) "맵지 않은 육개장"
육개장을 좋아하지만, 다동에 있는 부민옥을 제외하고는 맵(순)둥이 입에는 죄다 맵다. 맵지 않은 육개장은 없을까? 평양냉면을 먹으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정답을 찾았다. 인천 신포국제시장 근처에 있는 경인면옥이자 경인식당이다.


작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때도 지금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2인석에 앉았다. 안쪽에 자리가 있지만, 음식사진을 찍기에는 살짝 동떨어진 여기가 딱이다. 혼밥일 때, 2인 테이블이 없어 4인 테이블을 차지하면 민망한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식사류에 있는 육개장에 시선이 딱 꽂혔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종이매트에 "육개장: 한국 전통방식으로 국내산 고춧가루에 한우 두태 기름 등으로 다대기를 만들고 한우양지를 사용해 조리합니다."라고 나와 있다. 두태기름이면 고소함이 엄청날 테고, 여기에 한우양지를 넣었는데 가성비도 좋다. 고로, 작년이지만 평냉은 먹었으니, 이번에는 육개장(13,000원)을 주문했다.


냉면에만 뜨거운 육수를 주는 줄 알았는데, 기본적으로 다 나오는 듯하다. 메밀 삶은 따끈한 물은 좋아하지만, 육수는 육향이 강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아 입만 살짝 대고 말았다. 설탕, 소금, 고춧가루, 겨자 등 뭐가 많은데, 냉면용이라서 손대지 않았다. 참, 냉면을 먹을 때도 손대지 않는다는 거, 안 비밀이다.



평양냉면은 반찬으로 절인무가 나오는데, 육개장이라 갓 담근 듯한 배추김치와 적당히 잘 익은 깍두기가 반찬으로 나왔다. 배추김치 담은 모양새가 정갈하니 맘에 든다.




육개장 = 빨간맛인데, 경인식당은 고명으로 고추기름을 더한 듯, 국물이 맑다. '이걸, 육개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냥 평냉이라 먹을 걸!' 속으로 후회 아닌 후회를 했지만, 잠시 후 후회를 한 과거의 자신을 미워했다.

왜냐하면, 섞으니 익숙한 육개장의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고추기름이 적을 줄 알았는데, 강렬한 빨간맛이 맑은 국물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매울까 걱정했는데, 재채기는 몇 번 했지만, 안 맵다. 매운맛이 늦게 올 수 있어 걱정했는데, 다 먹을 때까지 전혀 힘들지 않았으면, 속이 아프지도 않았다. 부민옥보다 자극적인 빨간맛이지만 맵지 않다.



두태기름에 달걀까지 고소함이 강조된 육개장인데, 뭔가 아쉽다. 그 이유는 파를 먹고 나서 알게 됐다. 자고로, 육개장은 파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잔뜩 넣어서 달큼함이 날 때까지 오래 끓여야 한다. 그런데 표고버섯처럼 파도 고명으로 넣었는지 풍미는 좋은데 달큼함은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도 잡내 없는 고기와 육수를 흠뻑 품은 당면 그리고 부드럽게 풀어진 달걀이 좋으니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더 크다.


처음부터 밥을 말지 않는다. 우선, 밥에 국물이 스며들도록 잠시 기다린 후, 먹고 싶은 것들을 올린다. 맛깔나게 만들어서 먹으면 무지 행복하다. 게다가 맵지 않아서 더더 행복하다.




강렬한 빨간맛인데, 맛은 전혀 강렬하지 않다. 밥을 투하하고 나니, 보기와 다르게 순박(?)해졌다. 두태기름이 주는 고소함에 밥의 단맛이 더해져 폭풍흡입을 아니할 수 없게 만든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당면도 재미나고 아삭한 깍두기를 더하면 식감이 풍부해진다.

조리사 면허증 날짜가 1948년 1월 16일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또 1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는 점심 30그릇, 저녁 20그릇만 판매하는 척갈비로 만든 갈비탕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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