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역대급 한파! 안은 따뜻한 서울식물원!
역대급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불 밖은 무섭지만, 그렇다고 이불 안에만 있으려니 답답하다. 어디가 좋을까? 겨울인데 춥지 않아야 하고, 싱그러움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고민과 폭풍검색을 한 결과, 서울시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이 나왔다. 이불을 걷어차고 출발이다~
서울식물원은 개관 즈음에 갔었다. 그때는 수국이 만발했던 한여름이었는데, 지금은 냉동고가 따로 없는 겨울이다. 그때는 습하고 무지 더웠는데 지금은 어떨까? 장갑을 끼고 있는데도 손이 시리다. 입구 사진만 후다닥 찍고, 하얀 기둥이 보이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을 했다. 왜냐하면 매표소가 저곳에 있으니깐. 참, 방문은 1월 24일 수욜임당~
그때(2019년)는 제로페이로 30% 할인(3,500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할인이 사라져서 5,000원을 다 내고 들어왔다. 입장권으로 온실과 주제정원을 다 볼 수 있는데, 주제원은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 냉동고와 같은 날씨에 야외정원에 갈까? 말까?
서울식물원 온실에 입장하자마자, 사진을 찍었더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온도차가 너무 커서 일어난 현상인데, 이를 복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렌즈를 닦으면 다시 뿌옇게 되고, 또 닦으면 또 뿌옇게 됐기 때문이다.
식물원이니 당연히 이름표가 있는데, 그 이름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닥 관심이 없는 나무는 이름표가 잘 보이는데, 사진 속 꽃의 이름표는 찾다가 포기하고 구글 이미지 검색까지 했는데도 잘 모르겠다.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지만, 싱그러움을 만끽하고 안구 정화를 위해 왔으니 그냥 지나갈게~'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인데 그때랑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확 달라지지도 않았다. 얼대관에서 시작해 지중해, 로마 등 나라별 정원이 나오고, 어린 왕자를 만난 후 스카이워크로 이동, 동선은 변함이 없다.
입장하기 전 직원에게 겉옷은 벗고 들어가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온실에 오래 있으면 꽤나 더울 수 있다고 알려줬다.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열기와 습기로 인해 답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밖이 워낙 춥다 보니, 덥다는 느낌보다는 따땃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목도리는 에코백에, 패딩은 입는 시늉만 하고 돌아다녔다는 거, 안 비밀이다.
나무만 보면 무지 덥고 습한 열대우림에 온 듯 하지만 여기는 서울시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이다. 여름과 달리 습하지는 않은데, 점점 패딩이 버거워진다. 조금 전까지 춥다고 그 난리를 쳤는데, 이제는 덥단다. 이렇게 이기적인 인간이었나? 아니다. 온실이 그렇게 만든 거다. 이기적이어도 좋다. 밖에서는 못 보는 나무와 꽃을 맘껏 볼 수 있으니깐.
스페인 탐험가 에르난도 코르테스가 점령하기 전부터 아즈텍 문명에서는 용설란을 이용해서 풀케라는 전통주를 빚었다. 이후에 스페인에 증류기술이 들어오면서 카베사, 테킬라 등의 술이 발명되었다. 몬타나용설란은 백년초로 불리기도 했는데, 용설란이 개화하기까지 100년이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저기 보이는 안내문에 나와있다.
닥틸리페라야자는 성경 속 종려나무로 등장하는 대추야자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에 무성하며 고대인들을 먹여 살린 생명의 나무였다고 한다.
바오밥나무는 2,000년 이상 생육이 가능한 식물이다. 성장한 바오밥나무의 몸통에는 3톤가량의 물을 함유하고 있어 극심한 아프리카의 건기에 줄기의 물을 쉽게 빼내기 위해 나무에 꼭지를 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걷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한 온기는 더위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 땀이 날 정도의 더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역대급 한파에 푸르른 나무를 한 시간이 넘도록 보고 있다니, 아니 행복할 수 없다.
아까는 따뜻했는데, 스카이워크는 꽤나 덥다. 이제는 패딩을 내팽겨치고 싶지만, 이 길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왜냐하면, 온실을 나가면 바로 추위가 몰아칠 테니깐.
가드닝을 꿈꾸지만, 컬러 본능이 있는지 내 안에 들어오면 다 죽는다. 그래서 데려오지 않고, 그냥 바라만 봤다. '너희들의 생명유지를 위해서는 나를 멀리해야 해~'
온실에서 나와 고민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주제원으로 갈까? 하지만, 꽁꽁 얼어있는 호수를 보고 있으니, 춥고 배고프다. 2019년 여름에는 더워서 아니 가고, 2024년 겨울에는 추워서 아니 간다. 주제원은 봄 또는 가을에 다시 가기로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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