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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 허기숙할머니 원조오뎅식당 의정부본점

부대찌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면서 원조의 맛을 보러 의정부까지 가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안동에서 안동찜닭을 먹고 난 후, 원조의 맛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역시나 의정부까지 와서 먹은 보람이 있다. 경기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 있는 허기숙할머니 원조오뎅식당 의정부본점이다.

 

의정부주앙역에서 본 의정부부대찌게 거리

서울 서부권에 사는 1인에게 경기도 북부에 있는 의정부는 멀고도 멀다. 인천은 급행이 있고, 수원은 지하철이 아닌 기차가 있어 한 시간이 넘지 않는데, 의정부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1시간을 넘어 30분이나 더 가야 한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회룡역에 내려 의정부경전철로 환승을 한 후 의정부중앙역에 내렸다.

책을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지상 구간이 많아서 그나마 덜 답답했지만, 의정부는 먼 동네가 확실하다. 그나마 다행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지하철역에 바로 옆에 있다.

 

별관도 있지만 본관으로 갑니다~
허가숙할머니 원조오뎅식당 의정부본점!

본관을 지나쳐 별관으로 갔다가 다시 본관으로 왔다. 별관이 더 넓다고 하던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처음 왔으니 본관에서 먹고 싶다. 

그나저나 왜 가게이름이 오뎅식당일까? 부대찌개를 하기 전에 어묵(오뎅)을 파는 포장마차였으니깐. 창업주 허기숙 할머니는 1960년 현재 위치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했는데, 근처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 베이컨에다 김치와 장을 더해 부대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즉, 허기숙 할머니는 부대찌개라는 음식을 처음 개발한 분이다. 

 

기다리면서 만화 식객을 다시 봐요~
블루리본에 몇개야?
사진은 역사를 담아~
포장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구입 가능~

본관은 입식보다는 좌식 테이블이 더 많다. 혼밥은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12시 무렵에 도착을 했다. 2인 테이블이 없어 4인 테이블에 앉아야 했지만, 혼자 왔다고 눈치를 주거나 하지 않았다. 바로 입장하지 못하고, 10여분 정도 기다린 후에 들어갔다가, 구석진 자리를 발견하고 다시 5분 정도를 기다린 다음에 앉았다. 

 

원산지표시!

대체로 부대찌개(10,000원)는 2인부터가 기본이다. 이를 알기에 혼밥이지만 2인분을 주문해야지 했다. 하지만 허기숙할머니 원조오뎅식당은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 자고로 부대찌개는 여럿이 와서 사리도 다양하게 주문해서 푸짐하게 먹어야 하지만, 혼자 왔으니 라면사리(1,000원)만 추가를 했다. 

 

허기숙할머니 원조오뎅식당 의정부본점 부대찌개 등장이요~

기본반찬은 어묵볶음과 팍익은 배추김치 그리고 동치미가 나온다. 만화 식신을 보면 무짠지가 나왔다고 하던데, 지금은 동치미로 바뀐 듯 싶다. 밥은 스댕 대접에 넉넉히 담아서 나온다. 

 

맹물같지만 육수가 맞음~

냄비부터 원조는 다르다. 무쇠철판에 부대찌개 내용물이 들어 있고, 주전자를 함께 들고 온 직원이 맹물같은 육수를 직접 부어준다. 그리고 가스불을 켜면서 "화력이 세니 조심하세요."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서 불도 있다. 이런 화력이라면 맛이 없을 수 없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중간에 양념을 풀기 위해 직원이 또 와요~

역시 화력이 좋으니 무쇠철판도 금방 팔팔 끓기 시작한다. 다시 온 직원이 양념을 살살 풀기 시작하니, 그제야 익숙한 모양새의 부대찌개가 됐다. 한번더 팔팔 끓은 후에 면부터 먹으면 된다.

참, 지금의 허기숙할머니 오뎅식당은 여전히 미군부대에서 재료를 공급받지 않고, 대기업과 협업해 만든 전용제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더불어 민찌로 불리는 다진 고기는 소 갈빗살과 부챗살 등의 생고기로 직접 만들며, 김치는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로 담가 1년의 숙성과정을 거친단다.

 

뜨거우니깐 덜어서 먹어요~

부대찌개의 양대산맥이라면 의정부와 송탄이 있다. 송탄은 두어번 먹었고, 의정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둘의 차이는 뭘까? 송탄은 국물보다 건더기, 의정부는 건더기보다 국물이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송탄부대찌개를 먹을때에는 젓가락을 먼저 들었는데, 의정부부대찌개는 숟가락을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맹물같은 육수기 주는 개운함, 깔끔함인가? 국물 한 숟갈에 이게 바로 원조의 맛이구나 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부대찌개보다 맛이 가장 순하기 때문이다. 

 

국물을 먹고 난 후, 라면사리는 실수구나 했다. 맑고 순한 국물에 라면은 민폐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라면은 옳기에 불기 전에 흡입을 한다. 사진을 많이 찍어서 면발이 불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서울에서도 부대찌개는 쉽게 먹을 수 있는데 뭐하러 의정부까지 왔나 했는데,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기존에 먹었던 부대찌개는 짜고 자극적인데 반해, 원조는 이게 부대찌개가 맞나 싶을 정도록 맑디 맑다. 

 

2차전은 밥과 함께 본격적으로~

라면으로 1차전을 했으니, 2차전은 밥과 함께 본격적으로 달려야 한다. 비빔밥 느낌이 아니라, 건더기와 국물을 더해 가볍게 쓱쓱 비빈다. 다른 재료와 달리 두부는 으깨야 한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로 만든 부대찌개 맛은 모르지만, 지금의 햄과 소시지는 덜 자극적이고 덜 짜다. 네모난 햄(정확한 명칭 모름)은 거의 먹지 않고 소시지와 민찌만 공략을 했는데, 이번에는 햄도 남김없이 다 해치웠다. 

 

라면때문에 육수는 한번 더 리필을 했다. 국물파가 아니라 건더기파인데, 이번에는 국물도 건더기도 다 아작을 냈다. 무짠지 맛은 모르지만, 부대찌개 비빔밥 한번 먹고,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면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다. 

의정부까지 와서 먹은 보람은 있는데, 앞으로 서울에서 부대찌개는 먹지 못하겠다. 의정부냐? 송탄이냐? 둘 중에 한 곳을 선택한다면, 맹물같은 육수가 매력적인 의정부 부대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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