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영혼! 하나의 육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죽는 건 어떤 느낌일까?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천국과 환생이 있다고 믿기에 좋은 곳에 가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천국도 좋고, 환생도 좋지만, 하루라도 더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어제 죽어도, 내일이면 다시 태어나는 기술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기생충 다음은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는데, 죽어야 사는 여자가 아닌 죽어도 다시 태어나는 미키 17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관객들은 우르르 일어나 계단을 내려온다. 당연한 풍경인데, 이번에는 다르다. 원래 늦게 나가기에 당연하다는 듯 엔딩크레딧을 보고 있는데,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없다. 그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걸까?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이 씁쓸한 느낌은 뭘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가깝고도 먼 미래에 닥칠 현실 같아서 영 불편했다. 하지만, 독재자 커플의 결론만은 먼 미래가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였으면 정말정말 좋겠다.
미키 17에는 기생충과 같은 엄청난 반전도 없고, 설국열차처럼 잔인한 액션도 없지만, 두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특히, 기생충의 주무대인 주택이 미키 17에서도 나오고, 설국열차와 한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구강구조와 비슷한 무언가가 등장한다. 봉테일이라서 자신의 작품을 오마주(?) 한 것일까?

3D프린터가 개발에 개발을 거듭하게 된다면,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형체는 프린팅으로 한다면, 그럼 메모리는 어떻게? 기억이식을 통하면 된다. 역시나 개발에 개발을 거듭해 축구장만 한 크기의 서버에서 작은 벽돌 사이즈로 줄일 수 있다.
프린트와 기억이식만 있다면, 어제 죽더라도 오늘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런데 죽음의 느낌과 기분은 기억이식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기에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리 반갑지 않을 듯싶다. 미키17에서 17은 17번째로 다시 태어난 미키를 말한다. 16명의 미키가 죽어야 미키17이 된다. 고로, 미키 17은 16번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여기서 첫번째 죽음은 익스펜더블이 되기 전 진짜 미키일까? 아니면 익스펜더블이 된 후 미키1의 죽음일까? 어디서부터 카운팅을 한 것일까? 매우 몹시 궁금하다.

미키는 인간일까? 아닐까? 영화에서는 익스펜더블로 부르는데, 한마디로 실험실의 동물이 미키이다. 우주에서 방사선의 농도를 측정하거나, 외딴 행성에서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와 백신을 개발하는데 미키는 아낌없이 죽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AI 로봇처럼 인간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이질감이 들 텐데, 미키는 생김새는 물론 먹고 싸고 자고 욕구까지 인간과 똑같다. 누군가는 그를 실험실의 쥐로 여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도 미키, 오늘도 미키 즉, 인간 미키로 여긴다.

미키(로버트 패틴슨)를 인간 미키로 대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죽고 또 죽고 또또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그만을 사랑하는 나사(나오미 아키)가 있기 때문이다. 프린팅으로 늙지 않은 외모에 기억이식으로 미키를 만들어 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어 익스펜더블이기 전에 인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일란성쌍둥이도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착안한 것일까? 달라질 이유가 전혀 없는데, 순한맛, 매운맛 라면처럼 미키들의 성격 혹은 인성이 다르다. 왜 다르게 설정했는지 봉준호 감독에게 물어보고 싶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아서 영화관 나들이를 멀리했다. 솔직히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개봉하지 않았더라면, 더 늦게 영화관에 갔을 거다. 손석희의 질문들에 봉준호 감독편을 보고 이 영화는 절대 놓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독재자 커플의 결말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작에는 커플이 아닌데, 영화는 우유부단한 V1을 조종하는 V0가 등장한다. 이 둘을 보는데, 어찌나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던지, 그저 놀라웠다. 2021년에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데,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 아니라 봉(예)언자인가 보다. 영화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독재자의 결말을 보면서, 영화의 다른 부분은 허무맹랑하다 할 지리도, 이 부분만은 곧 다가올 현실의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죽는 건 어떤 느낌일까? 죽어야만 알 수 있고, 죽었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려줄 수 없으니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한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 평점
- 8.5 (2025.02.28 개봉)
- 감독
- 봉준호
- 출연
-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레트, 마크 러팔로,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패스티 페런, 마이클 먼로, 카메론 브리튼, 크리스천 패터슨, 로이드 허친슨, 다니엘 헨셜
기생충 | 냄새는 감출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는 재미가 없다는데, 더구나 황금종려상까지 받았으니 재미만을 찾으면 안되겠구나 했다. 칸에서 상을 받았다는 기사만 보고, 영화와 관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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