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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동 맷돌로만 (in 롯데팩토리 아울렛)

"아부지는 순두부가 싫다고 하셨어~" 순두부찌개는 우리집 밥상에서 찾을 수 없다. 밖에서 먹는 순두부찌개는 대체로 자극적인 빨간 양념 범벅이다. 본연의 순두부는 먹을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롯데팩토리 아울렛 3층에 있는 맷돌로만으로 가면 된다. 쉿~ 순두부가 무한리필이라는 거, 우리들만의 비밀.

 

원래 목적지는 왕김말이랑떡볶이

가산디지털단지역 4번 출구로 나오면, 포장마차 느낌의 분식집이 쭉 이어져 있다. 하나, 두울, 셋을 지나 네번째 집에 도착을 했다. 영업시간이 2시부터라고 해서, 점심도 먹지 않고 왔는데 커다란 왕김말이는 커녕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럴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기에, 플랜b를 준비하지 않았다. 

다른 분식 포장마차로 가려고 뒤를 도는 순간, 3층 길이의 대형 현수막이 눈에 딱 들어왔다. 수제두부 전문점에 순두부는 무한리필이란다. 어떤 곳인지 검색을 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주인 맘과 달리 다리는 벌써 롯데팩토리 아울렛 가산점으로 빠르게 걷고 있는 중이다.

 

맷돌로만은 가산동 롯데팩토리 아울렛 3층에 있어요~

국내산 콩 100%를 맷돌로만 갈아서 가마솥으로 만든다고 하더니, 정말로 맷돌이 있다. 2시가 넘어 3시 언저리로 식당은 지극히 한산하다. 혹시나 브레이크 타임일까봐, 밥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아싸~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혼밥이다.

 

맷돌로만 정식이 눈에 확 들어왔지만, 예상대로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순두부가 무한리필이니, 순두부찌개는 제외다. 그럼 남은 메뉴는 청국장과 비지찌개뿐이다. "비지찌개(8,000원) 하나 주세요."

 

주문을 하자마자, 순두부 코너로 직행한다. 커다란 밥솥에 순두부가 조금 남아 있었는데, 직원이 잠시만요 하면서 새 순두부로 다시 세팅을 했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 없다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걷는 기분이랄까? 

 

종지가 있는데 바부같이~

푸딩처럼 찰랑거리는 순두부를 그릇에 옮겨 담는다. 그동안 이런 순두부를 매우 몹시 먹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났다. 왕김말이에 대한 아쉬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리지고, 오직 너만 보인다.

본연의 맛을 느껴야 하니, 양념이 안 되어 있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숟가락에 올린다. 마트에서 파는 순두부는 냉장용이라서 차갑지만, 맷돌로만의 순두부는 뜨끈뜨끈하다. 식감따위는 없어도 된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면서, 콩의 고소한 맛과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가산동 맷돌로만 비지찌개 등장이요~
콩나물무침과 미역줄기볶음
김자반과 어묵볶음

그리고 매워 보이지만 맵지 않은 겉절이와 양이 많지 않은 공깃밥이 나왔다. 순두부만으로도 만족했기에, 반찬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간은 슴슴하니 적당했으며, 김자반을 빼고는 단맛이 거의 없는 맛깔스러운 반찬이다. 우연히 찾은 곳이라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순두부와 반찬만 먹은 지금, 숨은 진주를 찾은 듯하다.

 

적당히 거친 비지찌개

자고로 비지는 두부를 만들때 나오는 좋게 표현하면 부산물, 나쁘게 표현하면 찌꺼기다. 영양분은 (순)두부가 다 가져가는 바람에, 섬유질과 수분정도 남았다. 요즈음 비지만 만들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질감이 꽤 부드럽다. 

하지만 진정한 비지는 찌꺼기로 거친 질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비지로 끓여야 찌개가 몽실몽실하니 알갱이가 살아있다. 순두부에 반찬 그리고 비지찌개까지 완전 내스타일인데, 뚝배기라서 겁나 뜨겁다.

 

순두부라 쓰고 푸딩 혹은 치즈라 부르고 싶다~

뜨거운 비지찌개는 옆에 두고, 다시 순두부에 집중한다. 간장없이 본연의 맛을 즐겨도 좋고, 맛깔스런 반찬을 더해도 상관없다. 무한리필이니 한번 더 갔다올까 하다가, 순두부에 집중하면 안 될 듯 싶어 쉬어가기로 했다.

 

비지찌개에 돼지고기를 넣기도 하는데, 맷돌로만은 김치와 버섯 그리고 애호박 등이 들어 있다. 반찬처럼 비지찌개 역시 간이 슴슴하다. 그나저나 비지찌개도 매생이국과 비슷한 계열인가? 한 김 식혔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뜨겁다.

 

거친 질감이라고 했지만, 입안으로 들어오면 순두부처럼 부드러워진다. 영양소는 아쉬울 수 있으나, 내가 찾던 그 맛이라서 무지 행복하다.

 

남은 밥 투하~
남은 김자반도 투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때 밥을 투하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반찬 중에서 달달함을 담당하고 있는 김자반을 추가로 넣는다. 김은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니깐. 디저트로 순두부를 한번 더 먹으려고 했는데, 아까는 배고프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무리라고 위님(?)이 거부를 한다. 

 

계산대 옆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 이런 문구가 있다. '콩비지 마음껏 가져가세요.' 정말 갖고 오고 싶었지만, 날이 더워서 쉴까봐 선뜻 담아오지 못했다. 고로 다음에는 보냉백을 챙겨서 가야겠다. 참, 국내산 콩 100%라고 하더니, 청주농산에서 올라온 국내산 백태로 순두부를 만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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