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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에 한 분은 옻이 오르고, 한 분은 옻이 들어간 음식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럼 나는 둘 중 어디에 속할까? 옻에 대한 두려움을 알기에, 먹을 생각을 못했다. 그렇게 살다가, 까칠하니 옻도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 도전을 했다. 그런데 이겼다. 서울에서 옻이 들어간 음식을 먹기 힘들다고 하던데, 종로5가 좁은 골목에서 만난 고창집에는 옻으로 만든 오리백숙이 있다. 



종로5가 역에 내리면, 아웃도어 매장들이 참 많다. 그 매장을 하나하나 지나다 보면, 좁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고창집을 만날 수 있다.



오른쪽에는 별관이 있고,



왼쪽에 본관이 있다. 



내부는 몇 개의 테이블과 양반다리를 할 수 있는 테이블로 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자리로 앉으면 된다. 



옻오리백숙은 하루 전날 미리 예약을 하면 좋다고 한다. 가격이 40,000원으로 혼자 가서 먹는다면 엄청 부담이 되겠지만, 4명이 먹는다면 엄청 부담이 없을 거 같다.



도착을 하니, 일행이 먼저 와 있었고, 커다란 솥에 옻오리백숙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두마리라고 생각했는데, 한마리를 반으로 잘라서 담은거란다. 확실히 오리는 닭에 비해 거대하다. 



기본찬1, 쌈장과 청양고추 그리고 소금. 



기본찬2, 배추김치와 파김치. 이 집 파김치 참 괜찮다. 오리 고기에 싸서 먹으면 참 맛나다. 



옻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어떤 맛일지 궁금증이 쌓였다. 개인적으로 오리를 잘 못 먹는다. 닭에 비해 기름이 너무 많고, 너무 커서 비호감이기 때문이다. 몸에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오리보다는 닭을 훨씬 좋아한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그냥 참고 먹는다. 예전에는 몸서리를 치면서 안먹는다고 난동(?)을 부렸지만, 지금은 나름 껍데기(닭에 비해 오리는 껍데기가 너무 두껍다)를 몰래 몰래 버리면서 먹는다. 



요게 옻나무란다. 가시가 많은 엄나무와는 많이 다르구나 했다. 



왜 전날 예약을 해야 하는지 알겠다. 어느 정도 팔팔 끓인 후에야 먹을 줄 알았는데, 도착하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푹 끓인 백숙답게, 다리살은 뼈에서 빠져나와 냄비 바닥으로 숨어 버렸고, 대신 허벅지 살을 건져 냈다. 



기름 많은 오리답게 국물은 온통 기름천국이다. 그런데 몸에 좋은 기름이라고 하니, 숟가락으로 조금씩 먹긴 했지만, 역시나 거북했다. 그래서 국물보다는 건더기에 충실하기로 맘을 먹고, 살에 집중했다. 기름이 육수에 다 빠져버렸는지, 고기는 참으로 담백하고 야들야들하니, 군내도 안나고 오리인지, 닭인지 모를 정도로 참 부드러웠다.



그런데 자꾸만 내 머리 속 까칠이(?)가 이건 닭이 아니라, 오리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파김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알맞게 보다는 조금 더 익은 파김치와 오리의 만남, 요거 요거 좋다. 파김치와 함께 먹으니 오리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옻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기름만땅 육수는 잠시 두고, 이번에는 퍽퍽한 가슴살에 도전했다. 그런데 가슴살이 이리도 부드럽다니, 옻때문인가? 오래 끓여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파김치와 함께 야무지게 또 먹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다 먹었다면, 칼국수를 먹을 차례가 왔다는 신호다. 



육수를 더 추가해서 팔팔 끓여주면 된다.



오리기름때문인가? 국수가 그냥 후루룩 넘어간다. 역시 국물은 안 먹고 국수만 건져먹었다. 또 역시 파김치와 함께 먹었다.



아니다. 칼국수답게 파김치보다는 배추김치랑 먹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드디어 마지막 순간이 왔다. 그동안 국물을 피했는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왔다.



오리 기름을 잔뜩 품은 죽으로 마무으리를 했다.


솔직히 걱정을 했다. 옻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6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옻에 민감한 그분에게 왜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라고 물어보니, 너 초등학교때 옻닭 먹은 적  있는데 기억 안 나니. 아하~ 나는 옻에 강한 사람이었구나. 그걸 이제서야 알다니, 그동안 두려움땜에 못 먹었으니, 앞으로 옻닭, 옻오리만 먹을까?? 옻이 들어간 음식을 먹은 건 처음은 아니지만, 옻오리백숙은 처음이니깐 그냥 처음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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