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구미호뎐에서는 내세출입국관리사무소 but 현실은 국립기상박물관
예전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다녔다면, 지금은 느즈막을 좋아한다. OTT로 인해 드라마를 본방사수가 아니라 몰아서 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남들보다 먼저가 아니라 늦게 알게 된다.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이연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그곳, 당연히 지방인 줄 알았는데 서울에 있다. 드라마는 내세출입국관리사무소로 나왔지만, 현실은 국립기상박물관이다.
박물관이자 기상도 다루고 있는 곳이니 당연히 주변에 건물이 없어야 한다. 고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서울시민대학으로 가는 한번의 오르막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주차장을 지나 더 거대한 오르막이 남아있다는 거, 안 비밀이다.
그래~ 구미호뎐에서 봤던 그곳이 확실하다. 드라마가 현실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뻔 했는데, 구미호(이동욱)가 드나들었던 저 문은 관계자외 출입금지란다. 구미호라면 들어갈 수 있을 거야라고 헛생각을 하면서 건물 뒤에 있는 정문으로 들어갔다.
국립기상박물관은 1932년 경기도립경성측후소 청사로 신축(드라마에서 이동욱이 드나들었던 문이 있는 건물) 되었고, 1939년 동쪽으로 2층 건물이 증축(현대식으로 보수를 한 정문이 있는 건물) 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복원과 보수 작업을 통해 7개의 전시실로 꾸몄다.
서울역 옛 역사처럼 국립기상박물관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건물은 역사유적지, 내부는 박물관과 서울기상관측소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만으로도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디테일은 직접 방문으로 남겨둔다. (두번으로 나눠 업로드하기 귀찮아서 그런 거 절대 아님.)
국보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는 현존하는 유일한 측우기이다. 비가 온 후 호미나 쟁기를 이용해 비 온 양을 재는 방법(우택)은 토양의 성질과 도구에 따라 달랐다. 즉, 우택만으로 전국의 강유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1441년 (세종 23) 음력 4월 29일 세종실록 기록에 의하면, 이를 고민하던 왕세자 이향(훗날 문종)이 서운관 관리들과 함께 측우기를 고안했다.
서양 유량계가 발명되기 약 220년 전에 만들어진 측우기는 농업기상학 역사의 새 시대를 열었고, 발명의 날(5월 19일)의 기원이 되었다.
겉면에 새겨진 글은 "금영측우기의 높이는 1척 5촌, 지름은 7촌, 무게는 11근이며, 도광정유(헌종 3년, 1837년)에 만들었다"라는 뜻이다라고 한다. (왼쪽부터 읽어야 함)
측우 제도가 확립된 세종 24년 이후 측우기는 전국 330여 곳에 설치됐다. 서운관과 8도 감영에는 금속으로 주조한 측우기가 설치되었고, 군과 현에는 도기나 기와로 만든 측우기가 마련됐다. 본 지도는 대동여지도에 세종 대를 기준으로 전국의 측우기 위치를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붉은 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기존 청사 건물이다. 증축한 청사는 1932년에 건립한 기존 청사의 동쪽에 면하여 연장하는 방식으로 계획했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 청사 벽면에 낸 아치형 창 3개소를 벽돌로 매웠다. 메워진 벽에 면하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설치했다.
조선의 기상 관측 제도는 1876년 개항을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상 정보는 개항장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과 직결되었기에 개항장 인근 해안의 온도, 풍향, 풍속, 기압 등의 기상 요소가 다른 지역에 앞서 규칙적으로 측정되고, 기록되기 시작했다.
조선은(1876년) 외국과의 통상을 위해 항구를 개방해 외국 선박의 출입을 허가했다. 인천과 부산을 시작으로, 1897년에는 원산과 목포를 개항했다. 1904년 용암포 개항과 함께 기상 관측을 위한 설비들이 마련됐다. 일제는 러일전쟁에 활용하고자 개항장을 중심으로 임시관측소(측후소로 개칭)를 설치했다.
자동기상관측장비 AWS는 관측 장소의 풍향, 풍속, 기온, 습도, 강수량 등을 자동으로 관측해 통신으로 전송하거나 저장매체애 저장하는 장비이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당시 경기장의 기상 상황을 파악하고자 자동기상관측장비를 도입했다.
백엽상은 기상 관측용 설비가 설치된 백색의 나무상자를 가리킨다.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직사광선이나 눈, 비가 들이치지 못하도록 사방의 벽은 겹비늘 창살 형태로 제작하는데, 이때 약 100개의 조각으로 조립한다고 해서 백엽상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갈릴레이 온도경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온도에 따라 액체의 밀도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 온도계이다. 바이메탈 온도계는 팽창률이 서로 다른 두 금속을 마주 붙여 놓은 것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팽창률이 작은 금속 방향으로 휜다. 바이메탈이 온도에 따라 휘어지면 여기에 연결된 기록 펜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원통형 시계에 잠긴 기록 용지에 온도를 기록한다.
