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 아니고 고흥 석화를 굴찜으로~ 제기동 고흥아줌매
통영 하면 굴, 굴하면 통영인 줄 알았다. 물론 서해에도 굴이 있지만, 남해보다 크키가 작다. 그래서 생이나 찜은 통영 석화(굴)로 하는 줄 알았는데, 고흥산 석화가 있다. 경남과 전남으로 지역은 다르지만, 바다로 보면 통영과 고흥은 남해에 속해있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던 주인장이 찌고 직접 까준 고흥 석화찜, 제기동에 있는 고흥아줌매이다.

선물로 받은 온누리상품권이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고, 경동시장을 포함해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착하디 착한 가격과 퀄리티는 기본, 한두 번의 방문으로 완전정복을 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고 싶은 밥집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설 장보기였다면, 이번에는 정월대보름 장보기를 핑계로 다시 찾았다.


고흥아줌매는 사진에 보듯, 청량리 청과물시장 3번 출입구 바로 옆에 있다. 그동안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계절별미와 경기 안양에 있는 굴따세에서 석화찜을 먹었는데, 제기동에 있는 고흥아줌매를 추가해 총 3곳이 됐다. 앞의 두 곳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야 좋았는데, 여기는 혼밥이 가능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반주를 곁들일 수 있는 백반집이다. 그런데 왜 여기서 석화찜을 먹느냐? 그건 주인장의 고향이 전남 고흥이고, 고흥산 석화로 찜을 한다. 석화는 당연히 통영산인 줄 알았는데, 원산지표시판에서 보듯 고흥산이다. 둘의 차이가 뭘까? 직접 보고 먹기 전까지는 모른다. 앉기도 전에 아니 들어가자마자 바로 주문을 한다. "석굴찜(30,000원, 2인분) 주세요."




기본찬은 백반집 스타일답게 무나물과 꽈리고추무침 그리고 시금치 나물이 나왔다. 살짝 기름진 무나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반찬을 먹어보니, 반주를 아니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알콜과 거리두기 아니 이별 아니 이별을 했기에 건너뛰기를 한다.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고, 사진에서 보듯 손님은 혼자서 낮술을 하는 어르신뿐이다. 혼자서 먹으려고를 시작으로 술 없이 어떻게 먹어, 여기는 어케 알고 왔어 등등 주인장의 질문은 계속 됐다. 왜냐하면,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밥을 주듯, 석화를 직접 까서 주다 보니,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렇게 안 해줘도 된다고 하니, 바쁘면 절대 안 해주는데 지금은 무지 한가하니 해준단다.


식기 전에 빨리 먹으라는 재촉에도 불구하고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가지런히 놓여있는 석화를 담아야 하니깐. 그나저나, 바다의 우유답게 때깔부터 크기까지 느무느무 맘에 든다.

오동통한 녀석(?)을 골라 단독샷을 담는다. 얼마 전에 생으로도 먹었지만, 석화는 역시 찜이다. 어쩜 이리도 탱글탱글한지,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푹 익지도 그렇다고 설 익지도 않고, 적당하게 잘 익은 석화는 육즙(?)이 흘러넘친다. 고소함은 기본, 담백하고 달큼하다. 초록병 없이 먹으니 석화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통영과 고흥 굴의 차이를 검색해 보니, 통영은 달고 고소, 고흥은 치즈 같은 구수한 맛이란다. 치즈까지는 모르겠지만, 통영보다 바다맛은 덜하지만 관자의 쫄깃함은 넘사벽이다. 굴을 그렇게나 많이 먹었는데, 이렇게나 쫠깃한 관자는 난생처음이다. 이로 인해 치아에 엄청 껴서 혼났다는 거, 안 비밀이다.

주인장은 마지막 하나까지 직접 다 손질해 줬고, 껍질 하나를 남겨 놓은 데에는 굴이 빨리 식을까 봐 그랬단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나머지는 온기가 남아있는 찜틀에 넣어두었다. 덕분에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 없이 잘 먹었다. 석화찜을 술 없이 먹었던 사람이 없었는지, 엄청 신기해했다.
석화찜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을 줄 알고, 바지락 수제비를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주인의 생각과 달리, 배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단다. 하는 수 없이, 계산(주인장은 신용카드와 연동된 온누리상품권은 안된다 했지만, 막상 해보니 됐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어 잘 모르셨나 보다.)을 하고 카페인을 수혈하기 위해 이동했다.
2020.01.14-오류동 계절별미 굴찜 너만 보인다 말이야
오류동 계절별미 굴찜 너만 보인다 말이야
오류동 계절별미 먹거리가 많은 겨울이지만, 그중에서 갑은 굴이 아닐까 싶다. 굴은 어떻게 먹어도 본연의 맛을 절대 잃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굴을 먹을때 초장은 쓰잘데기 없는 양념일 뿐이
onion02.tistory.com
2024.01.08-석화찜에서 생굴보쌈을 지나 매생이전으로 마무리! 경기 안양 굴따세
석화찜에서 생굴보쌈을 지나 매생이전으로 마무리! 경기 안양 굴따세
경기 안양 굴따세 굴의 참맛은 굴찜이라 생각하는 1인이다. 왜 생굴이 아니라고 물어본다면, 생은 찜보다 많이 먹을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통영에서 갓 올라온 석화를 찜으로 먹을 때의 희열
onion02.tistory.com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갈하고 어여쁜 고기&김치 반반만둣국 통인동 서촌만두 (26) | 2025.02.28 |
---|---|
부산이 아니라 서울 청계천에서 만난 해운대달맞이빵 (28) | 2025.02.24 |
달큼한 대파가 한가득 들어 있는 육개장 다동 부민옥 (27) | 2025.02.21 |
철판에 구운 닭고기와 채소를 밥에 덮어~ 영등포동 철판동 (in 타임스퀘어) (28) | 2025.02.18 |
군고구마와 더치커피는 잘 어울려~청량리동 망고네커피 (24) | 2025.02.14 |
고슬고슬 솥밥에 쫠깃한 꼬막은 비벼비벼~ 가산동 단정 (in 현대아울렛) (19) | 2025.02.10 |
선도 좋은 석화! 집에서 만든 듯한 김밥! 눅진한 양념이 좋은 떡볶이! 불광동 연서시장 (feat. 남원집 옥이네김밥 떡산) (12) | 2025.02.07 |
따끈한 피자빵과 찰떡을 품은 모카빵 영등포동 빵쌤 (15) | 2025.02.06 |
설 장보기는 핑계~ 청량리남원통닭에서 반반통닭 뜯어~ (15) | 2025.02.03 |
푸딩인듯 아닌듯 반숙카스테라 망원동 카스테라연구소 (20) | 2025.01.31 |
까칠양파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응원 댓글을 써보세요. 블로거에게 지급되는 응원금은 새로운 창작의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은 만 14세 이상 카카오계정 이용자라면 누구나 편하게 작성, 결제할 수 있습니다.
글 본문, 댓글 목록 등을 통해 응원한 팬과 응원 댓글, 응원금을 강조해 보여줍니다.
응원금은 앱에서는 인앱결제, 웹에서는 카카오페이 및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