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주말마다, 연극 나들이를 하게 되네요. 연극하면 대학로라고 생각하지만, 지난번 합정동 임혁필 소극장에 이어 압구정 윤당아트홀에 다녀 왔습니다. 코미디 추리 스릴러 연극이라는 주제가 너무 인상적인 "연극 행오버"입니다. 싸이의 행오버와 착각하면 안되지만, 살짝 비슷한 부분이 있더군요. 행오버(hangover)의 사전적 의미가 숙취, 유물, 약의 부작용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예측하기 너무 어려웠던 스릴러연극, 행오버입니다.
가을이지만, 낮에는 여름보다 태양 빛이 뜨거운 요즘입니다. 왠만하면 낮시간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연극시간이 3시인지라 제일 뜨거울때 압구정역에서 공연장까지 걸어갔습니다. 윤당아트홀은 성수대교 남단에서 도산공원으로 가는 방향에 있습니다. 압구정역 2번 출구로 나와 10여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대로변보다는 골목길로 해서 가는게 훨씬 좋아요. 태양빛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니깐요. 손으로 햇빛을 가리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윤당아트홀에 도착을 했네요. 인증샷만 후다닥 찍고 바로 들어갑니다.
몰랐는데,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 더 있더군요. 같은 건물의 양 끝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요. 한 곳은 공연장 입구라기 보다는 건물 입구이고, 다른 쪽으로 가야 공연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나오더라구요. 저는 그냥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가, 공연장이 없는 줄 알고 1층에서 살짝 헤맸어요. 윤당아트홀은 지하1층에 있거든요.
내려가는 계단에 현재하고 있는 연극을 알려주고 있네요. 그런데 행오버보다 타요 공연에 관심이 더 가는 이유는 뭔지.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나봐요.
윤당아트홀 인증샷, 바로 옆으로..
매표소가 있습니다. 공연 30분 전에 도착해서 티켓을 받고, 로비로 들어갑니다. 공연에 대한 팜플렛을 보고 싶었는데, 아직 없다고 하더라구요. 어떤 공연인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왔거든요. 그리하여 엄청난 후폭풍이 왔답니다.
매표소에서 로비로 갈때, 저기 현수막이라도 제대로 봤으면, 연극 초반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그냥 사진만 찍었네요. 반전에 반전이 있는 이야기 구성, 독특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이라는 큰 글자만 봤거든요.
초점이 나갔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후보정할 필요도 없이, 딱 맘에 드는 한 컷이 되었네요. 행오버는 제2공연장이고요. 아직 시간이 남아 빈 자리를 찾아 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립니다.
연극 행오버, 게임의 시작,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코미디 추리 스릴러 연극이 시작된다. 음... 어떤 연극일까? 코미디 추리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네요. 앞에서 두번째 좌석이라,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으면서 연극을 볼 수 있겠구나 했어요.
3시가 지났는데, 아직 오픈 전이네요. 5분 정도 지체 되었던거 같아요. "연극 행오버 입장하실게요"라는 직원의 말이 들리고, 저 곳이 열렸습니다.
매표소에도 좌석안내도가 있지만, 공연장 입구 문에도 있네요. 들어가는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시한번 좌석을 확인합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극장으로 생각했는데, 소극장이네요. 앞에서 두번째 줄, 중간이 제가 앉을 곳이구요. 공연 시작 전에 맨 뒤로 가서, 공연장 모습을 담고 제 자리를 찾아 내려왔어요.
자리에 앉아서 보니, 진짜 작은 소극장이네요. 무대는 허름한 모텔 분위기가 나네요. 잠시 후 암전이 되면서, 연극이 시작됐어요. 공연 시작과 함께 촬영은 당연히 못하는거 아시죠. 큰 공연장이라면 도촬이라도 시도해볼텐데, 소극장이니 에티켓이 저절로 지켜지네요.
