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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The Lobster)는 기괴하고 기묘한 사랑 영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기괴하고 기묘한 판타지 영화는 처음이다. 더 랍스터가 어떤 영화인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15년에 개봉을 하고 2021년에 재개봉을 했다면 꽤나 괜찮은 영화라는 의미일 텐데 취향이 아니면 아니다.

그랬는데 어느 늦은 밤, 티빙 첫화면을 이리저리 살피다 더 랍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소문대로 괴기한 영화일까? 이터널 선샤인처럼 아름다운 사랑 영화일까? 결론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처럼 기괴하고 기묘한 사랑 영화이다.

 

러닝타임은 2분이 부족한 2시간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데이비드(콜린 파렐)가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사랑하는 사람 찾기, 후반부는 호텔을 도망 나와 숲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 찾기로 나뉜다.

더 랍스터는 줄거리보다는 세계관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어느 도시 혹은 나라가 있다. 이곳은 나혼자 살면 안 되고 남자와 여자 둘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바람이나 불륜도 상관없다. 부부가 헤어지게 되면, 혼자 남은 이는 유죄가 되어 45일 동안에 무조건 새로운 짝을 만나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 동물로 변해버린다. 참, 나혼자 살 수 없으니, 혼밥은 언감생심이겠다. 

 

찌질 3인방

우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세계관은 마블의 셰계관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는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떠난 이와 달리 남은 이는 감옥과도 같은 커플 메이킹 호텔로 강제로 가야 한다. 거기서 만난 짜질이 3인방은 금세 친해지지만, 그들의 운명은 각기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닮는다고 한다. 닮기 위해서는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야 하고, 그 시작은 동질감일 거다. "나도 너처럼 코피를 자주 흘려~" 코피 하나로 동질감에서 호감 그리고 사랑까지 간다는 게 어색하지만, 3인방 중 한 명은 그렇게 공식 커플이 된다. 동질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연극(자해)을 해야 하지만, 동물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다.

 

사랑을 반대하는 숲의 지도자 레아 세두 / 송로버섯 찾기

개가 되어 버린 형처럼 되고 싶지 않은 데이비드도 연극을 통해 공식 커플이 된다. 하지만 이내 탄로가 나고 들키면 랍스터가 되기에 호텔을 나와 숲으로 도망친다. 그곳은 커플지옥 솔로천국으로 지도자의 강력한 파워로 사내커플이 금지되어 있다. 

혼밥에 나혼자 산다가 가능하며, 45일이 지나도 동물로 변하지 않는다. 호텔에서 나온 이들을 피해서 도망 다녀야 하고, 특수부대처럼 숲에서 살아야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평생 인간으로 살 수 있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45일을 사는 것보다는 숲에서 사는 게 더 나을 수 있을 거다. 가끔 정장을 입고 가짜 커플 흉내를 내면서 도시로 나들이도 갈 수 있으니깐. 

 

인생은 아이러니라고 하더니, 사랑을 하라고 할 때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하지 말라고 하니 사랑이 찾아왔다. 호텔과 달리 숲은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기에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그들만의 제스처로 사랑은 하고 가끔은 몸으로도 사랑을 한다. 

기침과 사랑은 감출 수 없으며,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하더니 결국 숲의 지도자에게 걸려 엄청난 처벌을 받게 된다. 데이비드는 자기 무덤을 직접 파고 그곳에서 잠시 머무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근시 여인(레이철 와이즈)은 지도자의 꼬임에 빠져 실명을 하게 된다. 지도자는 왜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무서운 처벌을 했을까? 데이비드를 좋아했거나, 사랑 자체를 극혐한 인물은 아닐는지.

 

누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사랑하는 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데이비드는 자신이 받았던 벌칙을 그대로 지도자에게 반사한 후, 숲을 떠나 도시로 온다. 실명을 해도 끝까지 그녀를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대단하구나 했는데,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을 줄 몰랐다.

사랑하는 이를 만났고 숲과 호텔을 떠나 도시로 돌아왔으니 동화책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살면 된다. 그런데 요르고스 란티코스 감독은 열린 결말이라는 이름으로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데이비드가 숲에서 근시 여인을 좋아하게 된 부분이 바로 동질감이다. "너 렌즈 끼니? 나 안경 써!" 코피에 이어 근시가 사랑을 하게 된 계기라는 게 웃기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근데, 지도자의 꼬임으로 인해 근시가 아니라 실명을 했다. 사랑을 하게 만든 근시라는 동질감이 사라졌으니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진짜 사랑하는 사이가 됐으니 그냥 살아도 될 텐데 굳이 다시 만들어야 하나 했는데, 그녀는 데이비드에게 스스로 시력을 포기할 것을 제안한다. 

 

칼을 들고 화장실로 간 데이비드와 그를 기다리는 그녀.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나는데, 데이비는 몸소 새로운 동질감을 만들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아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가만히 앉아있는 그녀를 찍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는 유리창 너머 지나다니는 트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찌질이 데이비드는 트럭을 타고 그곳을 도망쳤을 거다. 

더 페이버릿은 봤는데 더 랍스터에 비해 그다지 기괴하지 않았고, 킬링디어는 기괴를 넘어 무섭다고 해서 볼까 말까 생각 중이다. 가여운 것들은 엠마 스톤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다. 패싱논란이 아니었다면 극장인데, 기다렸다가 OTT로 봐야겠다. 더 랍스터는 이터널 선샤인과는 다른 계열의 사랑 영화로, 사랑의 시작이 동질감이 될 수 있어도 모든 것은 아니다.

 
더 랍스터
전대미문의 커플 메이킹 호텔! 이곳에선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 모두 유죄!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평점
7.3 (2015.10.29 개봉)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두, 벤 위쇼, 존 C. 라일리, 올리비아 콜맨, 제시카 바든, 아리안 라베드, 애슐리 젠슨, 아겔리키 파푸리아, 마이클 스마일리, 로저 애쉬톤 그리피스, 이웬 맥큰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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