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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모임이 많다. 모임이 많다는 건, 알콜섭취를 자주한다는 의미다. 몇 건의 송년모임을 했고, 앞으로 또 몇 건이 남았다. 주인 잘못 만나 지쳐버린 간을 위해 해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마포 도화동에 있는 황태뚝배기 해장국이다.



대로변은 아니고, 마포역과 공덕역 사이 그 중간 어디쯤 안으로 들어가면 정우상가가 나온다. 황태뚝배기해장국은 이 건물 지하에 있다.



지하상가에 많은 음식점이 있지만, 목적지가 정해져 있으니 다른 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쳐버린 간과 속쓰린 위를 달래주려면, 여기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입구에 비해 내부가 꽤 넓다. 복층 구조라 해야 하나? 높이가 있다. 여럿이 온 사람들도 있고, 혼자 온 사람들도 있고, 이중 절반이상은 해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그러하니깐.



황태효능에 숙취해소는 알고 있었는데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되나보다. 그런데 알콜로 뇌세포가 죽었는데, 다시 살아날까? 메뉴가 참 단순해서 좋다. 가격이 동일하니,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냉면이 살짝 끌리지만, 속을 푸는데는 뜨끈한 국물이 더 좋아서 황태떡국을 주문했다. 해장국은 밥이 따로 나오지만, 황태떡국은 같이 끓여서 나온다고 해서 떡국으로 주문했다. 



3가지 기본찬.


아삭하고 달달하며 시원한 깍두기


그냥 먹어도 좋고, 황태국에 넣어서 먹어도 좋은 부추무침


든든한 형님같은 배추김치


공깃밥을 주문해 기본찬만으로도 밥한공기 뚝딱할 거 같다. 반찬이 이정도이니, 황태떡국은 안 먹어도 어떤 맛인지 알 거 같다. 잠시후, 커다란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황태국인가? 떡국인가? 만두국인가? 거품으로 인해 아직은 모르겠다.



보글보글보글~


바로 숟가락을 들이밀고 싶지만, 안된다. 지금 먹었다가, 입천장이 즉각 홀라당~ 



연사놀이를 하고 나니, 하얀 거품이 사라지고 서서히 녀석(?)의 정체가 들어났다. 검은건 김가루 그리고 그 옆은 들깨가루다. 황태가 시원함을 담당한다면, 들깨는 구수함이다. 이 둘의 조합, 난 찬성일세. 



국물만 먹어도 속이 풀린다. 이걸 먹기 위해서 전날 그렇게 달렸나 싶다. 담백함과 시원함 그리고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황태떡국답게 황태가 무지 많이 들어 있다. 여기에 계란이 더해지니,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건 안 비밀이다. 



말랑과 쫄깃을 동시에, 황태떡국은 역시 최고의 선택이다. 면은 아니지만, 후루룩 후루룩 그냥 넘어간다. 



떡국이지만 만두 2개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주문을 할때 만두를 빼달라고 하면 빼준단다. 황태떡국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살짝 맛봤던 반찬을 모른척할 수가 없다. 



깍두기와 함께


부추무침과 함께


배추김치과 함께


세가지 반찬 중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부추무침이다. 올려서 먹어도 좋고, 다대기(?) 양념처럼 떡국에 넣어서 먹으면 부추향이 퍼지면서 맛이 한층 더 풍부해진다. 즉, 처음에는 본연의 맛으로 먹다가, 중간쯤 부추를 넣어서 먹으면 더 좋을 거 같다. 



양이 너무 많은데 했는데, 어느새 국물만 남았다. 그릇채 들고 마셔야 하는데, 뚝배기는 무겁고 여전히 뜨겁다. 숟가락을 들고,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해, 국물을 떠먹는다. 



많고 많았던 황태떡국이 사라짐과 동시에, 숙취도 사라졌다. 이마에 맺힌 땀을 딱고, 캘린더를 확인한다. '오후 7시 00동에 있는 000에서 00송년모임', 연신 달렸기에 안 가려고 했는데 가도 될 거 같다. 그리고 내일 황태떡국 먹으러 또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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