1시간 30분 후 코미디 추리 스릴러 연극 행오버가 끝나고, 무대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아까 말한 후폭풍은 바로, 연극 초반 집중을 못했어요. 보고 싶은 영화는 아무런 정보없이 가야 잼나게 볼 수 있는데, 연극은 어느 정도 스토리를 알고 가야 되더군요. 초반 요리사 복장의 배우와 검은 양복 복장의 배우가 나오는 부분에서 이거 뭐야?하면서 혼자 외톨이가 된거처럼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30분 정도 지나고 난 후부터 어느정도 연극에 대한 감이 왔고, 그때부터 몰입이 제대로 되면서 즐기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된 연극을 보려면, 스놉시스정도는 숙지하고 와야겠다는 생각, 절실히 했습니다.
무대인사하는 배우들에 대한 소개를 잠시 하자면, 왼쪽부터 시작할게요.
스트립 댄서로 그녀의 목적은 자살입니다. 나이가 가장 어리지만, 반말만 하는 참 예의바른 그녀더군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인형이 자신의 처지와 같아 보여서 인형을 항상 옆에 끼고 있습니다. 어릴때 슬픔이 참 많았던 그녀입니다.
바바리녀, 여자 주인공입니다.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입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하더군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눈물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더라구요. 연극이 끝나고 무대인사를 할때까지 감정 조절이 안됐는지, 눈물이 보이더라구요. 왜 영화보다 연극을 더 좋다고 하는지 알게 됐어요. 매일 똑같은 연기를 할텐데, 그때마다 똑같은 감정을 유지해야하고, 연극 속 인물로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새삼, 연극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답니다.
요리사, 남자 주인공입니다. 연극 초반,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남대문이 오픈되어 있어서, 저의 몰입에 방해를 했던 인물이에요. 입장할때 한번 더 체크하지, 배우들의 콧털까지 보일만큼 가까운 자리에 앉았는데, 왜 하필... 자꾸만 시선이 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혼자 난감했어요. 그래도 당행인거, 아셨는지 올리더라구요. 아마 그때부터 제가 집중할 수 있었던거 같아요. 아내를 사랑하지만, 또다른 여자도 사랑하는, 많은 여자를 사랑하는 그입니다. 이런 남자는 혼꾸녕이 나야하는데, 역시...(반전 연극인 관계로 여기까지만, 다 알려드리면 진짜 재미없잖아요. 저도 식스센스의 악몽을 경험했던 사람인지라, 해서는 안될 말은 하지 않도록 할게요.)
검은 양복의 남자, 또다른 남자 주인공입니다. 부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연극의 흐름을 이 배우가 지배하는거 같아요. 문어모양의 비엔나 소시지를 좋아한다고 했을때, 순간 심야식당의 건달 아저씨가 생각나더군요. 왠지 복장도 그 사람과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참고로 심야식당의 건달 아저씨가 바로 고독한 미식가의 그 분이랍니다.) 모든 배우들이 다 연기를 잘했지만, 이 남자 참 배우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배우 중에 유일하게 혼자만 과한 분장도 하고(수염을 기준으로 목과 얼굴의 색깔이 너무 달랐거든요)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때론 코믹스럽게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더군요. 이벤트 회사의 사장이지만, 이상하게 건달같아 보이더라구요.
파란츄리닝 남, 행오버에서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배우입니다. 츄리닝에 백구두, 참 안 어울리죠. 더불어 이 사람 배역이 게이바 사장이랍니다. 그냥 동네 찌질이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이성적인 사고를 갖고 있더라구요. 예전에 프로파일러가 꿈이라고 하면서 사건의 전개와 포인트를 잘 잡아주네요. 그런데 이 사람의 매력은 허무맹랑에 노출증(?)이랍니다. 입이 간질간질한데, 여기까지만 해야되서 아쉽네요.
행오버는 코미디 추리 스릴러 연극이라고 하지만, 묵직한 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연극 끝부분에 나오는데, 사랑의 배신이 이렇게나 무서운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녀의 아픔이 너무 슬펐거든요. 초반, 몰입을 못해 혼자 멍때리고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어느새 몰입이 되어 버렸고, 극 후반, 놀랍고 엄청난 반전으로 인해 진짜 잼나는 연극을 봤네요. 그냥 막 웃을 수 없는 그럼에도 웃음이 나면서 서서히 그 매력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연극 행오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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