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디지털국가유산 나눔방
요즈음 사람 많은 경복궁보다는 국립고궁박물관을 자주 들린다. 대체로 전시만 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 혹은 운명 암튼 뮤지엄 숍으로 불리는 기념품 매장에 들렀다. 역시 비싸군 하면서 나오다 옆집(?)을 힐끔 보았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봤을 때는 카페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디지털국가유산 나눔방이다.
왼편 공간이 국립고궁박물관 뮤지엄 숍이다. 박물관 특성상 궁궐과 그와 관련된 기념품이 많다 보니,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다. 그립톡이나 키링을 장만하러 들어갔다가, 내돈내산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나왔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으면 저 끝에 뭐가 있는지 몰랐을 텐데, 화장실을 가느라 디지털문국가유산 나눔방의 존재를 알게 됐다.
디지털국가유산 나눔방은 우리 문화유산과 디지털기술이 만나는 신개념 체험과 휴식 공간이라고 한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콘텐츠를 활용해 우리 문화재를 체험할 수 있으며,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문화유산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어린이 역사책을 포함해 각종 문화유산 전문서적, 국내여행안내 자료 등 약 1,000여 권의 도서를 열람할 수 있으며 휴식까지 취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
카페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운데 소파를 기준으로 왼편에는 체험공간이, 오른편에는 대형 모니터가 있다.
대형모니터가 있는 공간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로 창경궁, 해인사팔만대장경, 통도사 대웅전과 금강계단, 하회탈 그리고 프렉탈 아크를 볼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봐도 되지만, 옆에 있는 태블릿 PC를 검색하면 250여 점의 다양한 디지털 문화유산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방문에는 블로그에 업로드할 생각이 없어서 구경만 했다가, 콘텐츠로 괜찮을 듯싶어서 작정하고 사진을 찍으러 다시 왔는데 아뿔싸~ 점검 중이다. 영상이 은근 아니 꽤 괜찮다는 거, 안 비밀이다.
요즘 돈 내고 한다는 VR과 AR 체험을 공짜로 할 수 있는 가상현실 / 증강현실 체험존이다. 공간이 공간이다 보니, 게임은 아니고 석굴암의 아름다움은 가상현실이며, 수원화성 축성 직후 발간된 화성성역의궤에 나오는 팔달문, 화서문, 서북공심돈, 방화수류정의 모습을 이미지 마커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고궁뜨락 카페가 있지만 차를 꼭 주문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두 번이나 왔는데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체험만 해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옥에 있는 마루 같은 공간은 문화유산 여행길이다. 1,000여 권의 책을 맘껏 볼 수 있으며, 게임과 체험도 할 수 있다.
낙화는 인두로 목재나 직물, 대나무 또는 상아 등의 표면을 지져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공예 기법을 말한다. 직접 낙화를 하려면 시간도 장비도 많이 들겠지만, 디지털은 손끝으로 쓱쓱 터치만 하면 끝이다. 완성된 작품을 프린트하면 일률적으로 나오지만, 낙관을 하면 느낌적인 느낌으로 나만의 작품이 된다. 대신 프린트를 하가 전에 낙관부터 먼저 해야 한다. 왜냐하면 프린트는 하루에 한 번이니깐.
전시용인 줄 알았는데, 아래 가격표가 있다. 왼쪽은 미니가야금으로 840,000원, 오른쪽은 미니거문고로 880,000원이다. 가격표를 보기 전에는 갖고 싶었는데, 가격 확인 후 생각조차 안 하기로 했다.
왕의 밥상 위를 뛰놀다는 한국 전통음식의 맛과 멋을 담은 임금의 밥상(수라상)을 대령숙수와 궁녀들이 재현하는 궁중음식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그릇 위로 대령숙수와 궁녀들이 돌아다니면서 밥을 안치고, 음식을 만든다. 종종걸음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대령숙수의 모습이 은근히 귀엽고 재미도 있다.
또 다른 VR 체험존으로 2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첫 번째, VR 타임머신으로 조선시대 미사일 대장군전과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기 비거(날아다니는 수레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개발된 비행기)를 만들고 테러조직으로부터 조선을 구해야 한다.
두 번째, VR 우주선으로 가상으로 제작된 우주 영상을 시청하고 미사일을 쏘며 우주를 실감 나게 체험한다. 멀미가 나더라도 해볼까 하다가, 그다지 끌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사진만 찍었다.
다면영상체험실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디지털 영상으로 담아 다면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디지털국가유산 나눔방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으로, 멍때리기 무지무지 좋다. 다면영상이라고 해서 기술력이 대단하구나 했는데, 위를 보니 빔프로젝트가 사방팔방 있다는 거, 쉿~ 비밀이다.
국립고궁박물관 디지털국가유산 나눔방이 좋은 점은 두 번 갔는데 그때마다 빈손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거다. 처음에는 낙화 그리기를 체험 후 퀴즈를 맞혀서 귀여운 왕이 그려져 있는 네임택을 받았고, 이번에는 SNS에 체험하는 모습을 올려서 머그잔을 받았다. 매일 이벤트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무패행진(?)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새로운 전시가 없더라도,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필히 들어갈 거다. 디지털국가유산 나눔방으로 직진해, 선물 주는 이벤트를 한다면 무조건 무조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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