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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린왕자를 좋아하며,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를 동경하는 철없는 어른이지만, 가끔 어린왕자에 나오는 숫자만 밝히는 어른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가끔씩 하던 어른행동을 자주하게 되면, 약발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그럴때는 꼭 동심지킴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애니메이션은 나만의 동심지킴이 백신이다. 아직 내 안에 동심이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예방주사를 맞는다. 



백신이 하나 추가가 됐다. 2010년 개봉한 마루 밑 아이에티가 그 주인공이다. 와~ 진짜 동심을 제대로 저격한 애니메이션이다. 완전 어릴떄 읽었던 엄지공주 동화책이 생각났으며, 애니 속 주인공이 현실에도 있다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리에티가 아니었을 까 싶다. 


인간과 똑같은 종족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보다 엄청 작은 소인들이다. 걸리버에 나왔던 그 소인이 진짜 있었던 거다. 그들은 인간의 집 마루 밑에서 함께 동거를 하며, 인간의 물건은 빌려간다. 그들은 인간보다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인간의 물건을 훔치는 게 아니라 빌리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그들의 존재가 발각이 되면, 미련없이 그곳을 떠나야 한다. 



ⓒ네이버검색, all

마루 밑 아리에티는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메리 노튼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가 그것이다. 원작은 못 봤지만, 책소개를 살펴보니 원작과 애니메이션이 많이 비슷한 거 같다. 글로 읽는 것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으로 보는 게 훨씬 좋을 듯 싶다. 소설 속 소인들의 모습을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만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마루 및 아리에티를 보면서 황순원의 소나기가 자꾸 생각이 났다. 소나기에서 건강한 시골 소년은 소인 아리에티가, 서울에서 온 아픈 소녀는 인간 쇼우로 역할이 바꿨지만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이나 그들의 풋풋함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애니도 소설처럼 쇼우가 죽을까? 



겁많은 엄마와 듬직한 아빠,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닮은 아리에티, 그래서 인간아이를 만나도 놀라지 않고 그와 친구가 됐던 거 같다. 원래 여자아이는 인간에게 빌리려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리에티는 가볍게 무시를 하고 아빠와 함께 엄청난 여정을 떠난다.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묶고는 인간의 세상으로 각설탕을 빌리기 위해 떠나는 여정, 참 스펙터클하다. 그리고 엄청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에베레스트라도 등반하는 거처럼 말이다. 특히 끈끈이를 이용해 유리벽을 오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소인들의 엄청난 생명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아픈 아이 쇼우와 쇼우의 할머니 그리고 가정부 할머니. 쇼우와 할머니는 소인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그들과 친해지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소인들을 위한 풀하우스까지 자체제작을 했다. 하지만 귀여운 아역인 가정부로 인해 아리에티 가족에서 엄청난 시련이 닥치게 된다.  그런데 그 원인을 쇼유가 제공했다, 단지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일이었지만, 그 일로 아리에티 가족은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귀여운 아역 가정부와 겁많은 엄마와의 만남은 마루 밑 아리에티에서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클라이맥스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하지만 그래도 갈등의 최고조는 이 장면일 듯 싶다. 하지만 쇼우의 도움으로 아리아티는 엄마를 손쉽게 구출해낸다. 그리고 바로 미련없이 맘에 든 보금자리를 두고 떠난다. 



어릴때 봤던 빨간머리 앤과 미래소년 코난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이다. 아리에티의 아빠,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마도 미래소년 코난에서 본 거 같다. 저 각진 턱에 작은 눈 그리고 머리스타일까지 캐릭터는 생각나지 않지만, 암튼 그사람이다.



"포비야, 넌 언제부터 소인이 된거야?" 코난의 절친이던 포비가 아리에티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인물로 나온다. 코난에게는 언제나 나나가 있었는데, 포비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그 이유때문에 소인으로 만들어 나나보다 더 예쁜 아리아티를 소개해준 게 아닐까? 왜냐하면 아리에티와 쇼우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니깐. 마지막 장면에서 아리에티에서 체리를 주는 포비를 보면서, 음~ 모태솔로가 드디어 연애를 하는구나 했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니, 내 맘대로 엉뚱한 상상을 할 수 있어 좋다.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이야기를 더 만들고 싶었다. 왜냐하면 예상보다 너무 일찍 이야기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소인이 산다. 마실나왔다가 인간아이에게 들킨다. 인간세상에 각설탕을 가지러 갔다가 또 들킨다. 인간아이가 각설탕을 가져다 준다. 이게 배려인지 모르고 그들은 이사를 준비하다. 둘은 만난다. 그리고 남자아이는 자신들을 헤칠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남자 아이가 그들에게 선물을 하나 주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존재가 발각된다. 그래서 떠난다. 떠나기 전에 아이와 아리에티는 만난다. 거기서 남자아이는 살겠다고 죽지 않을거라고 다짐한다. 조그만 주전자 배로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는 그들. 그렇게 끝이 난다.


MSG 전혀 없고,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은 재료 하나하나 그 맛이 다 느껴지는 음식, 마루 밑 에리에티가 딱 그렇다. 그러나 그 속에 있는 멋진 자연 풍경과 아리에티의 청순함과 연약하지만 가끔 남자다움의 보여주는 착한 아이 쇼우 그리고 둘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동심지킴이 백신으로 손색이 없다. 단, 너무 밋밋해서 지루할 수 있다는 게 문제지만... 기회가 된다면, 원작도 찾아서 꼭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내일 아침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각설탕이 사라진다면, 우리집에도 소인이 있다는 증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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