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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에 건축을 담다" 공예로 짓는 집 (in 서울공예박물관)

딱히 생각하지 않았는데, 집이야 말로 공예의 집합소가 아닐까 싶다. 문을 시작으로 바닥, 지붕 그리고 문고리에 이르기까지 공예가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공예는 예술작품이니, 나는 작품 속에 살고 있구나! 서울공예박물관 특별기획전 공예로 짓는 집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에 있어요~

서울공예박물관 특별기획전 공예로 짓는 집은 현대공예가와 전통장인,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20인(팀)과 함께하는 전시이다. 실내·외 건축 공간에 담긴 공예 요소를 발견하고, 바닥에서 지붕에 이르는 건축의 기본 구조와 개념을 확장된 공예의 관점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안내문이 알려줬다.

공예와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다루는 예술이라는 문구, 완전 맘에 든다. 참여 작가는 강석영, 금민정, 김건수, 김창대, 류종대, 손신규, 스튜디오 신유, 마승범(Studio SMA), 여상희, 유남권, 유상덕, 임광순, 이규홍, 이영학, 이현정, 장순용, 장필구·이지영, 정명택, 조대용, 차승언 등이다.

 

관람순서는 문에서 시작해 다시 문으로 나오면 됩니다~

공예로 짓는 집이라고 해서 큰 집이 있고 그 안에 공예 작품을 전시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문, 바닥, 기둥, 벽, 창문, 지붕, 문고리, 보 등으로 개별적으로 전시가 되어 있다. 그래서 더 작품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각기 고유한 쓰임과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고, 짓는' 공예와 건축은 실용적이면서도 미적인 가치를 동시에 지닌, 인간의 삶을 다루는 예술, 완전 동의합니다~


문, 들어가다

금민정 작품

문은 안과 밖 두 공간을 구분하거나 이어주는 건축 요소이다. 문을 여는 것은 새로운 공간으로의 진입, 새로운 관계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더불어 단순한 출입의 기능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사람과 사물 간의 다양한 관계성을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바닥, 다지다

이영학 작품
김건수 작품
정명택의 한옥 마룻널

바닥은 건축 공간 최하부의 수평면으로 기둥과 함께 건축물의 모든 무게를 지면으로 전달한다. 바닥은 사람이 서거나 앉거나, 누울 수 있는 표면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공간을 설정한다. 발걸음 하나하나를 지지하고, 안팎을 구획하고, 내부 공간을 느끼게 하며, 움직임을 유도하는 바닥은 인간 삶의 기반이자 터전이다.


기둥, 수직으로 지지하다

스튜디오 신유 작품
손신규의 분절

기둥은 지구 중력에 반해 수직으로 선 형태의 건축 구조물로 지붕과 천장의 하중을 받치는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기둥은 장식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구조물이 되기도 하고, 홀로 서 있으면 위용을 갖춘 기념비가 되기도 했다. 기둥은 아름다움과 견고함이 모두 담긴 공예품이다.

건축가 루이스 칸은 이렇게 말했다. "벽이 갈라져 기둥이 되었을 때 건축은 시작된다."


벽, 나누고 꾸미다

유상덕의 감각의 균형
강석영의 무제

벽은 둘레를 형성하거나 영역을 분리하기 위한 건축 구조물이다. 경계를 만드는 벽은 수직의 면으로 공간에서 가장 많이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외부와 내부, 개방과 폐쇄, 유도와 차단 등 건축 구조 중에서도 가장 양면적인 기능과 성격을 갖는 구조체이다. 

공간을 에워싸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벽, 그 벽은 높으면서도 낮게, 두꺼우면서도 얇게, 거칠면서도 매끄럽게 외계로부터 우리를 둘러싸 우리의 삶을 지켜낸다.


지붕, 덮다

류종대 작품
국가무형유산 제와장 김창대의 전통 궁집 기와

지붕은 햇빛, 눈, 비, 바람이나 인공적 재해 등을 피하도록 건축물의 맨 윗부분에 설치하는 덮개를 말한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등 다른 모양의 지붕 형태, 또 그 지붕을 마지막으로 마감하는 장식기와의 크기와 형태, 문양 등으로 건물의 위계와 기능을 표시하기도 했다. 


창문, 여닫다

이현정의 색의 변주
이규홍의 The Light

창문은 건축의 입면을 의장하고, 실내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축의 기본 요소이다. 외적으로 건물의 지위와 품위를 드러내는 창문은 삶을 담아내는 액자로서 우리를 외부 세계와 연결한다. 여닫는 움직임에 따라 공간에 가변성을 부여하는 창은 우리의 시선을 외부 세계로 직접 연결하며 빛과 계절의 변화 등을 건축 공간에 액자의 방식으로 전한다.


문고리, 건물이 건네는 악수

누가 만들었는지 없어서 안내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직접 만든 문고리 작품이라고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면, 작품에 사용한 소재를 보면 된다. 


보, 수평으로 지지하다

임광순 작품
마승범(스튜디어 SMA) 작품

보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고, 지붕을 받치며, 지붕의 하중을 도리와 기둥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통 건축에서 돌보의 크기는 집의 규모,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신분과 부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특히 대들보는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어떤 공동체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상징도 담고 있다.


건축가의 공예, 공예가의 건축

"공간이란 사물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며 그 인식에 따라 인간을 중심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넓은 의미의 공예라는 개념은 그 건축의 언저리에서 끊임없이 파생되는 공간 체험이다." 공예가 故 유리지

 

그리고 다시 문. 어제까지는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오늘부터는 공예작품 속에 살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무지 힘들겠지만... 

■ 서울공예박물관 특별기획전 공예로 짓는 집은 2025년 3월 9일까지 하며, 입장료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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