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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볼 자신이 없었다. 훌쩍이 아니라 엉엉 소리를 내면서 펑펑 울 거 같아서다. IPTV로 나오면 볼까 생각했지만, 보고픈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 4월 16일 저녁, 그렇게 메가박스로 향했다. 손수건이 없어, 화장실에서 챙긴 휴지 뭉탱이를 주머니에 넣고 들어갔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에서부터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뭉클이었는데, 생일은 폭풍눈물각이다. 제발 소리 내어 울지 말자고 다짐을 했지만, 그녀의 울음에 따라서 꺼이꺼이 울었다. 

 

오빠는 밥도 못 먹는데 반찬 투정이 나와. 먹지마. 나가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방을 보기 전까지  순남(전도연)의 행동은 그날의 아픔을 이겨낸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억을, 아픔을 끄집어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거였다. 아들과 나눴던 카톡을 보고, 현실인 듯 꿈인 듯 아들과 대화를 나눈다. 여전히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수호를 위해 철마다 옷을 산다. 예솔이는 오빠 옷만 사는 엄마가 밉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같은 아픔이 있다.

 

엄마에게 말하지 마.

현장 학습을 위해 갯벌에 온 예솔이와 학교 친구들. 모든 아이들은 신이 나서 물이 빠진 바다로 들어가지만, 예솔이만은 극구 반항을 한다. 어린 아이에게까지 트라우마를 준 그날의 아픔, 보살펴주는 엄마와 아빠가 있으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종이에 도장 하나 찍어주는게 뭐가 그리 어렵습니까?

함께 낚시를 하던 어린 아들인데, 어느새 자신과 신발 사이즈가 같다. 자신의 신발로 착각하고 신었던 구두의 주인공은 수호다. "자식 많이 컸구나"하면서 자신보다 키가 큰 아들을 안아보고 싶을 텐데, 아들이 남긴 구두뿐이다. 순남이 수호가 그리워 목놓아 울 때, 정일(설경구)은 이방인이었다. 서류상으로 아버지가 맞긴 한데, 아들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는 그래서 미안하기만 한 아빠다.

 

그날 수호도 올 텐데, 오지 않을까?

수호의 생일, 조촐한 파티가 열린다. 수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수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수호에 대한 영상과 시. 영화를 봤고, 장면도 다 생각이 나는데 더 이상 못 쓰겠다. 생일 장면에서 나는 관객이 아니라, 수호의 생일에 초대받은 사람이었다. 그들이 웃을 때 울고, 그들이 울 때는 펑펑 울었다. 슬픈 장면이라서 운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감이다. 그렇지 않은 인간은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다. 짐승도 자기 새끼가 죽으면 슬퍼하는데, 인간의 탈을 쓴 쓰레기가 맞다. 비싼 향수로 고약한 냄새를 가리고 있지만, 분리수거조차 안 되는 쓰레기가 확실히다.

영화 생일에서 최고의 장면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엔딩이다. 혹시나 설마 했다. 장면을 보면서 예측을 하긴 했는데, 정말 그럴 줄 몰랐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다 끝나고서도 일어나지 못했다.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늘 잊지 않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알 거 같은 거지 정말 알지 못했다. 영화를 봤다고, 다 안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나 내가 흘린 눈물은 장면이 슬퍼서 운 눈물이 아님을 알기에,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ps...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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