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메뉴 도장깨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갈때마다 다른 메뉴가 등장을 하니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 싶다. 더구나 혼술을 주로 하는 곳이라, 더더욱 어렵다. 이번에는 지인과 방문을 했지만, 먹어본 메뉴 중에서 골랐기에 도장깨기는 실패다. 가격대비 퀄리티로 쌍엄지척을 날리고 싶은 곳, 구로동에 있는 라꾸긴이다.
간판과 내부 모습은 예전에 올렸으니, 이번에는 통과다. 설명을 하자면, 혼술하기 좋은 바테이블이 있고, 여럿이 먹을 수 있는 4인테이블이 5~7개 정도 있는 곳이다. 오피스텔같은 건물이라서 화장실은 라꾸긴 밖에 있지만, 큰틀에서 보면 건물 안에 있으며 남녀 따로에 무지 깨끗하다. 다른 것도 다 좋은데, 화장실까지 좋다. 대부분 혼자 가는데, 꼭 오고 싶다고 한 후배와 함께 갔다.
겨울이니깐, 굴튀김(카키후라이, 9,000원)는 필수다. 바삭함 튀김 옷 뒤에 숨어 있는 굴이 그려진다.
후배가 오려면 10분 정도 남았는데, 음식이 먼저 나왔으니 우선 한개만 먹자.
동그란 튀김을 바사삭 소리와 함께 반으로 자르니, 뽀얀 굴이 짠하고 등장했다. 바삭한 식감 뒤, 구수하고 고소한 굴의 풍미가 이어지고, 여기에 소스를 더하니 그저 좋다 좋아. 집에서는 굴전을 먹지만, 밖에 나오면 굴튀김이다. 왜냐하면 집에서 튀김은 기름땜에 잘 안해먹으니깐.
튀김을 먹었으니, 뜨끈한 국물이 땡긴다. 역시나 굴이 들어간 굴나베(14,000원)다.
우유빛깔 000이라고 많이 하던데, 굴이야 말로 진짜 우유빛깔이다. 크기로 보면 마트에서 파는 봉지굴은 아닌 거 같고, 아침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간다더니 굴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
이렇게 맛난 굴을 어릴때는 못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후회스럽지만, 그때 못 먹었던 굴을 몰아서 먹고 있는 중이니 괜찮다. 고녀석 참 맛나게도 생겼다.
소스없이 그냥 먹어도 좋고, 이렇게 소스와 함께 먹어도 좋다. 즉, 굴을 어떻게 먹어도 다 좋다.
토실토실 탱글탱글 야들야들한 굴이 꽤 많이 들어있지만, 두부와 어묵 그리고 버섯 등도 들어 있으니, 녹색이와 함께 해주면 금상첨화다.
둘이지만, 이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다. 요건 다른 날 다른 지인과 갔을때 먹은 카츠샌드(12,000원)다.
빵가루를 입혀 튀김 돈까스(목살)에 구운 식빵으로 감싼 일본식 샌드위치다. 빵이 뻑뻑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돈카츠가 워낙 좋으니 빵은 그저 건들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건, 육즙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와사비를 더하면 더 좋다. 고기가 워낙 두툼해서, 입 안 가득 풍미와 육즙이 느껴진다. 이자카야라고 해서 물고기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 라꾸긴은 물도 육도 다 괜찮다.
온소바(7,000원)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에 툭툭 끊어지는 소바면을 만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냉소바가 궁금하긴 하지만, 겨울이라서 아직은 온소바다.
확실히 겨울은 차가운 스시나 사시미보다는 뜨끈한 국물이 먼저다. 온소바는 벌써 3번째 먹는데,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 찾게 된다.
메뉴판에 겨울철별미라고 나와 있는 시라꼬폰즈(12,000원)다. 폰즈소스에 대구 곤이와 우미부도 그리고 연어알이 들어 있다. 처음에는 생 곤이인 줄 알았는데, 살짝 익힌 거라고 한다. 대구 곤이는 어떤 맛인지 아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녹색이의 정체가 궁금하다.
우미부도는 바다포도라고 한다. 아무래도 생김새때문에 그런 거 같다. 곤이와 우미부도의 조화, 과연 어떨까?
처음이 주는 설레임과 두려움, 제발 후자가 아니길 바라면서 먹었다. 어라~ 요거 봐라~ 곤이는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서 사라진다. 하지만 진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갑자기 뽀득 뽀득 소리가 난다. 우미부도가 알알이 터지면서 내는 식감과 함께 탄산수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곤이의 진한 풍미를 우미부도가 말끔히 씻겨내면서 목넘김 후 상쾌함만 남았다.
이 조합, 우리 둘은 다 찬성일세. 왜 겨울철 별미라고 했는지 완전 이해했다. 이날 저녁 후배는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이렇게 남겼다. '좀 멀지만 여긴 일부러 찾아간다.' 나 역시 시라꼬폰즈땜에 곧 다시 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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