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전주 여행,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발대식 참석차 왔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아니 먹을 수 없는 법. 모임 장소가 이 부근이라서 마지막 코스로 정했지만, 점심무렵에 도착을 하고나니 배가 너무 고팠다. 몇시간 후에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전주에 오면 가장 먼저 먹어야지 했던 콩나물국밥, 삼백집이다.
하루에 삼백그릇을 팔아서 삼백집이란다. 오호~ 그만큼 유명하다는 의미겠지. 콩나물국밥을 처음 먹는 것도 아닌데,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몽실몽실 기대감이 커져만 간다. 더구나 이날 전주에는 폭설이 내렸고, 그만큼 엄청 추웠다. 동태(?)가 되어 버린 몸을 녹이는데는 따끈한 국밥이 최고인 법.
점심무렵이라 손님이 엄청 많았지만, 다행히 빈 자리가 있었다. 문 옆이라 추웠다 따뜻했다 했지만,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으니 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모여 있는, 수저와 컵 그리고 냅킨. 살짝 보이는 종이는 메뉴판과 삼백집에 대한 역사책(?)이다.
콩나물국밥과 선지온반은 알겠는데, 해온반은 뭘까? 매운 콩나물국밥이란다. 첫끼부터 매운 음식을 먹기에는 속이 부담스러울 거 같아서 맵지 않은 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보이는 모주, 아니 주문하면 안되는 법. 같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따뜻한 모주와 시원한 모주가 있단다. 둘 중에 뭐가 좋냐고 물어보니, 시원한 모주를 많이 찾는다고 해서 그걸로 달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AI로 인해, 수란이 안나온단다. 국밥에는 계란이 들어 있다지만, 수란은 안해준단다. 순간 울컥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너무 아쉽고 너무 슬프다.
수란없는 콩나물국밥은 정말 많이 허전하다. 고로 저 김, 딱히 먹고 싶은 맘이 안 생긴다. 깍두기와 묵은지스러운 배추김치, 짠맛이 강한 장조림 그리고 새우젓, 밑반찬 소개 끝.
알콜 성분 0.6%인 모주(2,000원), 술이라 하기 참 거시기하다. 막걸리처럼 보이지만 진한 계피향이 나는게 딱 수정과다. 맑고 투명한 수정과는 아니고, 거친 수정과라고 해야할 거 같다. 수란과 함께 마셔야 좋을텐데, 아쉽고 또 아쉽다. 모주 속에 담긴 저것을 달빛이라고 하면 운치있고 좋겠지만, 그냥 형광등 불빛이다.
콩나물국밥(8,000원).
뜨거움을 강조하기 위해 찍은 설정샷. 어~ 그런데 내가 알고, 먹었던 콩나물국밥과 많이 다르다. 콩나물국밥은 맑고 깔끔해야 하는데, 이건 모주처럼 많이 거칠다. 깨 인심은 어찌나 후한지, 엄청 많이 들어있다.
나중에 전주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맑고 깨끗한 콩나물국밥은 삼백집이 아니라 왱이집인데..." 전주라고 해서 다 같은 콩나물국밥은 아닌가 보다. 아무래도 전주로의 여행, 다시 계획해 봐야겠다.
국밥 속에는 계란이 들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먹으면 딱 수란이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땜에 완숙이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었다.
왜 공깃밥을 안줄까 했는데, 국밥 안에 밥이 들어가 있다.
해물찜에 들어가는 길고 곧은 콩나물이 아니라 가늘고 짧은 콩나물이다. 그런데 아삭한 식감은 엄청나다. 전주가 물이 맑아서 옛부터 콩나물을 많이 키웠다고 하더니, 확실히 서울 콩나물과는 많이 다르다.
깍두기 올려서 아~함.
간이 강하므로 장조림은 조금민 올려서 아~함.
배추김치도 올려서 아~함. 맑고 깨끗한 콩나물국밥은 아니지만, 삼백집 콩나물국밥도 뜨끈하고 아삭하고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해온반 또는 선지온반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옆 테이블에 있던 어르신 내외분이 선지온반을 드셨는데, 솔직히 이거보다 훨씬 맛나 보였다.
그래도 괜찮다. 모주가 있으니깐. 원래 주인공은 콩나물국밥인데, 자꾸만 모주가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사람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입맛도 다른 법인데, 유명하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거 같다. 왱이집 콩나물국밥, 검색해보니 딱 내 스타일이던데, 아무래도 전주에 다시 가던가, 서울에서 맑고 깨끗한 콩나물국밥집을 찾아야겠다. 그나저나 모주는 참 좋던데, 한 병 사가지고 올걸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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