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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초동 촛불집회

또 다시 촛불을 들게 될지 몰랐다. 그때는 광화문, 지금은 서초동이다.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정권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은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헌법 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혼쭐 나야한다.

 

그해 겨울은 몹시도 추웠지만 광화문만은 따뜻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작은 촛불과 함께 서로가 서로의 체온을 온기삼아 매주 토요일 우리는 광장에 모였다. 그해 5월 세상은 장미빛으로 물들었지만, 장미를 방패삼아 숨어버린 인간들이 있었다. 세상은 좋아질 듯 싶었는데, 장미의 가시처럼 하나둘 발톱을 들어내는 인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잘될 줄, 잘할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였나 보다. 지금 이순간, 우리가 나설 타이밍이다. 그해 겨울은 광화문에서, 올해 가을은 서초동에서 그렇게 또 다시 촛불을 들었다.

 

10월 5일, 버스(740번)를 타고 서초동으로 향했다. 성모병원을 지나 대검찰청과 서초역으로 가는 노선이라 탔건만, 역시나 성모병원부터 차량을 통제하고 있단다. 이럴줄 알았으면 지하철로 가는건데, 후회했지만 방법이 없다. 성모병원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그해 겨울에도 서대문역에서 광화문까지 걸어갔으니깐. 예상은 했지만, 병원에 있는 어떤분을 위해 현수막에 1인 시위까지 대다나다.

 

결이 다른 집회가 있다는 기사만 봤을뿐 장소가 어디인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뻥 뚫린 도로를 걸으며, 6시 전이라서 아직은 한산하구나 했다. 하지만 여기는 결이 다른 장소다. 여기로 오기 전, 성모병원에 있는 화장실부터 들렸다. 지난주에 비해 화장실을 많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다. 그런데 화장실이나 쓰고, 영화 적과의 동침이라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순서를 기다리내내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너무나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들었던 말 중, "우리는 고작 간이 화장실을 2개나 줬으면서, 저쪽은 20개나 줬대." 틀린 정보일 수도 있지만, 임시화장실 숫자만 보더라도 맞불이라는 기사 제목은 어처구니가 없는 거다. 화장실을 나와 대검찰청 방향으로 걸으면서 굳이 안봐도 될 많은 것들을 봐버렸다. 특히 떨어져서 앉으라고 하더니, 정말로 여백의 미가 엄청나다. 대체로 어르신이 다수를 이뤘지만, 젊은 분들도 은근 많았다. 하지만 성인들만 있을뿐, 어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검찰청 방향으로 오면서, 한동안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없다. 왜냐하면 결이 다르니, 구호도 달랐다. 하지만 가만히 들을 수가 없어, 속으로 반대로 외쳤다. 타도라고 하며 수호라고 했고, 아웃이라고 하면 사랑해라고 소리없이 외쳤다. 그렇게 걷다보니, 드디어 맘껏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오는내내 거센 행동에 혹시나 휘말릴까봐 카메라조차 품 속에 숨기면서 왔는데, 이제는 어깨를 피고 큰소리로 말해도 된다. 그나저나 아까와 달리 우리 공간은 여백의 미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웬 바리케이트? 여기는 성모병원과 이어지는 검찰청 방향 도로다. 즉, 우리는 가만히 있지만, 저쪽에서 건드릴 수 있기에 경찰에서 이렇게 해놓은 거 같다. 충돌이라고 할만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이 다른쪽에서 일부러 싸움을 걸기 위한 행동은 여러차례 볼 수 있었다. 굳이 서초역을 통해 집으로 가고 싶었을까? 꼭 서초역에 가야 한다면, 그냥 조용히 걸어가면 될 것을, 피켓을 들고 욕까지 해대며 걸어간다. 눈에는 눈, 욕에는 욕이다. 선욕을 날렸으니, 후욕으로 방어를 한다. 그저 욕배틀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코스인지 몸을 쓰려고 한다. 이걸 당할만큼 우리는 어리석지 않다. 주위에서 조용히 가시라고 말을 하고,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래서 검찰청 구간에만 바리케이트를 했나보다.

 

무대 앞은 포기다.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200줌으로 최대한 당겨서 사진으로만 남겼다. 무대 뒤로 보이는 건물은 화장실 이용을 막은 그 유명한 사0의 교회다.

 

그나마 찾아 낸 자리는 오발탄 서초점 주차장이다. 무대는 보이지 않지만, 대신 소리는 잘 들린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현장은 인산인해다. 몇 명이 온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다. 모두 촛불을 들고 사람들이 모였다는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할텐데, 모르는게 아니라 모르는척 하는 거겠지. 

 

성모병원 방향에서 오는 바람에 피켓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태극기가 그려진 것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굴이 그려진 피켓은 정말정말 갖고 싶었다. 마지막 집회인 이번주 토요일은 지하철을 타고 꼭 서초역에서 내려야겠다. 성모병원은 겁나 무섭다.

 

그해 겨울에 사용한 후, 기념으로 책상 서랍에 보관을 해뒀다. 설마 다시 쓰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다시 꺼내들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촛불을 밝혔다. 나 혼자가 아님을, 나와 같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직접 느낀 소중한 날이다.

 

소리만 듣고 있으니 답답해 다시한번 무대 앞으로 갔다. 하지만 이동은 할 수 있는데, 한걸음 한걸음 걷기가 너무나 힘들다. 좀 더 일찍 도착하지 못한 자신을 타박하며 다시 오발탄 주차장으로 되돌아갔다.

 

오른손으로만 비벼야 하는 윤짜장면
보고 있냐! 대검찰청
촛불의 힘은 위대하다!
출처- 시사타파

멋진 우리들이 너무나 많아서 좋다. 마포에서 여의도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데, 불꽃대신 촛불을 선택하기 잘한 거 같다. 불꽃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고 영원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열린 결말은 아닐텐데, 이 길의 끝은??? 

 

 

▣ 그해 겨울

촛불의 힘은 위대했다!!

2016 크리스마스 이브는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의 힘은 위대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소름이 돋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주말마다(개근은 아니지만^^), 광화문으로 간 보람이 있었다. 탄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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