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동 다솥 롯데백화점
갓지은 솥밥만으로도 충분한데 향이 좋은 두 녀석(?)이 합세했다. 표고버섯은 밥과 함께 열 마사지를 받았고, 다 된 밥에 재가 아닌 들깨로 마무리를 했다. 밥만 먹어도 행복한데 조기구이에 제육볶음 등 9반찬이 또 합세했다. 영등포동 롯데백화점 10층 식당가에 있는 다솥이다.
요즈음 백화점에 있는 식당도 브레이크타임이 있던데, 다솥이 그렇지 않다. 꽤나 늦은 오후였는데 영업 중이며, 붐비지 않은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식당가답게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글로벌한데 한국인은 역시 밥심인가 보다. 나만 그런가?
지난 2월에 왔을 때는 굴시즌이라서 굴 영양솥밥을 먹었다. 여전히 메뉴판에 있지만, 철이 지났기에 표고버섯들깨솥밥(15,000원)을 주문했다. 집밥 같으면서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집밥이라, 집에서 솥밥은 하기 힘드니깐. 그리고 명절이나 잔칫날이 아니면 9반찬도 힘들다.
9반찬답게 육해공이 다 모였다. 굴비구이 하나만 있어도 밥 한공기 뚝딱인데, 직장인의 대표 점심메뉴인 제육볶음에 다양한 나물반찬까지 다채롭다. 모든 반찬이 짜거나 달지 않고 하나하나 맛깔스럽다.
제육과 생선은 추가 비용이 들지만, 나머지 반찬은 리필이 가능할 거다. 근데 반찬이 많아서 추가한 적은 없다.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하니깐.
뚜껑을 여는 순간, 구수한 들깨향이 확 퍼진다. 표고버섯도 향에서는 죽지 않을텐데, 들깨가 워낙 강하다. 아마도 밥을 할때 넣지 않고 마지막에 넣어서 더 그런가 보다. 아직 먹기 전인데 침샘은 벌써 폭발을 했다.
솥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갓지은 밥이라는 점과 선물같은 누룽지가 있다는 거다. 누룽지를 남겨놓고 찰진 밥은 그릇에 옮겨 담는다. 열기가 남아있는 솥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다시 뚜껑을 덮는다. 누룽지가 숭늉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니깐.
갓지은 솥밥은 밥만 먹어도 좋다고 하고 싶은데, 너무 밍밍하다. 간이 전혀 안되어 있으니 양념간장을 살짝 추가한다. 많이 넣으면 반찬을 못 먹을 수 있기에 슴슴할 정도로 만든다.
참, 표고버섯은 들깨에게 향을 뺏기더니, 뜸 들이는 과정에서 식감이 옅어졌다. 만약 집에서 표고버섯을 넣고 밥을 한다면, 통으로 넣거나 두껍게 썰어서 넣어야겠다.
밥 + 굴비구이, 이 조합은 언제나 옳다. 제육볶음은 잠시 후에 만나기로 하고, 우선은 굴비 파티(?)다. 워낙에 생선을 좋아하다 보니 추가(2,000원)를 하고 싶지만, 정복해야 할 반찬이 많아서 참는다. 갈치, 고등어, 임연수어, 삼치, 박대, 가자미 등 구이하기 좋은 생선이 많지만, 그중 으뜸은 굴비다.
지난번에 왔을때 이 쌈채소는 무슨 쌈채소인지 몰랐다. 모양이 익숙하고, 과하지 않은 쌉쌀함이 좋은데 녀석(?)의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음식을 세팅할 때 직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너의 이름은 케일이었구나.
삶으니 생에 비해 쌉쌀함은 약해졌지만, 그만큼 거부감도 사라졌다. 3장뿐이라서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제육볶음과 함께 먹으니 아주아주 괜찮다. 케일쌈을 깔고, 표고버섯 & 밥을 올리고, 그 위에 제육볶음과 고추된장무침을 더하면 최고의 쌈이 된다.
굴비와 제육볶음은 밥과 함께 끝낸다. 그리고 K- 디저트 숭늉을 맞이한다. 구수한 누룽지에 들깨와 표고를 더해지니 꾸쑤(?)하다고 해야 할까나? 표고버섯들깨솥밥은 거들뿐, 숭늉이 진짜 주인공이다. 때깔이 보여주듯,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물이 끝내준다.
흐물거렸던 표고버섯은 누룽지에서 숭늉이 되어가면서 다시 쫄깃한 식감을 찾았다. 상큼하다가 마지막에 쌉싸래함을 찍고 사라지는 도라지무침은 숭늉과 잘 어울린다.
된장고추무침은 오이고추라서 안 매울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하나가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사라졌다. 훅하고 들어오는 매운맛에 당황하면서, 남은 당면볶음을 흡입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점심으로는 과한 가격이라 자주는 힘들다. 고로 어쩌다 한번, 나에게 주는 선물로 다솥을 간다. 다음에는 좀 더 욕심을 내서 와규스테이크솥밥이다.
2023.02.20 - 굴영양솥밥에 9반찬이 따라와~ 영등포동 다솥 롯데백화점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시지와 크랜베리 바게트 좋아~ 영등포동 오월의종 (feat. 커피리브레) (38) | 2023.06.21 |
---|---|
맵(순)둥이는 뚝배기 로제갈비도 힘들어~ 공덕동 온다옴 (35) | 2023.06.16 |
여름이니깐 냉짬뽕 영등포동 차이린 타임스퀘어점 (43) | 2023.06.14 |
푸짐하고 다채로운 브런치 플레이트 목동 루시카토 플러버 (feat. 행복한백화점) (34) | 2023.06.12 |
고추튀김에는 얼음 동동 하이볼 망원동 망원튀맥집 (in 망원시장) (36) | 2023.06.09 |
수제돈까스라 쓰고 왕돈까스라 불러주세요~ 공덕동 더플레이스공간 (42) | 2023.06.05 |
새콤한 리코타그린샐러드 & 매콤짭짤한 알리오올리오 쌍문동 스푼앤포크키친 (33) | 2023.06.02 |
촉촉한 시나몬롤과 꾸덕한 베리버터바 가산동 힛더스팟 베이커리8 (39) | 2023.05.31 |
달달한 초코소라빵과 짭조름한 치즈스틱 단짠이어라~ 경기 고양 파비올라스 (28) | 2023.05.30 |
보쌈에 산채비빔밥까지 정식이 좋아~ 도화동 산채정원 (41) | 2023.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