유리제 온도계는 온도에 따라 액체가 팽창 또는 수축하는 성질을 이용해 만든 온도계로, 유일하게 아는 온도계 등장이다. 곡관지중 온도계는 땅의 표면이나 비교적 얕은 땅속 온도를 잴 때 사용하는 온도계다. 각종 씨앗의 발아, 뿌리의 병충해 및 동상해 방지 등 농업 대책과 수도관 및 토양의 동결 대책 등에 이용된다.
백금저향 온도계는 온도 변화에 따라 백금선의 전기 저항이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한 온도계다. 백금이나 알루미늄, 구리 같은 금속은 온도가 높아지면 전기 저항이 높아지는데, 이 중에서 백금을 사용하는 것은 반응성이 낮고, 너무 무르지 않으면서도 가는 선의 형태로 뽑아낼 수 있어 온도계 제작에 용이하다.
라디오존데용 온도계는 관측 기기를 지상에서 수십 km까지 띄워 1~6초 간격으로 기온, 습도, 기압을 측정하는 장비다. 측정 감지기, 신호 처리 장치, 무선 송수신기, 낙하산 등으로 구성된다.
철관지중 온도계는 땅속 0.5m, 1m, 2m, 3m, 5m 깊이의 땅속 온도를 측정하는데 사용한다. 온도를 측정할 때는 온도계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눈금을 읽는다. 관측된 지중 온도는 수도관 및 토양의 동결 대책 등에 이용된다.
기상위성은 지구의 기상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인공위성이다. 위성에 탑재된 센서로 대기 영상을 촬영해 구름의 위치와 크기, 태양광의 반사량 등을 관측하고 측정한다.
2010년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1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 독자 기상위성 보유국이 됐다. 2018년에 발사한 천리안위성 2A호는 한반도 주변을 2분마다 관측해 태풍, 집중호우, 황사, 안개 등의 위험 기상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태양 폭발, 지자기 폭풍 등 우주 기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기상레이더는 전파를 대기 중에 발사해 강수 입자에 부딪혀 산란되어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신 분석해 강수 구름의 위치, 강우 강도, 이동 속도 등을 탐지하는 기상관측장비이다. 우리나라는 1969년 서울 관악산에 설치한 이래 10여 대의 기상레이더를 확보해 기상관측망을 운영하고 있다.
1970년대 기상예보에 슈퍼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이래로 오늘날 슈퍼컴퓨터는 수치예보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됐다. 2000년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한 이후, 4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1년부터 우리나라의 기상 특성을 반영한 독자 수치예보모델 개발이 시작됐고, 그 결과 2020년 4월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현업에 활용되고 있다.
국립기상박물관 앞마당(?)에 있는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닌 계절관측목이다. 계절관측은 계절을 대표할 수 있는 여러 현상을 관측해 기후변화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기후 계절관측으로 구분하는데, 식물계절관측은 동일한 기준에서 관측하기 위해 기상관서 내외 또는 군락지에 판촉목을 지정해 관측한다.
서울의 계절관측목은 조용필(월컴투 삼달리 완주 완료)이 그렇게 가고 싶었던 세계기상기구(WMO)의 지침에 따라 그 계절을 대표하는 벚나무, 진달래, 개나리, 매화, 복숭아나무, 배나무, 은행나무, 코스모스, 아까시나무 등 식물 10종이 선정되어 관측되고 있다.
단풍나무는 단풍의 시작과 절정을 관측한다. 단풍의 시작은 나무의 20% 가량이 물들었을 때, 절정은 80%가량 물들었을 때로 잡는다.
벚나무(왕벚나무)는 발아, 개화, 만발 시기를 관측하는데, 벚꽃개화 기준은 임의의 한 가지에 3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라고 한다. 단풍나무는 120여 년, 벚나무는 60여 년 전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하며, 서울기상관측소 우량계실과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가파른 오르막은 싫지만, 매화에 이어 벚꽃까지 두번은 더 가야겠다. 다른 나무와 달리 식물계절 관측표준목으로 의미가있으니깐. 단순히 드라마 촬영지가 궁금해서 왔는데, 많은 걸 배워간다. 꽃피는 봄이 오면, 다시 올게요~
2017.06.02 - [전북 정읍] 국립전북기상과학관 - 기상과 천문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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