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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는 아닌거 같고, 중학교나 초등학교때 읽었던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동심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다. 몇년 전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을때, 확실히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동과는 많이 달랐다. 늘 숫자로 질문을 하는 어른,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을 모자로 여기는 어른, 사막 여우와의 우정 등등 어릴땐 내가 어린왕자였다. 그런데 성인이 된 후, 어린왕자보다는 어린왕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비행사가 되었다. 그래도 어린왕자의 순수한 동심은 잃어버리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나도 숫자 질문을 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린왕자는 아니지만, 빨간머리 앤이 생각나는 제제를 다시 만났다. 책을 보다 눈물이 났던 어린시절, 지금은 눈물보다 '아 기억이~, 그래 이 다음은 이랬지, 아닌가'하면서 사라져버린 기억의 흔적을 찾으면서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태어나서 처음 보는 소설인 듯, 빠져버렸다. 시대적 배경도 모르고, 그저 개구쟁이 제제의 장난에 빠져 읽었던 예전과 달리, 너무나 많은 사실과 정보를 알고 있는 지금 그 당시 브라질 상황을 알고, 제제의 장난이 그저 날 봐달라는(사랑해 달라는) 작은 외침임을 왜 어른들은 몰랐는지, 답답함이 먼저 다가왔다.
밍기뉴와의 첫 만남
제제는 천재다. 혼자서 글자를 읽을 수 있으며, 아주 작은 라임오렌지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이런 제제는 가끔 식구들이 말하는 악마의 초대를 받는다. 다르게 보면, 그 나이때 행할 수 있는 장난이건만, 본인의 의도와 달리 매번 사건이 커져버린다. 장난의 댓가는 매질이다. 먼저 왜 그런 장난을 해야 했는지, 그 이유부터 물어보면 참 좋을텐데, 어른들은 무조건 결과만 보고 때린다. 어릴때 제제의 부모님이 참 싫었다. 왜 그렇게 제제만을 미워하고 때리는지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을거 같다.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드니깐, 그냥 얌전히, 가만히 있어주길 바랬던거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읽으니,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구나.
"그럼 기다려 줄 수 있겠어?" |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영화의 한장면
그저 좀 더 사랑해주고, 좀더 관심있게 바라봐 주길 원하는 제제의 진심을 몰라주는 어른들. 그러나 제제는 슬프거나 낙심하지 않는다. 새로 이사갈 집에서 최고의 친구를 만나기 때문이다. 밍기뉴라고 부르는 라임오렌지나무다. 밍기뉴와 제제의 에피소드는 빨간머리 앤이 생각날 만큼 너무 닮아 있다. 앤과 제제의 공통점이 사물을 사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여긴다는 점이다. 즉,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공상과 상상 더불어 소통의 능력이 있는 것이다. 밍기뉴와의 대화는 제제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 제제가 가족들에게 바라는 작은 사랑, 관심을 밍기뉴는 말하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서 모든걸 다 해주기 때문이다. 제제 역시 그런 밍기뉴의 마음을 알기에, 남들에게 속이는 모든 내용을 거짓없이 다 말해준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친구의 이야기까지 말이다.
박쥐가 되어버린 제제
제제를 인정해주는 2사람과, 한그루의 나무는 바로 학교 선생님과 제제의 비밀친구인 멋진 자동차를 몰고다니는 뽀르뚜가 아저씨 그리고 밍기뉴다. 소설의 중심은 밍기뉴와 뽀르뚜가 아저씨다. 처음 잘못된 만남 후 제제에게 원수가 되지만, 작은 사건으로 인해 그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와 제제는 비밀친구가 된다. 누가봐도 할아버지뻘인 뽀르뚜가와 제제, 그는 제제의 순수하고 천사같은 마음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런 그의 마음을 제제 역시 알기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기 편이라고 생각할 거 같다. 그와 제제는 멋전 차를 타고 드라이브도 하고, 맛난 케익과 주스도 마시면서 즐거운 데이트를 한다. 원수에서 친구,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까지 그들의 관계는 점점 깊어만 간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영화의 한장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슬픈 결말이다. 그런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전혀 안났다. 혹시 밍기뉴와의 대화가 단절되는 건가? 제제에게 동심이 사라지고 장난도 없어지고, 그저 여느 아이들처럼 아무 개성없는 그런 아이가 된다는 내용이었나? 이래저래 여러 갈래로 나만의 결론을 내렸지만, 진실은 너무 충격이었다. 예측을 전혀 못했기 때문이다. 제제의 악마 기질을 없애주고, 제제의 슬픔을 어루만져 준 뽀르뚜가 아저씨를 그렇게 그런 방법으로 제제와 이별시킬 줄 전혀 몰랐다. 제제가 가장 사랑했으며, 가장 존경했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애해해 준 그 사람이 떠났다. 제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뽀르뚜가 아저씨를 데려갔다. 그 충격으로 제제는 모든 걸 다 잃어버렸다. 유년기가 끝난 버린 것이다. 더불어 밍기뉴도 떠났다. 이젠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을 사람이 다 떠나버린 것이다.
황금 같은 마음씨를 가진 아이였던 제제는, 평범한 아이로 다시 변했을거 같다. 그리고 자신만의 비밀 친구를 늘 기리며, 어른이 됐을거 같다.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 제제. 그래서 제제의 아픔과 슬픔이 더 다가온 거 같다. 생각보다 많이 슬프지 않았다. 어릴때 엄청 울면서 읽고 봤는데, 지금은 그저 아프다 정도. 더불어 바보같은 어른이 천재 아이를 평범한 아이로 만든거 같아 화가 났다. 그의 천재성을 몰라준 어른들이 슬픔보다 더 미웠기 때문이다.
<제제의 장난들>
<제제의 꿈> (본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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