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고, 슬픈 영화도 보고 싶지 않지만 듣게 되고 보게 된다. 작은 눈이지만,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아이였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죽거나, 헤어지거나, 아픈 이별을 하면 자동적으로 눈물이 났다. "이거 무지 슬프네." 이러면서 엉엉은 아니더라고 훌쩍 걸렸다. 그러나 촉촉한 감성을 갖고 있던 소녀는 본인보다 몇살 많은 소년때문에 더이상 눈물을 흘릴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훌쩍거리면, "넌 이게 슬프니, 이게 뭐가 슬퍼, 엘레리 꼴레리"하면서 놀렸기 때문이다.
눈물도 맘대로 흘릴 수 없었던 참 암울(?^^)했던 시절이었지만, 소녀는 그래도 촉촉한 감성을 유지하고자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절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늘 소년 뒤에 앉았고, 눈물이 난다 싶으면 바로 휴지로 닦았다.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눈에 눈물을 가득 머문채, 오로지 슬픈 감성에만 빠지고 싶었지만, 귀신같은 촉을 갖고 있던 소년때문에 귀신도 모를 정도로 빠른 후처리를 해야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사라져갔다. 슬픔의 강도를 따졌을때, 8~10레벨이 되야만 눈물이 났지. 그 전에는 진짜 쥐어짜야만 찔끔 나오는 정도였다.
늘 소녀를 괴롭혔던 소년은 어른이 됐고,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나갔다. 소년이 없는 세상에서 소녀는 다시 촉촉한 감성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눈물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엉엉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소년이 어른이 되듯, 소녀도 어른이 되면서 촉촉한 소녀 감성에 나잇살이 더해져 호르몬 조절이 어려워진거 같다. 예능프로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Sue Thomson(슈톰슨)의 Sad Movie, 노래만 들으면 제목은 새드무비이지만, 밝고 경쾌한 곡처럼 들린다. 슈톰슨의 목소리가 절대 김이 빠지지 않은 탄산수 같아서 그런지 새드 무비, 새드 무비를 외쳐도 흥겹고 즐겁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알게 된다면, 청량한 목소리때문에 더 슬프게 다가온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는 취향이 아니라서, 전혀 몰랐다. 이 노래가 이리도 슬픈지 말이다. 새드 무비이지만 결론은 밝고 행복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슬프다니, 그래서 그녀는 슬픈 영화를 보면 항상 눈물이 난다고 했구나. 남편이 일이 많아서 힘들까봐 혼자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간 아내. 지루한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될 무렵, 혼자가 아닌 자신의 친한 친구와 함께 들어오는 남편을 봤다. 얌전히 영화만 봐도 죽은 목숨인데, 남편은 여자에게 키스까지 했다. 아내는 더이상 영화를 볼 수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런 가사였다니, 이런 죽일눔.
밝고 맑고 청량한 음색이기에 가사를 알고 나니, 더 슬프게 다가오는 Sue Thomson의 Sad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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