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2가 학교앞분식
지극히 평범한 아니 조금은 밋밋할 수 있는데, 무언가를 더하면 색다른 맛을 뽐낸다. 김밥치고는 별 볼 일 없는데, 달걀로 말고, 여기에 장아찌를 더하면 별일이 생긴다. 계란말이김밥을 보면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신문로2가에 있는 학교앞분식을 혼자서 갔다.
작년 9월에 왔으니, 4개월 만에 다시 왔다. 빠른감이 있는데, 원래 목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단에 자세한 설명을 하겠지만, 가고자 했던 곳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내수동에서 신문로2가까지 터벅터벅 걸어왔다. 허탈함에 배고픔도 잊었지만, 굶으면 나만 손해이기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왔을때 추억도시락과 철길떡볶이를 먹었기에, 이번에는 계란말이김밥(6,000원)과 어묵(2,500원)을 주문했다. 라면도 먹을까 하다가, 양도 많고 입맛도 없어서 먹지 않기로 했다. 참, 학교앞분식은 선불이다.
밥 종류를 주문하면 기본찬 느낌으로 나오는 맵지 않고 따끈한데 시원한 콩나물국이다. 리필도 가능한데, 어묵을 주문하는 바람에 추가하지 않았다.
팅팅 불어 터진 어묵을 좋아하는데, 학교앞분식은 마치 지금 넣은 듯 쫄깃 탱탱하다. 간장이 없어, 김밥에 들어 있는 장아찌를 더해서 먹었다. 국물은 멸치다시0을 넣었는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었던 추억의 맛이다.
맛도 그렇고 흰점박이 녹색그릇도 그렇고, 추억은 언제나 반갑다. 물론 반갑지 않은 추억도 있지만, 시간이라는 약을 만나면 언젠가는 반갑게 느껴질 때가 온다.
마약김밥은 겨자소스가 치트키인 듯, 진순자 계란말이김밥은 무말랭이 장아찌가 치트키다. 그냥 김밥만 먹으면 간도 밍밍하고, 분홍소시지에 단무지 그리고 시금치 혹은 부추뿐이라 매력은 단 1도 없다. 물론 갓만든 계란말이로 인해 고소함은 추가할 수 있다고 해도, 삼천원하는 마약김밥에 비해 너무 비싸다.
그런데 장아찌를 추가하면 전세역전이 된다. 그저 장아찌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 짭조름함에 아삭함이 더해져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비싸다 느꼈던 생각은 어느새 자취를 감취고, 장아찌를 올려서 무한흡입을 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학교앞분식은 돈의문박물관마을 초입에 있다. 돈의물박물관마을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마을이자 박물관이라서, 오래된 선풍기, 밥통 그리고 전화기 등 예스러운 물건을 만날 수 있다.
계란말이김밥은 주로 떡볶이와 함께 먹어서 장아찌가 부족하지 않았는데, 김밥만 먹으니 턱없이 부족하다. 혹시나 해서 리필이 되냐고 물어보니 저렇게나 많이 담아줬다. 리필을 하기 전에는 아까워서 하나 혹은 두개만 올려서 먹었는데, 지금부터는 잔뜩이다.
분명 입맛이 없었는데, 장아찌의 마력이랄까? 남김없이 다 먹었다. 미리 계산을 하면 나올때 뭔가 허전하다. 분명 카드 결제를 했는데, 안한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귀여운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다음에는 맥주에 먹태구이를 먹으러 다시 오겠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2021.11.22 - 굴국밥과 굴친구들 내수동 굴뚝배기전문점모려
학교앞분식이 아니라, 원래는 굴뚝배긱전문점모려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식당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우체국이 들어섰다. 모려는 겨울에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굴국밥을 주문하고 굴전, 생굴 그리고 굴젓이 함께 나온다. 과메기도 꽤나 잘해서 혼밥에 혼술하러 가려고 했는데 없어졌다.
주인장 내외분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한 것일까? 아니면 폐업을 한 것일까? 알 수 없으니 더 답답하다. 아직은 모르지만, 폐업이 아니라 이전이길 바래본다. 그럼 또 찾아 갈 수 있으니깐.
2021.04.07 - 벚꽃 말고 빅토리아 케이크 & 빨미까레 내수동 북한산제빵소
굴뚝배기전문점모려를 지나 북한산제빵소로 향했다. 우체국으로 변한 모습에 급 허탈감이 왔고, 밥대신 쓴커피나 마실 생각으로 왔는데 또 사라졌다. 건물은 그대로 있지만, 이제는 빵집이 아니라 밥집으로 아이노가든키친이다. 북한산제빵소는 여기말로 은평한옥마을에 본점이 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하니, 거기도 폐업이라고 나온다. 5번 이상 방문을 했던 밥집에 빵집까지 허탈을 넘어 매우 몹시 슬프다. 북한산제빵소는 도장이 2개 부족한 쿠폰까지 있는데 버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나저나 내수동에 갈만한 2곳이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까나.
2022.09.16 - 추억의 양은도시락과 철길떡볶이 신문로2가 학교앞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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