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스푼앤포크키친
쌍문동이란 동네는 응답하라 1988로 인해 익숙하지만, 사실 한번도 간 적이 없다. 서울 서쪽(집)에서 북쪽(도봉구 쌍문동)은 가깝다 볼 수 없기에 옆동네 마실가듯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면 밥집부터 검색을 한다. 1인 셰프가 운영하는 조용하고 아담한 곳,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스푼앤포크키친이다.
처음 가는 동네이자, 다시 갈 일은 한동안 없을 거다. 고로 밥집을 무지 잘 선택해야 한다. 이럴때 필요한 건, 폭풍검색이다. ㅁㅏㅅ집보다는 혼밥, 서울미래유산, 노포, 혼술 등으로 검색을 한다. 더불어 목적지에서 식당까지의 거리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5~10분 이내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완전 땡큐~
스푼앤포크키친은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다. 4인 테이블 2개와 2인 테이블 하나로 이루어진 아담한 식당으로, 주인장은 음식을 만들고 서빙도 직접 한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했는데, 다 먹을때까지 식당을 독차지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파스타는 기본으로 주문하고, 추가로 트러플 오일을 뿌린 감자튀김을 먹으려고 했다. 포만감은 엄청 나겠지만, 탄수화물 과다 복용이라서 감튀에서 리코타 그린 샐러드로 변경했다. 샐러드는 몸에 좋으니깐. 참, 파스타는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우유식빵이다. 따로 판매도 하는데, 식빵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따끈하게 나온 식빵은 발사믹식초+올리브오일 소스에 푹 찍어서 먹는다. 발사믹의 시큼함을 좋아하는 1인, 한때 바나나 식초를 직접 만들어서 먹었을 만큼 식초를 좋아한다.
리코타 그린 샐러드(9,000원)는 샐러드믹스에 리코타치즈, 슬라이스 아몬드, 크랜베리, 그라나파다노치즈, 올리브오일, 발사믹식초가 들어있다. 양은 일단 합격, 샐러드만 먹어도 될 정도로 푸짐하다. 섞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먹기로 했다. 괜히 건드렸다가 내용물이 그릇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드 채소는 당연히 신선하며, 생김새와 때깔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다르다. 살짝 쓴맛도 있던데, 이게 또 별미다.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와 역시나 발사믹식초가 주는 새콤함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 준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살짝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데, 싹 사라졌다.
알리오올리오(12,000원)를 그렇게 자주 먹었으면서, 매운 파스타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마도 올리브오일로 파스타를 만들다 보니, 느끼함을 줄이기 위해 페페론치노를 넣었을 테고, 그로 인해 매콤함이 추가됐나 보다. 매콤이라고 해도, 불닭볶음면 수준은 아니다.
메뉴판에 오일 + 마늘 + 치즈라고 해서 마늘만 가득 있는 줄 알았는데, 올리브에 토마토까지 내용물이 다양하다. 슬라이스가 아닌 다진 마늘이 들어갔다.
파스타 면발은 동글보다는 납작에 가깝고, 알 덴테로 씹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매콤하다 생각하고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매운맛이 은근 올라온다. 그렇다고 "와~ 겁나 매워"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오일이나 크림 파스타를 먹을때 상큼달달한 피클은 필수지만, 이번에는 예외다. 왜냐하면 더 상큼하고 덜 달달한 샐러드가 있기 때문이다. 알리오 올리오 한번, 리코타 그린 샐러드 한번, 그렇게 왔다갔다 흡입 중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말았어야 했다. 따로 먹었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같이 먹으니 니맛도 내맛도 아닌 맛이 됐다. 도전 정신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괜한 짓을 했다.
라면 국물에 밥을 말듯, 남은 오일에 식빵을 적신다. 오일을 가득 품은 우유식빵은 기름지면서 매콤하다. 샐러드 채소는 남겼지만, 숨어있는 리코타치즈에 아몬드, 크랜베리 등은 쏙쏙 다 찾아 먹었다. 기분 좋고 행복한 혼밥을 했는데, 쌍문동은 멀어도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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