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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에 가면 늘 찾게 되는 곳이 하나 있다. 어림잡아 10년 전부터 다닌 곳이다. 슴슴한 평양만두가 좋고, 고소한 녹두전이 좋고, 푸짐한 만두전골이 좋은 곳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야 모든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는데, 혼자 가니 어쩔 수 없이 만둣국만 먹었다. 성북동 뒷골목에 있는 곳, 하단이다.

 

꾸밈없이 소탈한 외관이다.

 

영업시간은 12시부터 8시까지,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그리고 연중무휴란다.

 

외관만큼 내부도 꾸밈없고 소탈하다. 예전에는 너무 소박해서 당황했었는데, 나이를 먹었다고 이제는 푸근하게 느껴진다. 

 

만두전골, 녹두지짐, 족발, 이렇게 먹어야 하는데, 혼자 오니 참 서글퍼진다. 하단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모든 메뉴를 다 먹어야 좋은데, 아쉽고 또 아쉽다. "만둣국 하나 주세요"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그런데... 만둣국 양이 너무 적다. 차라리 만두전골을 주문할 걸, 후회가 밀려오지만 너무 늦었다.

 

밑반찬 1, 깍두기. 아삭하니 잘 익었다.

 

밑반찬 2, 열무김치. 먹기 좋게 잘 익었다.

 

그리고 메인 만둣국(가격 8,000원). 옅은 후추향과 함께 맑고 깔끔한 육수 안에 평양만두 6개가 가지런히 들어 있다. 이 집 만두 맛을 알기에, 양이 적어도 투정 부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양이 적어도 너무 적다. '아 진짜~ 여기는 혼자 오면 안되겠다.' 

 

하단은 직접 만두는 빚는다. 왕만두처럼 크게 만들면 참 좋을텐데, 딱 한 입 크기다.

 

고기, 두부, 숙주 등이 들어 있는 평양만두, 크기는 작지만 속은 꽉 찬 만두다. 육수도 깔끔, 만두도 참 깔끔한 맛이다. 슴슴하니 전혀 자극적이지 않아, 무한대로 흡입할 수 있을거 같은데, 6개 밖에 없다. 

 

육수 아래 숨어 있던, 고명으로 올린 고기 한 점과 열무김치와 함께 먹었다. 역시 예전 그 맛, 그대로의 맛이다. 

 

국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포만감이 없다. 추가 주문과 다음 일정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배가 부르면 집에 가고 싶을거 같아 아쉬움을 남긴채 계산을 했다.

 

먹는 내내 주방에서 지켜보던 사장님이 "양이 좀 부족했지, 밥을 달라고 하지."

"아니에요. 잘 먹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는 '그런건 알아서 주셔야죠, 다 먹고 나서 말씀하시면...'ㅜㅜ 만두를 다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고 싶었다. 밥을 준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밥도 함께 주세요라고 말했을텐데...

 

하단을 나오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여기는 절대 혼자서 오면 안되는 곳이구나. 다음에는 여럿이 와서 모든 메뉴를 다 싹쓸이 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래도 만두 하나는 참 맛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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