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동 춘천옥
비빔이 있으면 당연히 물도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빨간맛 양념 메밀막국수뿐이다. 먹기 전까지는 몰랐다. 보쌈을 위한 막국수라는 걸. 얼음 동동 차가운 물막국수는 아니지만, 달큰한 양념이 좋았다. 가산동에 있는 40년 전통 노포 춘천옥이다.
춘천옥은 현대아울렛 가산점 옆에 있다. 정문이 아니라 후문 맞은편에 있어 몰랐다가, 최근에 발견했다. 무슨 무슨 옥이 들어가면 대체로 곰탕, 설랑탕, 해장국인데 여기는 보쌈과 막국수가 메인이다.
스브스의 맛대맛, 정말 오랜만에 본다. 그때는 꽤 알아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은 방송보다는 유튜브가 대세다. 입구 옆에 보이는 보쌈 점심 특선, 비계를 못 먹더라도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런데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솔드아웃.
혼밥은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느즈막에 가야 한다. 그래서 2시 언저리에 도착을 했는데, 식당에 손님은 나 혼자 밥을 먹고의 가사처럼 나혼자다. 혹시나 브레이크 타임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라고 알려주면서 보쌈 점심 특선도 끝났단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차피 비계 때문에 못 먹는 보쌈이니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보쌈과 막국수 전문점인 줄 알았는데 선지국밥도 있다. 메뉴판을 보면서, 보쌈과 메밀막국수는 연결고리가 보인다. 그런데 선지국밥은 생뚱맞네 하다가, 혹시 술국이 아닐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정신을 차리고, 메밀막국수(10,000원)를 주문했다. 내장탕은 못 먹지만, 신기하게도 선지는 먹는다. 고로 선지국밥은 다음에...
깍두기와 열무김치 그리고 미지근한 콩나물국까지 막국수 전문식당에서 나올법한 반찬이 아니다. 깍두기는 선지국밥, 콩나물국은 보쌈 그렇다면 막국수 반찬은 열무김치가 아닐까 싶다. 콩나물국을 육수나 메밀 삶은 물이라 생각하고 막국수가 나오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마셨다.
검은 점이 콕콕 박혀있는 걸 보니, 메밀면이 맞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는 주문 후 면을 뽑고 삶았다는 뜻이다. 면 퀄리티를 보니 비빔도 물도 다 좋을 듯 싶은데, 단일 메뉴라서 선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오이와 열무김치를 치우면 숨어있는 빨간 양념이 짠하고 등장한다. 혹시나 매울까 걱정했는데, 보기와 다르게 맵지 않고 달큰하다. 개인적으로 비빔막국수에 김가루 폭탄을 좋아하지 않는다. 열무김치가 살짝 많은 듯 싶지만, 대신 김가루는 일절 없다.
크게 뒤집은 후 비비기 전에 면만 먹는다. 순메밀인지 알 수 없지만, 힘없이 툭하고 끊어지는 메밀면 특유의 질감이 살아있다. 면만 먹었는데, 메밀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지 고소하다.
메밀면에서 구수가 아니라 고소는 뭐지 했는데, 냉면 그릇 바닥에 자박하게 있던 물에 참기름이 다량 들어 있었다. 즉, 참기름을 품은 메밀면을 먹었던 거다.
달큰해도 자극적인 양념은 아니지만, 순수한 메밀면에는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면만 먹으면 툭툭 끊어져서 식감이 살짝 아쉬운데, 이때 아삭한 열무김치나 채썬 오이를 더하면 저작운동에 도움이 된다.
계속 치고 들어오는 달큰함을 잡고자 겨자는 살짝, 식초는 세바퀴를 돌렸다. 예상을 했지만, 겨자와 식초 추가로 그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나도 익숙한 맛으로 변해버렸다.
족발에 막국수처럼, 춘천옥도 보쌈에 막국수인가 보다. 먹으면서 내내 알 수 없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뭐를 더 올리면 딱 좋을텐데 하다가, 삶은계란에 양념을 더해서 먹으면서 이거구나 했다. 꽤 달큰했던 양념은 보쌈과 함께 먹으라는 주인장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주문을 하기 전에, 보쌈 점심 특선이 끝났다고 알려줬는지 이제야 알겠다. 비계 때문에 보쌈을 싫어하지만, 춘천옥에서 메밀막국수와 보쌈은 세트세트다. 참, 메밀막국수만 먹어도 든든할 정도로 양은 꽤 된다.
딸랑 메뉴가 3개뿐이니 전메뉴 도장깨기는 식은 죽 먹기다. 단, 모든 메뉴를 주문해서 먹어야 하므로, 혼밥이 아니라 둘 이상은 와야한다.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재료준비 시간(브레이크타임)이며, 2시 무렵에 오면 보쌈 점심 특선은 먹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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