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 호이! 둘리는 초능력 내친구" 쌍문동 둘리뮤지엄
뽀로로가 21세기의 어린 친구들을 담당하고 있다면, 20세기에는 초능력 내 친구 둘리가 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알 수 없는 둘리지만, 빙하 타고 내려와 친구들을 만났다. 일 억년 전 옛날이 그립고 엄마가 보고 싶지만, 둘리는 외롭지 않다. 고길동 아저씨를 필두로 도우너, 또치, 희동이 그리고 마이콜이 있으니깐.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마음만은 20세기로 돌아가기 위해 쌍문동에 있는 둘리뮤지엄에 왔다.
옥상에 있는 커다란 함선이 있는 건물은 도서관이고, 뮤지엄은 안쪽에 있다. 도서관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뮤지엄은 주중 4,000원 / 주말 및 공휴일 5,000원이다. 뮤지엄이라고 해서 둘리의 탄생배경부터 변천사를 만날 줄 알았는데, 흡사 키즈카페 같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둘리뮤지엄은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향수보다는 추억이다. 각 층마다 테마별로 재미나게 꾸몄는데, 박물관스럽지 않고 놀이공간 같다. 이때만 해도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왼쪽에 있는 매직 어드벤처로 이동했다.
1층 매직 어드벤처
1996년에 상영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인터렉션 미디어 기술과 VR 콘텐츠를 접목한 실감형 체험 전시물이 연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여기는 쌍문동에 있는 고길동의 집으로 타임코스모스 여행으로 떠난 우주별과 얼음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직접 경함해 볼 수 있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희동이가 도우너의 타임코스모스를 망가트린 에피소드를 재현한 게임형 체험 전시물로 타임코스모스와 시간 여행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했을까? 정적인 박물관이 아니라서 멘붕에 빠졌다.
유령버스는 4D 체험 공간이다. 멀미가 나서 영화도 2D만 보는데 4D라니, 유령기사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흥미진진한 우주별 모험을 경험해 보고 싶지 않아 사진만 찍고 나왔다.
2층 코믹 테마타운
아기공룡 둘리 원작 만화 속 고길동 표류기, 저승행차, 미이라의 부활, 알 수 없는 나라, 유령선 에피소드 이야기를 기반으로 반응형 체험 전시물이 연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어렸을 때는 둘리에게 잔소리하는 고길동이 미웠다. "둘리 좀 괴롭히지 말아요~"라고 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고길동, 네가 고생이 많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길동 표류기는 쌍문동 고길동 집 앞을 빗자루로 청소하라고 시키는 고길동과 둘리 친구들의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기억이 날듯 말 듯). 둘리가 들고 있던 빗자루와 그 옆에 잠들어 있던 요술 빗자루 할머니의 요술 빗자루가 서로 바뀌면서 둘리 친구들이 고길동을 아마존에 혼자 내버려 두고 돌아오게 된다.
미이라의 부활 에프소드 내용을 재현한 전시공간이다. 둘리와 친구들이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보물 상자를 발견한 둘리 친구들이 살아난 미이라에게 쫓기자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탈출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무섭지 않은 미라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귀여운 드라큘라 또한 처음이다.
마이콜 뮤직 스테이지는 노래방이다. 그나저나 둘리 주제곡이 하나가 아니라 2개라는 거, 이번에 처음 알았다. 호이 호이로 시작하는 주제곡은 1988년 KBS TV방영 아기공룡 둘리이며, 2009년 SBS TV로 방영된 NEW 아기공룡 둘리는 주제곡이 완전 다르다. 둘 다 들어봤는데, 아무래도 그 시대 사람이라서 20세기 주제곡(1988년)이 더 맘에 든다.
드디어 찾았다. 머릿속에 그렸던 둘리뮤지엄의 본모습을~ 김파마의 작업실은 아기공룡의 탄생부터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아기공룡 둘리의 시작은 KBS가 아니라 만화잡지 보물선이다. 그리고 둘리뮤지엄이 왜 쌍문동에 있느냐? 고길동은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직급은 만년 과장이다. 아내는 박정자, 아들은 고철수, 딸은 고영희이며, 어린 조카 희동이도 있다.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처음 연재되어 단행본 출간 그리고 TV애니메이션는 도입기, 단행본 출간과 극장판 장면 애니메이션은 대중문화로 정착되는 시기이다. 흑백에서 컬러로 TV 애니메이션에서 3D 영화로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아기공룡 둘리는 어린이들의 순진하고 엉뚱한 모습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사고를 만화로 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1980년 당시 상황은 어른에 대한 공경, 예의와 같은 도덕적 규제가 엄격했기에 어린이가 어른에게 장난을 치거나 무례하게 구는 모습은 출판 심의에서 큰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캐릭터들은 모두 사람이 아닌 동물로 의인화되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아기공룡 둘리가 완성됐다고 한다.
1996년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은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개봉 1주일 만에 서울에서만 8만여 명의 관객이 동원됐고, 영화관 좌석은 거의 매진되었다.
45곡이라니 참 많은데, 개인적으로 마이콜이 부르는 라면과 구공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나 / 하루에 열개라도 먹을 수 있어 /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
3층 드림스테이지
아기공룡 둘리 원작 속 난쟁이가 된 둘리, 유니콘, 도우너를 구하라, X차원의 세계, 눈소동 등 5가지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놀이형 체험 전시물이 연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가장 키즈 카페 같았던 곳.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신나게 놀고 싶었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어른이라서 사진만 찍고 후다닥 나왔다. 사실은 이 공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기에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둘리 대리운전 광고는 동심을 버리고 어른이 된 듯해서 겁나 불편했다. 둘리뮤지엄에 오지 않았다면 계속 동심을 지키지 못했구나 했을 텐데, 그 말 취소다. 왜냐하면, 둘리는 초능력 내친구이자 귀여운 아기공룡이니깐. 그래도 그 광고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둘리뮤지엄, 어른 혼자보다는 아이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돈이 아깝지 않다.
유튜브에 아기공룡 둘리로 검색하니, 영상이 꽤 많다. 오랜만에 초능력 내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호이~ 호이~
2024.10.27-부드럽기 그지없는 갈비탕 & 찜 쌍문동 쌍문각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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