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 사전가직물관 3층 보자기전
비닐봉다리, 쇼핑백, 에코백, 장바구니 등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도구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물건을 넣어서 다녔을까? 답을 알고 있기에 그닥 궁금하지 않지만, 보자기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작품으로 만들어낸 그들의 솜씨를 보고자 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 3층에 있는 보자기전으로 향했다.
보자기는 네모난 형태의 작품이다. 물건을 보관하고 장식하며 간편하게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있어 틀이 있는 가방에 비해 공간 활용이 편하고 친환경적이다. 요즘도 보자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명절에 자주 만나게 된다. 과일, 고기를 포장하는 용도로 보자기가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때 받은 보자기는 철 지난 옷이나 이불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인다.
가방에 붙어다니는 동사는 넣다와 메다 뿐이지만, 보자기에는 이렇게 싸다, 메다, 가리다, 덮다, 깔다, 들다, 이다, 차다와 같이 가변적으로 복합적인 무수한 동사들이 따라다닌다. 이어령 "보자기 문명론"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는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화려한 문양이 있는 보자기부터 민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한 보자기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소재, 구성 방법 등의 차이와 보자기의 다양한 용도를 소개하고 있다.
보자기의 역사는 삼국유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가야 시조 설화에 홍폭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옷감 폭 전체를 사용해 만든 붉은 색 보자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문 보자기는 하얀색 직물 위에 다양한 색으로 길상무늬를 그려 넣은 홀 보자기이다. 보자기 가운데의 원형 안에는 봉황 한 쌍이 마주 보고 있고, 주변에 원형으로 수(壽)자, 영지, 모란 무늬 등이 표현되어 있다. 두 모서리에 딸린 끈에는 수(壽)자, 영지모양의 불로초, 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화염은 직물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무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했던 보자기에서 많이 보인다.
보자기의 형태는 대부분 정사각형이다. 한두 폭 보자기는 주로 작은 귀중품을 싸는 데 사용되고, 여러 번 감싸 묶기 위해 한쪽 귀퉁이에 끈 두 개를 단 경우가 많다. 반면 100cm 가량의 세 폭 이상 보자기는 옷이나 이불, 가구를 싸기 위해 면이나 마직물을 이용해 튼튼하게 만들었다. 보자기에 솜을 두거나 누비는 이유는 물건이 상자 등과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수 보자기는 다양한 색의 면이나 견직물에 수를 놓아 만들었다. 보통 한 폭에서 한 폭 반 정도(40cm 전후)의 바탕천에 나무와 새 등을 강한 보색 대비로 수놓은 것이 많다. 나무와 새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것일 수도 있고 보다 근원적인, 생명이나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상징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느질을 하고 남은 자투리 천은 바느질 도구나 노리개 같은 장신구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이는 남은 천을 알뜰히 이용한다는 면도 있지만, 정성을 모아 복을 구하고자 하는 염원도 담고 있다. 자투리 천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인 조각보는 자투리라도 허투투 버리지 않고 가지각색의 조각을 모아 재탄생시킨 새로운 조형 작품이다.
까치두루마기는 소매에 색동을 달아 만든 두루마기로, 아이들의 옷 중에서 가장 모양을 낸 옷이다. 섶과 소매는 색색의 직물 조각을 이어 만들었으며, 깃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잣을 물려 장식했다. 쓰고 남은 직물은 모아 자원을 아끼고, 정성을 담아냈다. 색동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아이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했다.
밥 멍덕은 색이 다른 여러 종류의 삼각형 직물 조각을 바느질로 이어 만든 반원형의 그릇 덮개이다. 밥그릇을 덮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됐다. 솜을 넣고, 꼭대기에 고리를 달아 사용이 편리하도록 했으며, 크기가 작아 어린이의 그릇을 덮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자기도 작품이 될 수 있다니 몰랐다. 명절때 생기는 보자기는 주로 금색이라서 작품이라고 할 수 없지만, 자수처럼 보자기도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친환경은 기본, 남은 천을 재활용하면서 작품까지 만들어 내다니 우리 선조들은 다 금손이었나 보다.
다른 건물과 달리 전시3동을 사전가직물관이라고 한 이유를 찾았다. 보자기 할아버지로 불리는 사전가 허동화는 자수품과 보자기 수집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자 사립박물관의 개척자라고 한다. 그가 수집한 자수품과 보자기는 1976년 한국자수박물관 설립과 함께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는 더 나아가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독일 동아시아박물관, 미국 아이비엠갤러리 등 외국 유수 기관의 초청을 받아 전시함으로써 우리 자수품과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허동화는 부인 박영숙과 함께 생전에 수집한 자수품과 보자기를 포함한 소장품 5천여 점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사전가는 허동화 선생의 아호다. 다른 박물관도 그러하겠지만, 서울공예박물관은 볼거리가 확실히 많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이 많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서 가야 한다. 상설전시는 끝냈으니, 재미있는 기획전시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다시 가야겠다.
2022.03.29 - 자수, 꽃이 피다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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