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월영교
월영교 야경을 놓치고 나니 낮풍경도 그닥 볼 생각이 없었는데, 헛제삿밥을 먹은 식당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월영교가 있다. 이렇게 가까운데 아니 갈 수 없다. 강렬한 여름 햇빛은 피하고 싶지만, 그로 인해 생긴 반영은 한없이 바라보고 싶다. 경북 안동에 있는 월영교다.
점심을 먹었던 맛50년헛제사밥에서 월영교까지 거리가 약 30미터 정도 된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덥고 하니,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안동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에,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은 멀어서 놓쳤는데 월영교까지 놓칠 수 없다.
가방을 식당에 잠시 맡기고, 카메라와 양산만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배는 부르지만 걸리적 거리는 가방이 없으니 걸음걸이가 무지 산뜻하다. 그나저나 식당에서 나와 얼마 걷지고 않았는데, 벌써 주르륵 주르륵 땀이 흐른다.
한강다리 야경과 반포대교 분수쇼를 여러번 봤기에, 월영교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했다. 헌데 주변 배경이 서울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올림픽 야구를 버리고 야경을 볼 걸 그랬다. 엄청 후회가 되지만, 나의 선택이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월영교는 안동댐 아래로 흐르는 물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안동물문화관(여기서 출발)이 있는 상아동과 안동민속촌이 있는 성곡동을 잇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다. 길이는 387m, 너비는 3.6m에 이른다.
부유물이 있긴 하지만, 하늘에도 낙동강에도 구름이 있다. 반영을 보자마자, 오길 잘했구나 싶다. 시원까지는 아니지만, 바람이 분다. 솔솔 강바람이 불어온다.
월영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면 영원히 사랑이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원이 엄마의 편지때문이라는데, 이응태 부인이었던 원이 엄마는 병든 남편의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한 켤레 만든다. 아내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끝내 세상을 떠나고, 이를 슬퍼하며 원이 엄마는 편지를 쓴다.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는 남편의 잃은 아내의 애절한 마음이 절절히 녹아 있다고 한다. 편지는 국립안동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더워서 혼자 걸었지만, 다음에는 꼭 손을 잡고 걸어야겠다.
월영교 한가운데는 팔각정의 모습을 한 월영정이 있다. 월영교라는 명칭은 다리 개통 당시 안동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한 것이라고 한다. 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가 이곳을 오게 된 사연 그리고 월곡면과 음달골이라는 옛 지명을 고려했다. 낙동강을 감싸는 듯한 수려한 산세와 미세먼지 하나 없는 푸른하늘과 하얀구름 아래 낙동강은 산이 되고, 하늘이 되고, 구름이 된다.
야경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월영교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시작도 끝도 반영이다. 정말 원없이 반영을 봤고, 담았고, 즐겼다.
교각 위로 아치형의 트러스를 올린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라는데, 영월교는 그 위로 나무 상판과 좌우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세운 나무 난간은 올렸다. 현대적인 다리 위에 한국의 전통미를 더했다고 할까나?
다리를 건너면, 안동석빙고에 선성현객사, 안동시립민속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는데, 월영정에서 걸음을 멈췄다. 강바람도 불고, 건너갈 시간도 충분했지만, 여전히 더웠고 식당에 가방을 맡겼는데 너무 늦게 가면 예의가 아니다.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월영교 야경과 그외 볼거리는 두번쨰 안동여행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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