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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로드 대장정 2화: 변형은 돌아오지 않아~

키보드 교체로 손목은 어느정도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손가락에서 이상 신호가 왔다. 저림 증상이 종종 있긴 했지만, 손목땜에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날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 심하게 부었다. 부종때문인지 주먹을 쥘 수도 없고, 가운데 손가락이다보니 모양새가 욕을 하는 포즈인 듯 아닌 듯 암튼 거시기(?)했다. 손목에 비해서 통증은 덜했지만, 부종이 심해서 결국 병원에 갔다.

 

정형외과를 갈까 하다가, 동네에 류마티스내과가 있기에 그곳으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증상이 류마티스인 줄 몰랐다. 그저 외과보다는 내과가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부종이니 약만 먹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줄 알았다. 병원에 처음 갔을때가 2019년 6월이다. 이때 제대로 병명을 알게 됐더라면, 앞으로 있을 엄청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둔했기에 제대로 선택을 했는데도 그걸 받아 먹지 못했다.

 

사랑은 돌아오지만 변형된 손가락은 돌아오지 않아~

손목에 손가락까지 통증이 이어지고 있으니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손목은 터널증후군으로 손가락은 마우스로 인한 직업병으로 여겼다. 왜냐하면 꽤 오래전부터 마우스를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만 달라졌을뿐, 마우스 손가락 위치는 오른손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즉, 오른손 검지는 왼손 가운데 손가락으로, 오른손 중지는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사용했다.

 

마우스는 주로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왼손일때는 검지이지만, 오른손일때는 중지가 된다. 손가락마다 갖고 있는 힘이랄까? 엄지가 가장 강하고 검지, 중지, 약지 순으로 점점 약해지지 않을까 싶다. 중지보다는 검지가 힘이 더 좋은데, 마우스는 가운데 손가락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래서 탈이 났다고 또 혼자서 섣부른 판단을 내려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고 있지만, 마우스 위치를 바꿔서 검지가 왼쪽을, 중지가 오른쪽을 클릭하고 있다. 다시 2019년 6월로 돌아가 병원에 갔고, 이날 처음으로 그녀석에 대해 듣게 된다. 류마티스내과라서 류마티스에 대해 말하는 건가 싶었고, 피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는 말에 이거이거 과잉 진료 아닌가 하는 불신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부종이 심했지, 관절에는 그닥 문제가 없었는지 의사도 류마티스 검사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기에 물리치료와 처방전만 받고 나왔다. 후회는 현실에서 겪는 가장 큰 지옥이라더니, 이때 의시가 좀 더 강하게 어필을 했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이 어르신이 아니라 30대에 주로 나타나는 증상인 줄 알았더라면...

 

 

대학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급하게 갔기에 당일 접수를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외래에 있어야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어르신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일 줄 알았는데, 류마티스 내과에 방문하는 환자를 보니 대부분이 여성에 30~40대였다. 20대도 있었으니, 나의 잘못된 생각이 1년이 넘도록 류마티스가 내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게 도와준 셈이다. 

 

다시 2019년으로 돌아와서, 피검사는 하지 않고 약만 처방을 받았다. 약을 먹으니 부종도 가라앉고 통증도 덜해졌다. 손가락땜에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손목 통증도 줄어들었다. 원인은 다르지만 어차피 통증은 비슷하니 약으로 다 치료가 된다고 그렇게 또 어리석은 판단을 했고, 4~5번 진료없이 처방전만 받으러 병원에 갔다. 곧 다가올 무릎통증에도 이 약이 먹히기에 언발에 오즘을 누듯, 약으로 통증만 잡았던 것이다.

 

약도 먹고, 마우스 위치를 바꿨으니 손가락이 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종으로 부었던 손가락이 가라앉고 주먹도 제대로 쥘 수 있게 됐는데, 손가락 관절이 유독 커졌다. 아프지도 않고 부종도 없는데, 한번 변형이 온 관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단다. 이는 1년이 지난 후 한의원 치료를 받게 되면서 알게 됐다. 왼손 엄지는 그나마 티가 나지 않는데, 가운데 손가락은 바보같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 병명을 알게 된 지금이야 선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손가락이 왜 커졌지 하면서 의아해했다. 

 

손목을 시작으로 손가락까지 왔으니 섣부른 판단이 아니라 정확한 검사를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병원을 제대로 찾아갔는데도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 일년이 넘는 기나긴 무릎과의 전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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