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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하정우 주연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다시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이유는 세월호 문제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그렇게나 바랬지만, 결국 어떠한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거든요. 더 테러 라이브의 여파가 아직 식지 않았는데, 데칼코마니 처럼 더 놀랍고 더 현실적인 그래서 그 결말이 궁금한 책을 만났습니다. 295페이지의 소설을 하루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왜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놀라운 책이었습니다. 정재민 작가의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현직 판사에 실화를 바탕으로한 소설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하지환은 판사입니다. 홀어머니는 늘 "넌 판검사가 되어 내 한을 풀어주라"는 말을 밥 먹듯 하셨죠. 사법고시를 며칠 앞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위암으로 말이죠. 몇 년후 하지환은 판사가 되어, 어릴적 어머니와 살았던 신해시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후배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배트맨(?)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데, 아무도 믿지 않아 줍니다. 진실의 벽은 너무나 높기에, 일개 판사의 힘으로도 역부족입니다.

 

 신해성모병원의 행정처장이 나를 막으려 했을 때는 화가 더 치밀어 오를 뿐이었지만, 지원장까지 끼어드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이 엄마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인가? 게다가 우동규를 그대로 두면 앞으로 수천 명, 수만 명이 빨대가 꽂힌 채 그에게 건강과 재산을 흡입당할 개연성이 높았다. 비록 지원장은 판사가 길거리에 나가서 악당을 물리치는 배트맨이 아니라고 했지만 설사 배트맨이나 판사가 아니더라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그런 치명적인 불의를 보고도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지나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나는 고소장을 완성하고도 송부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p77)

 

그러나 고소를 하게 되고, 수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였지만, 그 벽은 너무나 높습니다. 특히, 판사라는 신분이 득이 아니 독으로 그에게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검사들은 외부의 청탁은 물리치기 쉬워도 선배의 청탁은 뿌리치기 쉽지 않다고들 했다. 연차가 높은 검사일수록 아는 사람이 많아져 더 그렇다고 들었다. 언론에 나오는 큰 사건은 어쩔 수 없어도, 눈에 띄지 않을 거 같은 지방의 소소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선배가 부탁하면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선배의 청탁을 거절하면 반듯한 검사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눈치가 없거나, 융퉁성(융통성인데 책이 오타네요^^)이 없거나, 예의가 없는 후배로 찍히기 십상이라고 했다.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현실화되었다. 신해지청장은 이 수사가 못마땅하다는 의사를 이곳저곳에서 피력했고, 심지어 어느 유력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수사팀장이 남자친구에게 차인 직후라 정신이 이상한 상태라는 우동규가 퍼뜨리던 헛소문까지 전했다. 좁은 도시라서 유력한 사람의 말은 하룻밤에 천 리를 달렸다. (p126)

 

너무나 닮아 있죠. 지금의 현실과 말입니다. 사법권이 이렇게나 몰락했나 봅니다. 그리고 유력 인사의 말이 언제부터 거짓이 진실보다 우선순위가 됐는지 어처구니가 없네요. 그럼에도 수사는 계속 진행됩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살인협박까지 받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불기소 이유의 요지는 우동규가 환자들을 속이기는 했지만 자기 명성을 높이거나 병원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재물죄인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기 명성을 높이거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사기를 치면 사기죄가 안 된다는 말은 법대를 다닐 때나 판사가 된 뒤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제약회사 직원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에 대가성이 없다는 것도 상식 밖이었다. 리베이트는 오랜 세월 동안 제공되었는데 어떻게 그 전후에 약 처방 정도에 변화가 없다고 대가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동규는 여러 다른 회사의 항류마티스제는 처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그 제약회사의 약만 처방하는데도 검찰은 대가성이 없다고 한 것이었다.
(중간생략)
행여 내가 당사자라서 내 눈에만 그런 논리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나 싶어 주변의 판사, 검사, 변호사 들에게도 그 결정문을 보여주었다. 열이면 열, 답변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검찰의 힘은 사람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할 사람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데 있음을 절감했다. (p135)

 

 



 

 

 

 

이 대목에서 누군가가 생각나는 건 저만은 아니겠죠.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판결과 어쩜 이리 비슷한지요. 검찰은 나쁜 사람만 벌하는 곳이 아니었나 봅니다. 누가 봐도 죄를 지었는데, 검찰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니깐요. 항소를 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하판사는 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민사로 재판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가 직접 나서서 말이죠.


 

 "이렇게 신해시에만 류마티스 환자가 다른 지역의 열 배 이상이나 많은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신해시가 신으로부터 저주받은 도시라는 것이고, 둘째는 피고 우동규가 류마티스가 아닌 환자들에게 류마티스라고 속여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수많은 환자들이 우동규로부터 류마티스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류마티스 전문의들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이 역시도 두 가지 가설로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첫째는 신해시가 신으로부터 축복받은 도시라는 것이고, 둘째는 피고 우동규라 처음부터 류마티스가 아니었던 환자들에게 거짓말로 다 나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과연 어느 쪽이겠습니까? 신이 신해시를 저주했다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니까 변덕스럽게 축복하기 시작했겠습니까? 아니면 우동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겠습니까?" (p275)

 

어쩜 이리도 시원하고 명쾌한지 하판사가 배트맨처럼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승소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위자료만 받는 걸로 끝나는 씁쓸한 승리더군요. 보헤미안 랩소디는 크게 3개의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하지환이라는 인간에 대한 정신분석 그리고 친구 동혁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3장 정도 남긴 상태에서 제발 속 시원한 결말을 기대했는데, 현실이나 소설이나 죽은자는 말이 없네요.

 

 

보헤미안 랩소디

책 제목이 보헤미안 랩소디인 이유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추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와 금지되었다는데?"

"이 가사 내용이 소년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아 죽이는 거란다."

"진짜가" 좀 무섭네."

"맞제?"

"근데 누가 그라도?"

"배철수가."

"진짜가?"

"그래 설마 배철수가 거짓말하겠나." (p52)

 

하지환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처음 들었을때, 부분입니다. 이 이후부터 그에게 퀸과 보헤미안 랩소디는 때론 애인처럼, 때론 아빠처럼, 때론 친구처럼 늘 항상 옆에 있게 됩니다. 저도 좋아하는 노래이지만, 이런 가사인줄 몰랐네요. 가사를 음미하면서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ps... 현실에는 배트맨, 슈퍼맨은 없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그 진실을 밝혀질거라 생각합니다. "진실에는 힘이 있어서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조금씩 비집고 나오게 되어 있어.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해봐."(본문에서) 잊지 않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진실은 밝혀질거라 생각합니다. 저같이 미개한 사람도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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