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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

겁이 많아서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절대 못 본다. 예전에 멋모르고 링1을 극장에서 보고 보름이 넘도록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서 고생했던 적이 있다. 그랬는데 2015년에 검은 사제들, 2016년에 곡성을 영화관에서 봤다. 사바하는 OTT로 다시 찾아봤지만, 나홍진 감독의 영화는 곡성 이후로 끊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그다지 무섭지 않았는데, 나홍진 감독의 2021년 개봉작 랑종은 예고편도 보기 힘들 만큼 너~~~무 무서웠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를 K-오컬트라고 한다. 사탄이나 엑소시스트 등 서양 오컬트와는 다른 우리네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검은 사제들은 천주교 퇴마의식을, 사바하는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사이비 종교를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강동원 배우가 아니었다면 극장에 가지 않았을 거다. 신부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에 홀려서 갔다가, 박소담 배우의 연기에 화들짝 놀랐다. 영화 마지막에 변해가는 강동원 배우를 보면서 잘생긴 얼굴에 흠집이 나면 안 되는데 했다.

검은 사제들에 나오는 퇴마의식은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있어 어렵지 않았는데, 사바하는 OTT로 보면서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무서움보다는 난해함이 더 컸다고 해야 할까나? '그것'이 등장할 때는 자동적으로 입틀막이 아니고 눈틀막을 했지만, 유지태의 등장으로 살짝 김이 빠졌다. 

 

파묘가 개봉했을 때, 극장보다는 OTT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했다. 왜냐하면 오컬트 영화는 대형 화면에 웅장한 사운드를 보유하고 있는 영화관에서 보면 더 무섭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관을 간 이유는, 쇠말뚝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파묘와 쇠말뚝이라고 해서 묘 안에 누가(예측 가능한 그네들) 쇠말뚝을 박았구나 했다. 시대는 당연히 일제강점기였을 거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일제는 쇠말뚝을 곳곳에 박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그네들은 우리를 자기네 졸로 만들기 위해 뭔들 안 했을까 싶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보다는 덜 무서웠다. 두번 정도 눈틀막을 했지만, 그건 깜짝 놀라지 않기 위한 나만의 디펜스(?)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장재현 영화의 무서움 농도는 사바하 > 검은 사제들 > 파묘다. 사바하는 유지태가 나오기 전까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을 했고, 검은 사제들은 강동원의 미모(?)가 아니었으면 박소담을 엄청 미워했을 거다. 

파묘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무서움보다는 히어로 장르가 되어 버려서 아쉬움이 더 컸지만, 2번의 눈틀막은 조부의 혼령 때문이다. 특히, 호텔에서 의뢰인이 자신들의 과거를 들키며 냉장고 앞에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고 말을 할 때, 무서움과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파묘는 음양오행, 이름 없는 묘, 혼령, 동티, 도깨비불 그리고 쇠말뚝으로 소제목이 나뉘어져 있다. 파묘의 사전적 의미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이다. 즉, 종교를 다뤘던 그 전의 영화와 달리 이번 영화의 핵심을 미신이다.

미신은 종교적으로 보편성을 지니지 못하여 일반인들 사이에서 헛되고 바르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믿음이나 신앙 혹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음이라고 한다.

미신을 괄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손없는 날에 이사나 결혼, 개업을 한다, 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바람이 난다, 밥그릇에 숟가락을 꽂으면 재수가 없다, 아이 위로 넘어 다니면 키가 크지 않는다 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신을 믿고 있다. 미신의 총집합체가 파묘가 아닐까 싶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최민식 배우는 인터뷰에서 김고은을 우림팀의 손흥민이자 메시라면서 극찬을 했다. 최고의 배우가 한참 어린 후배를 이렇게나 칭찬을 할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저절로 인정은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다. 그녀에게 있어 대표작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도깨비였는데, 이제는 "사랑해요 아저씨"를 벗고 당당히 힙한 무당으로 거듭날 듯싶다.

연기를 하는 사람을 배우라고 하지만, 무당 역할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닐 거다. 그런데 김고은 배우는 이질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친 연기력을 뽐냈다. 

 

지관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를 따위를 가려서 고르는 사람을 말한다. 명당만 찾아다니는 상덕(최민식)에게 산꼭대기에 있는 이름없는 묘를 파묘한다는 게 내심 내키지 않았다. "묘 하나 잘못 건들리면 어떻게 되는지 다 알 거야. 줄 초상나." 그는 파묘를 극구 반대한다.

하지만, 영화가 다 그러하듯 어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파묘가 진행된다. 그리고 호기심이 강한 누군가로 인해 관이 열리고 나와서는 안될 조부의 혼령이 미국까지 날아가 겁나 처먹고 블루스까지 신명 나게 춘다. 그리고 다시 아이언맨보다 빠른 스피드로 한국으로 돌아온 증오만 남은 혼은 엄청난 떡밥을 남기고 사라진다.

 

파묘를 하면 다시 염을 해야 한다는 거, 영화가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 거다. 장의사 영근(유해진)은 의리남과 위트를 담당하고 있다. "억지로 먹는 거야. 맛있으니깐."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검은 사제들에 박소담이 있었다면, 파묘는 이도현이 있다. 빙의를 맛깔나게 했지만, 박소담이 좀 더 무서웠다는 거, 안 비밀이다.

 

영화 파묘는 소제목 쇠말뚝과 "여유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대사보다, 지관 김상덕(최민식), 무당 이화림(김고은),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그리고 무당 윤봉길(이동현) 배우들의 이름이 가장 큰 떡밥이 아닐까 싶다. 

김상덕은 조선독립청년단 대표로 2·8독립선언을 주도했고, 한국독립군 참모, 임시정부 학무부차장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이다. 광복 후, 1948년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이화림은 조선의용대 여자복무단 부대장으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의료인이자 독립운동가이다.
고영근은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며 정부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개혁개방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이다. 
윤봉길은 한인애국단의 단원으로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거행된 일본군의 상하이사변 전승기념행사에 폭탄을 투척해 일본군 총사령관을 비롯해 다수의 일본군을 폭살시키는 의거를 단행한 독립운동가이다. 

초중반에 비해 끝으로 갈수록 명량의 최민식장군이 등장해서 살짝 아쉽지만,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담고 있어, 결론은 무섭고 재밌고 울컥했다. OTT로 기다리지 않고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

 
파묘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평점
10.0 (2024.02.22 개봉)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김재철, 김민준, 전진기, 박정자, 박지일, 이종구, 이영란, 정상철, 김지안, 김태준, 김서현, 고춘자, 최문경, 김선영, 이다윗, 김소숙, 정윤하, 홍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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