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로드 대장정 1화: 누가 손목 터널증후군이래~ 섣부른 판단은 금물!
얼마 전에 류마티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무릎관절염인 줄 알았는데, 병원을 1년 이상 다녀도 낫지 않기에 MRI 검사에 대학병원까지 가고 난 다음에야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됐다. 좋아지다가 다시 안좋아지다가를 반복할때마다 그저 나아지는 과정이겠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점점 더 심각해지는 과정이었다. 병원을 다니는데도 왜 계속 아플까? 퍼즐을 아무니 맞춰도 미완성이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찾았다. 그리고 그 시작이 무릎이 아니라 손목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됐다.
대학병원에서 확정을 받은 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저 무릎이 안좋았을 뿐인데, 검사결과는 무릎을 비롯해 손가락, 팔목, 심지어 발가락까지 퍼져 있었다. 의사 왈, 분명 무릎이 아프기 전부터 신호가 왔을텐데 혹시 몰랐나요? 각각 다른 병이라 생각했지, 그게 다 그녀석(?) 때문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집에 와서 수첩을 꺼내 언제 어느 부위가 아프기 시작했는지 지도를 그려보고 나서야 내몸은 진작부터 시그널을 보냈는데 내가 무지하고 아둔하고 바보같아서 몰랐음을 알게 됐다.
우스개 소리로 주인말을 듣지 않는 팔과 다리라는 표현을 주로 썼는데, 실제로 내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류마티스는 외부의 나쁜 균에 대해 방어 역할을 해야 하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질환의 일종이라고 한다. 진짜로 주인말을 듣지 않는다니, 이젠 농담도 섣불리 못하겠다.
그녀석과의 첫 만남은 무릎이 아니라 손목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9년 6월, 2년 넘게 사용하던 키보드를 교체했다. 맥북전용 키보드에 휴대하기도 편해서 주로 사용했는데, 높이가 낮아서 키보드 박스를 올려서 사용하다보니 어느날부터 손목이 아파왔다. 인터넷 정보를 그리 맹신하지 않은데, 그때는 뭐에 쓰였는지 맹신을 했다. 검색을 통해, 손목증후군을 알게 됐고 증상이 너무 비슷해 나도 손목증후군이구나 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저림 증세에 통증까지 딱 손목증후군이다 싶었다. 집안일은 거의 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원인은 손목을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에 있다고 또 혼자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딱히 하루종일 아픈 것도 아니고 통증이 있긴 하지만 짧게 왔다가 가기에 병원까지는 갈 필요는 없겠지 했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게 맞는데, 그 병원을 싫어하다보니 잘 안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될 수 있으면 병원을 멀리하고 싶다.
병원대신 나름 손목증후군을 고쳐보겠다고 생각한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은 키보드 교체와 마우스 손목받침대 장만 그리고 테이핑이다. 테이핑이야말로, 치료보다는 보완인데 할때와 안할때가 확연히 다르다보니, 손목이 불편하다 싶으면 무조건 테이핑에 손목보호대를 했다. 테이핑의 도움도 받고, 키보드도 바꾼 탓인지 손목이 점점 좋아지는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손목이 외부충격을 받게 되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이때라도 병원을 갔더라면, 후회는 현실에서 겪는 가장 큰 지옥(빈센조 대사)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키보드를 교체한 날로부터 정확히 1년 후 무릎통증으로 인해 한의원을 찾게 된다. 이때 고질적으로 아팠던 손목에 대해서 물어봤다. 원장 왈, 주먹을 쥐고 손목을 안으로 접어 보세요. 손목 인사라고 해야 할까나, 시범을 보이는 원장을 따라서 했는데 어라~ 인사는 커녕 손목이 접히지 않는다.
굳었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이래서 손목이 계속 저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왼쪽손목도 완벽하지 않지만 오른쪽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아보였다. 침술은 무릎에 이어 손목으로 이어졌고, 더불어 팔자를 그리는 손목 운동을 배우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300번 꾸준히 운동을 해줬다. 그 때문인지 저림 증상도 서서히 줄어들고, 무거운 짐을 들 수 있을 정도로 손목에 힘도 붙었다.
좋아졌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석이 먹이감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아픔이 멈췄던 것이다. 왜냐하면 검사결과 손목 관절은 이미 아작이 난 걸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운동을 해서 불편함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릎에 이어 손목까지 고생을 했을 거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의학정보는 그저 정보로만 봐야한다. 정확한 병명은 인터넷이 아니라 의사로부터 들어야 한다. 이 답을 찾게 될때까지 나는 너무나도 많은 걸 잃었다. 손목에서 놀던 그녀석은 다음에는 어디로 갔을까? 2화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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