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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추억 키워드는 딱 3개, 진주 중앙 유등시장, 평상, 스댕 그릇에 나온 육회비빔밥. 식당 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모르고 그저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모아서 찾아갔다. 중앙유등시장에 가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겠지. 육회비빔밥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을테니, 물어보면 되겠지. 이럴땐 참 용감하다. 추억 속 육회비빔밥을 찾아 진주 제일식당이다.

 

중앙유등시장에서 아무리 찾아도 육회비빔밥 집이 나오지 않았다. 중앙유등시장 육회비빔밥으로 검색했을때 가장 많이 나온 곳이 여기였다. 10년 전 그곳이 여기라면 참 좋을텐데,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곳을 찾아갈 힘이 이제는 남이 있지 않다. 

 

간판을 보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오호~ 이거 참. 10년이란 시간이 멈춰 버린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맞다. 10년 전 출장 온 다음날 아침, 잠도 덜 깬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었다. 여기 육회비빔밥이랑 국밥이 참 좋다고 하면서,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육회비빔밥을 주문했던 그분. 식당에 왠 평상이지 하면서, 저기에 앉아서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내 기억이 잘못 된 건가 했는데, 평상이 진짜로 있다. 10년이 지났는데,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니, 이거 참 눈물나게 반갑다.

 

그때도 육회비빔밥, 지금도 육회비빔밥(8,000원)을 주문했다.

 

육회비빔밥을 먹고 싶다면, 점심에 와야 하나보다. 아침에는 해장국만 한단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평상에서 먹을까 했지만 너무 춥다. 1층은 벌써 만원이다. 

 

현기증 날거 같은 좁다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다.

 

바쁜 점심시간에 혼자서 4인 테이블을 차지하는게 민망하지만, 딱히 앉을 곳이 없어서 가장 구석진 자리로 갔다.

 

육회비빔밥 주세요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온 밑반찬. 오징어채 무침과 배추김치 그리고 동치미, 무난하고 평범한 밑반찬이다. 어차피 비빔밥만 먹어도 충분할테니, 딱히 관심을 주지 않았다.

 

속도전인가 했다. 밑반찬 사진을 다 찍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메인 음식이 나왔다. 제일식당 육회비빔밥 등장.

 

소고기무국인가 했는데,

 

고기에 선지 그리고 절대 먹지 않는 이상한 부위가 들어 있는 걸로 봐서는 해장국인 거 같다. 국물과 선지 그리고 고기까지는 담백하고 개운하고 고소했는데, 나머지는 아쉽지만 남겼다. 개인적으로 여기 해장국과 소고기국밥, 육회비빔밥만큼 괜찮을 거 같다. 국물만 조금 먹었지만, 깊은맛이 딱 느껴지는게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메인은 너, 육회비빔밥이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육회비빔밥이지만, 10년 전에는 그리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더구나 싼티(?)나는 스댕그릇에 담겨나온 육회비빔밥이 썩 맛나 보이지 않았다. 비주얼에서 불합격이었지만, 못 먹겠다고 하면 절대 못 먹는 해장국을 먹어야 하니 걍 먹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한입을 먹고 난 후, 게눈 감추듯 싹 비웠다. 하하~ 지금도 그맛이 날까?

 

육회 아래는 나물이, 나물 아래는 흰 밥이 들어 있다. 밥이 고슬고슬하니 비비기 딱 좋은 상태다.

 

육회가 생각보다 양이 적어 아쉽지만, 고소한 참기름 향과 함께 달달한 맛이 난다. 육회를 더 먹고 싶었지만, 비벼서 먹어야 하므로 꾹 참았다.

 

그때도 나물이 이렇게 나왔는데, 역시 변함이 없다. 밥과 육회 그리고 나물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도록 이렇게 만든 거 같다. 

 

참 곱다. 그리고 간결한 모양새가 참 어여쁘다.

 

그동안 잘 참았다. 이제 먹는 걸 허하노라.

 

잘 먹었습니다. 양이 적어서 한그릇 더 추가하고 싶었지만, 몇 시간 후에 진주냉면을 먹어야 하므로 참기로 했다. 밥도 고슬고슬하니 좋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육회도 좋았고, 먹기 좋게 썰어서 나온 나물들도 좋았는데, 맛은 10년전이 더 좋았다. 그때는 육회비빔밥을 잘 몰랐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너무 많이 먹고 다니고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라서 가능한 오픈인듯 오픈아니 오픈같은 주방이다. 해장국도 괜찮을거라는 생각, 주방을 보니 확신이 든다.

 

추억의 맛을 찾아 떠난 진주. 사람 입맛은 참 간사하다. 그때는 이런 비빔밥도 있냐면서 최고라고 엄지척을 했었는데, 10년 동안 너무 많은 걸 먹고 다녔나보다. 뭐 맛은 있는데, 엄지척까지는...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3대째 하고 있는 식당이라고 하니, 4대 5대도 계속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 10년 후 다시 만나자고 하고 싶은데, 그 일정이 조금 더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다음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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