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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처럼 우.리. 독립군의 힘으로 우리나라를 되찾아냈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대한민국이 됐을 거 같다. 부서 이동처럼 친일에서 친미로 절대 연결되지 않았을 거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에 투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했을 것이다.

소설 아리랑과 영화 봉오동 전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한 창작물이다. 인물이나 대사 등은 허구적인 요소가 많겠지만,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그런 인물이 진짜 있었을 거 같고, 그런 대사를 정말 했을 거 같다. 영화에서 이장하(류준열)의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 부끄럽게 살면 안돼." 부끄러운 인간은 되지 않겠습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다. 

 

봉오동 전투 1920년 6월 7일
황해철 역(유해진) / 이장하 역(류준열) / 마병구 역(조우진)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말이야, 그래서 독립군 인원을 몰라.

황해철의 대사다. 영화 속에서 2번 나온다. 처음 이 말을 했을때 복선임을 알았어야 했는데, 미처 알지 못했다. 죽음의 계곡 봉오동으로 일본군을 유인한 후, 저들은 죽는구나 했다. 왜냐하면 수적으로 밀린 독립군은 벌써 러시아로 넘어갔을 거라고 포로가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일본군과 싸워서 승리한 전투라는데 고작 게릴라전으로 이긴 승리를 말한 거였나? 이건 아닐텐데 하면서도 적막만 흐르는 죽음의 계곡은 이장하와 황해철을 위한 계곡이로구나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때부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무도 없던 그곳에 봉우리마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막으로 대한독립군, 국민회군, 광복단, 신민단 등 부대 이름과 함께 우.리. 독립군들이 나타났다. 이곳까지 일본군들을 유인하기 위한 이장하와 황해철의 노력을 알기에, 제대로 감정이입이 된 나는 꺼이꺼이 울어버렸다. 우리의 강함을 제대로 보여줬는데, 이를 두고 친일파들은 또 얼마나 일제에게 빌고 또 빌었을까?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친일파는 일본에 사절단을 보내 사죄를 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소설 아리랑 나와 있다. 

"예에, 안중근이는 못된 종잡니다. 재판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백종두는 쓰지무라의 눈치를 살피며 한껏 비위를 맞추고 들었다. "무슨 정신 나간 소리요!" 쓰지무라는 버럭 소리치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런 천하에 둘도 없는 악질 개종자한테 재판은 무슨 놈에 재판이야. 그놈은 오살육시도 모자라. 천 토막, 만 토막 내서 죽여야 해!" 눈이 벌겋게 열이 오른 쓰지무라는 백종두를 노려보며 이빨을 뿌드득 갈아붙였다. "예, 옳으신 말씀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일본제국의 은혜는 백골난망이지요. 그런 배은망덕한 놈들은 다 없애야 하고말고요. (아리랑 2권 본문 중에서)

 

감자, 갱개, 지실, 감저

잔인함이라 쓰고 리얼함이라 부르고 싶다.

평화로운 작은 산촌 마을에 일본군은 무차별 공격(살인)을 한다. 옆자리에 앉은 여성분은 머리가 댕강 잘릴때마다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다. 15세 이상 관람가에서 나오기에는 잔인한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더 잔인하고 끔찍했을 것이다. 영화 눈길처럼 봉오동 전투도 일제의 잔인함을 그대로 담을 수 없었을 거 같다. 그래서 영화 속 황해철의 칼부림은 일제의 잔혹함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담지 못한 일제의 만행은 소설 아리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처에서 의병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있는 소문들이 흉흉하게 퍼지고 있었다. 의병을 한 사람이라도 잡으면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개처형을 하는 것은 으레껏 하는 짓이었고, 원주에서는 의병을 발가벗겨 나무에 묶어놓고 얼굴에서부터 가죽을 벗겨가며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박수를 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평산에서는 남녀 수십 명을 잡아다가 얼음을 깨고 강물에 밀어넣어 얼려 죽었고, 홍천에서는 장날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의병 시체를 펄펄 끓여대며 장꾼들을 줄 세워 구경시켰고, 순창에서는 의병 둘에게 억지로 물을 먹여 배를 팽팽하게 부풀린 다음 배 위에 널빤지를 놓고 일본군 여러 명이 올라가 마구 발을 굴러대 물을 뿜어대는 모양을 장군들에게 구경시켰고, 임실에서는 의병을 잡지 못하자 한마을 사람들을 전부 땅에다 가슴까지 묻어놓고 마치 풀을 베듯이 목을 쳐죽였다는 것이었다. (아리랑 2권 본문 중에서)

 

몇가지 아쉬웠던 장면이 있다. 터미네이터같은 이장하, 여기가 내 나와바리라고 하더라도 총알을 피하면서 달리기는 한다는 건 무모 + 무모다. 그리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아니고, 몇개의 수류탄이 터졌는데도 죽지 않았다. 그러다 폭탄에 다리가 잘려도 살아남았다.

스티븐 시걸같은 황해철,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라고 쓰인 긴 칼을 들고 다니면서 한번에 한놈씩 낙엽이 떨어지듯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총을 쏠 틈조차 주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근육 빵빵 슈퍼맨이라면 모를까? 왜소한 체격과 달리 엄청난 힘이다. 이를 증명해주기 위해서서인지, 칼 잘 쓰는 사람임을 주변인들의 대사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뜨금없이 나온 일본군과 독립군과의 우정과 살짝 맛만 보여준 러브라인(설마 삼각관계?)까지 통편집을 해도 극의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거 같다. 일본군 대장의 잔인함을 보여 주는 것일까? 아니면 백두산 호랑이의 멸종 원인을 알려주는 것일까? 왠 서커스 하면서 깜놀했다. 

 

어디로 이동합니까? 청산리.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7일, 청산리 전투는 1920년 10월 21일이다. 영화 속 홍범도 장군의 등장은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았다. 12척 뿐이라고 했던 이순신 장군이 이제는 홍범도 장군이 됐다. 특별출연이지만, 가장 완벽한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의 말년은 극장에서 수위로 보냈다고 한다. 레닌에게 권총을 선물받을만큼 투쟁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소련 영토에서 살던 수만 명의 조선인들과 함께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조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사 교과서에서 김좌진 장군만 주목받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가 소련에 있었기 때문?

영화가 끝난 직후, 아주 자연스럽게 박수를 쳤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바삐 나가고, 텅빈 극장에서 홀로 끝까지 다 본 후에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영화 속 장면은 잊혀지겠지만, 이 대사만큼은 더더욱 선명히 남을 거 같다. "절대 부끄럽게 살면 안돼." 더불어 부끄럼을 모르는 인간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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