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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역 부근을 걷고 있는데, 옆에 누가 왔는지 그림자가 생겼다. 그와 동시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excuse me." 요즘 도를 믿으라고 하는 사람들이 인상이 좋다는 말로 먹히지 않으니, 생뚱맞게 영어로 관심을 끄는 건가 했다. 쳐다보지 않을까 할까다, 또다시 "excuse me."가 들려왔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도가 아니라 딱봐도 도움이 필요할 거 같은 여성(중국인)이 서 있다. 

 

그녀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니, 다짜고짜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번역앱 화면으로 원문은 중국어이고, 번역은 이렇게 나와 있다. "외국인등록증 취급소가 어디에 있나요?" 외국인등록증 취급소??? 한번도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다. 난감한 순간이라, 무시해 버리고 가버릴까 하다가, 나보다 더 난감해 하는 그녀를 보니 그냥 갈 수가 없다. 여행객은 아닌지 간단한 의사소통은 되기에, "잠시만"이라고 하고는 아이폰을 꺼냈다. 

 

마포역 부근에 외국인등록증 취급소가 있는데, 못찾고 있는건가 싶어 '마포역 외국인등록증 취급소'로 검색을 했다. 그곳이 여기라고 딱 나와야 하는데, 상관없는 정보만 나온다. 목동에 출입국 관리소가 있는데, 혹시나 마포에도 있는지 검색해보니 또 없다고 나온다. 내 옆에 서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있는 그녀. 서로 대화는 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둘은 알고 있다. 나는 너를 위해 열심히 찾고 있고, 그런 너는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목동에 출입국 관리소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할까 하다가, 마포까지 온 걸 보면 이 부근에도 있는 거 같은데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이쯤했으면 그녀가 눈치를 채고 됐다고 하고는 가도 될텐데, 계속 내 옆에 서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 급 120 다산콜센터 번호가 생각났다. 서울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한번도 전화를 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120을 눌렀다.

 

신호가 가고, 연결은 됐지만 예상했던대로 컴퓨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용자 폭주로 상담원 연결이 지연될 수 있고 어쩌고 어쩌고... 교통 관련 문의는 1번, 일반행정은 3번 등 안내멘트로 이어졌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 걸까? 그리고 상담원과 연결이 됐고, 외국인등록증 취급소에 대한 정보까지 알게 됐다.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번역앱을 통해 그녀에게 장소를 알려줘야 하나, 아니면 마포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 직접 데리고 갈까?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고 있는데, "외국인 통역 및 안내는 9번입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들려왔다. 심봤다~~~

 

바로 9번을 누르니, 영어는 1번, 중국어는 2번이라고 멘트가 이어졌다. 중국분이니 당연히 2번을 누른다. 외국인 통역은 사용자가 없는지 바로 상담원으로 연결이 됐다. 중국어 인사말이 들려오는데 "여보세요. 잠시만요."이라고 한 후, 내 옆에 서서 내가 뭐하는지 지켜보고 있던 그녀에게 아이폰을 주면서 통화를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까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그녀는 중국어로 쏼라쏼라 말을 하고, 나는 옆에서 멍하니 통화 중인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아까 그녀가 나를 이렇게 쳐다봤겠구나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밝아지는게 느껴졌다. 한참을 통화를 하더니, 전화를 다시 나에게 준다. 문제가 해결이 됐나 싶었는데, 아니다. 중국어 통역 상담원이 나를 바꿔달라고 했나 보다. "외국인등록증 취급소는 마포가 아니라 마곡에 있는데 그녀가 잘못 알았나봐요. 마곡역 1번출구로 나가면 서울남부출입국 외국인사무소가 있거든요."

 

이러니 마포역, 마포, 공덕으로 폭풍검색을 해도 정보가 나오지 않았던 거로구나. 암튼 전화를 다시 그녀에게 줬다. 상담원이 장소를 말해줘야 하니깐. 그녀는 중국어로 통화를 하고, 나는 또 멍하니 옆에서 서 있는 중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폰은 다시 나에게 왔다. 중국인 상담원은 그녀에게 마곡역 1번 출구로 나와 서울남부출입구 외국인사무소로 가라고 정확히 알려줬고, 그녀가 마곡역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란다. 

 

얼굴도 모르는 중국인 상담원이 어찌나 고마운지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상담원도 나에게 고맙다라고 인사를 한다. 아무래도 둘이서 통화를 할때, 내가 누군인지 물어봤나 보다. 암튼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나니, 활짝 웃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처음 만났을때는 울상이었는데, 웃는 얼굴이 어쩜 그리고 예쁜지, 도망가지 않고 잘 도와준 듯 싶어서 나도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마곡역 1번 출구라고 한번 더 강조를 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마포역과 마곡역은 5호선 라인이니깐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을거다. 잘 찾아갔을테고, 하려고 했던 일도 잘 처리했길 바래본다. 자기애가 강한 1인이지만, 오늘은 내가 무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칭찬받아 마땅한 나!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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