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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음검색

 

한 여자(린다)가 있습니다. 가장 부유한 스위스인 300인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사람이자, 대형 투자기금의 소유주인 돈 많고 아내만을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여자입니다. 더불어 토끼같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으며, 남편덕으로 꽤 유명한 신문사의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그런 여자입니다.  나이는 서른하나, 키는 173, 몸무게는 68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품 옷을 즐겨 입는 그런 여자입니다. 누가봐도 세상 부러울거 없는 여자는, 어느날 삶에 대해 무기력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고작 이게 다야'라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거든요.

 

연금술사 이후, 오랫만에 접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불륜'의 시작부분입니다. 연금술사에 대한 감동이 여전이 남아 있고, 불륜이라고 제목부터 강렬했기에 파울로 코엘료는 불륜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던 막장은 아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요. 그런데, 소설 초반부터 좀 이상합니다. 누가봐도 잘난 여자가 왜 무기력하고,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얼마전 인터뷰한 작가가 한 말 때문이라고요. "행복해지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위험한 일이지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절대로 알 수가 없으니까요"(p11) 인터뷰때는 그저 불쌍한 사람, 만족도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다음날 그녀 역시 그 작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늘 행복하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이런 감정이 올 줄은 전혀 몰랐을테니깐요.

 

우리 결혼한 이후로 그런 바람이 수천 번 불었을 텐데, 내가 지금 그런 바람 소리에 잠이 깬단 말이야. 당신이 침대에서 뒤척이는 것도, 자면서 중얼거리는 것도 난 다 알아. 부탁인데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줘. 그냥, 내가 온통 의미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야. 하지만 확실히 해둘 건, 아이들을 사랑해. 당신도 사랑해. 내 일도 좋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 더 비참해져. 내가 신에게, 삶에게, 당신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까.(p100)

 

아무리 소설이지만, 참 적응이 안되네요. 저라면, 지금의 행복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저와는 다른가 봅니다. 우울증이라 생각하고 병원에 갑니다. 물론 자신의 상태를 전부다 공개하지 않더군요. 몇군데 정신과를 방문한 후 그녀는, 자신은 우울증이 아니며, 의학적으로 고칠 수 없다고 스스로 결론을 냅니다. 친구들은 약물로 치료를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약에 의존하지 않고, 그녀만의 치료법을 찾아냅니다. 그건 바로, 불륜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한 남자로, 지금은 정치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야코프)가 바로 그녀의 불륜 대상입니다. 정치인과 기자이기에 가끔 인터뷰 때문에 만난 적은 있었지만, 이 남자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전적이 있더군요. 그래서 더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인터뷰를 가장해 그와의 만남을 갖고, 과감하게 그에게 육체적으로 대시를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 그녀를 피하네요. 남편의 외도정도는 과감하게 눈 감아주는 그 남자의 무서운 와이프(마리안) 때문이더군요.

 

여기서 살짝, 막장 드라마와 같은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복수를 하려고 계획했지만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갑니다. 다시한번 복수하기로 맘을 먹었는데, 이번엔 남자가 다가옵니다.

 

다시 그와 키스하기까지 십오 년이 걸렸고, 마침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은 내가 상상하던 것이 아니었다. 추잡하고 이기적이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좋았고, 또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야코프와 나는 두 주동안 네 번 만났다. 초조함은 점차 사라졌다. 우리는 정상적으로도, 색다르게도 잠자리를 했다. (p251)

 

그녀의 불륜은 얼마나 계속 됐을까요.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기에 끝이 납니다. 아쉽게 그녀의 남편과, 그의 아내가 다 알게된 후 말이지요. 그런데 그녀의 남편, 인자함의 끝판왕이더군요. 용기내어 고백을 하려고 하는 그녀를 못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부족했음을, 당신을 잃어 버리는게 자신에게는 가장 큰 슬픔이라고 하면서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네요.(진짜 이런 남자 어디 없을까요? 완전 내 스타일인데...) 그렇게 그녀의 불륜은 허무하게(?) 막이 내립니다. 아쉽게 그 남자는 아내 눈치를 한동안 볼거 같네요. 그녀(린다)와 달리, 예전의 생활로 돌아오려면 꽤 오랫동안 고생할거 같거든요.

 

그녀에게 불륜은 헛된 장난은 아니었습니다. 가지 말아야할 길을 다녀온 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며, 자신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거든요. 남편과의 여행에서 그 진리를 알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그 남자와 거친 사랑 후 이별을 하게 됩니다.(굳이 꼭 몹쓸 장난을 하고 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나는 정다운 마음으로 야코프와 마리안을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내 남편과 가족에게 돌려보내주었다. 올해의 마지막 날인 이 밤에 나는 그들이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이 모든 일이 두 사람을 가깝에 이어주었기를 소망한다. 나는 내가 저지른 불륜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나는 진리를 구했고, 마침내 찾았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한 다른 모든 이들 역시 진리를 찾았기를 소망한다.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 (중간생략) 내가 저지른 실수들,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결정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해도, 오직 한 가지, 나의 사랑만은 우주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p358)

 

파울로 코엘료가 알려주고 싶은 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불륜이란 방법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읽는 우리들은 굳이 불륜까지 하면서 알아낼 필요는 없겠죠.

 

 

ps... 책은 주인공인 린다의 관점에서 진행됩니다. 그녀 관점이라 그런지, 읽는내내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설마, 하지마, 남편이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라고 말했다가, 불륜남이 거절하자, 린다가 뭐가 어때서 거절이야. 이런 못난놈이라고 했다가, 그녀의 복수를 같이 응원했다가, 실행에 옮기지 않아 내심 다행이라고 했다가, 다시 그녀가 남편에게 돌아가자, 역시 그럼 그래야지... 읽는 내내 린다로 빙의되었던거 같네요. 막장 드라마나 이 소설책이나 불륜은 나쁜 행위이지만, 왠지 린다의 불륜은 또 하나의 작은 사랑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그녀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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